헬스 & 피플

대한약사회는 약 3만 명의 약사들로 구성된 직능단체다. 회원 중 2만 명은 약국을 직접 운영하고 있고, 이밖의 약사들은 병의원 근무, 제약회사 근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다. 현재 대한약사회를 이끌고 있는 조찬휘 회장은 2013년 3월 취임한 이후 국민과 함께하는 약사상 정립'을 내세우며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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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찬휘 대한약사회 회장

조찬휘 대한약사회 회장은?
67세 /중앙대 약학대학 졸업 /성북구약사회장 /서울시약사회장
현 대한약사회장 /수보온누리약국 운영

최근에 한 약국에서 약을 지었더니 간단한 그림이 인쇄된 설명서를 약과 함께 줘서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픽토그램(그림 문자)입니다. 약을 복용하는 방법이나 주의 사항 등을 그림과 함께 설명해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픽토그램 복용 설명서는 약국이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대한약사회에서 자발적으로 시작한 일로 국민뿐만 아니라 식약처 등 정부기관의 반응도 매우 좋습니다. 대한약사회의 산하기관인 약학정보원 홈페이지를 통해 109종을 공개하고 있는데 원하는 약국은 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국민과 함께하는 약사상을 정립하자는 취지의 좋은 예입니다.

모든 약국이 사용하면 좋겠습니다.
픽토그램 말고도 말이나 글 등 다양한 전달 방법이 있기 때문에 어느 것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다양한 의사전달 매개를 갖는 것은 좋다고 생각해서 각 약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하고 권장하고 있습니다.

방금 언급하신 국민과 함께하는 약사상이란 무엇인가요?
약사는 국민 건강과 별개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국민이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국민의 눈높이로 직능을 수행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약사의 정체성이 훼손당하지 않는 선에서 국민의 건강에 대한 욕구를 최대한 배려한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어떤 것입니까?
예를 들면 약 바로쓰기 운동 같은 것입니다. 우리 약사회는 안전한 의약품 사용환경을 조성하고 건강을 증진하려는 목적으로 의약품의 올바른 사용과 오남용 예방을 위한 '의약품 안전사용 교육'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인터넷을 통한 의약품 불법거래, 가짜약 판매, 의약품판매업소가 아닌 곳에서의 불법판매 등을 근절하기 위한 '불법의약품 판매 관리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의약품 안전사용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 활동 등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의약품 안전사용 교육에 대한 반응은 어떻습니까?
많이 환영받습니다. 작년 한 해만 약 30만 명이 강의를 들었습니다. 어르신, 초·중·고등학생, 유치원생에 맞는 교재를 각각 개발해 700여 명의 약사들이 강의에 나섭니다. 경상남도의 한 약사는 경상남도 내의 동서를 가로질러 가서 강의하느라 하루가 꼬박 걸렸지만 보람 있었다고 해서 저도 감동받았습니다. 강의료는 얼마 되지 않지만요.

의약품 안전사용 교육은 어떻게 받을 수 있습니까?
전국 어디서든 해당 지역 약사회에 요청하면 됩니다. 아니면 약바로쓰기운동본부의 홈페이지(www.paadu.or.kr)를 통해 신청하셔도 됩니다.

학교나 기관 외의 일반 주민도 신청할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의약품 안전사용 교육은 미취학 어린이부터 어르신들까지 연령이나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농촌 지역에는 지역 약사회나 약사들이 농촌을 방문해서 교육하는 곳도 있습니다. 교육받는 대상이나 연령, 기관에 대한 교육 제한은 없으며, 모든 국민이 의약품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법인약국 설립 허용은 받아들일 수 없어

요즘 약사회나 약계의 현안은 무엇입니까?
의약분업이 되어 전국 병의원의 처방전을 받다 보니 약국마다 재고가 많습니다. 약을 준비해뒀다가 안 나가면 반품도 안 되니 그냥 손해를 봅니다. (현재의 약품명 처방이 아닌) 성분명 처방으로 바꾼다면 재고가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성분명 처방이 당장 어렵다면 대체조제 활성화 방안이라도 마련해 달라는 것이 저희의 요구입니다. 이렇게 하면 재고가 줄고 (폐의약품 수거 등에 따른) 국가 재정 누수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법인약국 설립 허용 여부도 잠복 중인 이슈인데요. 대한약사회가 법인약국에 설립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법인약국을 허용한다는 것은 결국 약국이 자본에 예속된다는 것은 뜻합니다. 대형 할인매장 때문에 많은 동네가게가 문을 닫는 것을 봐도 알 수 있지요. 큰 돈을 투자한 법인약국은 수익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약을 비싸게 팔든가 많이 팔아야 할 것입니다. 의약품은 질병 치료를 위해 사용해야지 일반 공산품처럼 떨이로 팔고 덤을 주면서 팔아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골목에 대형슈퍼가 들어온 것처럼 법인약국 설립도 시기의 문제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 동네약국은 어떻게 대비할 예정입니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많은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법인약국 도입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약사회의 입장입니다. 법인약국 설립에 대한 대비책이라기보다는 바람직한 약국의 미래상에 대한 약사사회의 고민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약사회에서는 국민들에게 양질의 약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우수약무기준(GPP)을 마련중에 있습니다. GPP를 통해 약국의 인력관리, 조제·투약·복약지도 서비스 관리, 의약품 및 약국 시설관리, 약국경영관리 등 약국 운영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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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약사회는 작년 4월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에 봉사약국을 137일간 운영하며 유가족과 아픔을 함께했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조찬휘 회장.

세월호 사고 현장에 137일간 봉사약국 운영 보람

2년 7개월간의 회장 재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입니까?
먼저 생각나는 것은 취임하자마자 약국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한 약제비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전국 대부분의 약사를 불법자로 취급한 일을 원만하게 해결한 것입니다. 또한 작년 4월 세월호 사고 때의 일도 아프게 남아 있습니다. 4월 16일 점심 때 조금 지나 약품을 급히 준비해서 저녁 무렵에 진도 팽목항에 도착했는데, 아이를 찾아다니던 부모님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날부터 137일간 우리 약사회 회원들은 침몰사고 현장인 진도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에 24시간 봉사약국을 운영하며 어려운 분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해드릴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어떤 전문직능인 단체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약사회만의 자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장 재임 기간에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입니까?
약계 미래 발전기획단을 신설해서 10~20년을 내다보는 미래 발전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지만 무수한 현안 때문에 실천하지 못한 것입니다.

미래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구상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대외적으로는 시대가 바뀌면서 약사에 대한 인식도 변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명확한 약사상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대내적으로는 약사직능이 좀더 안정적으로 영위될 수 있도록 복지재단을 만들어 노후생활을 편안하게 하도록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질병예방은 약사의 담당이라고 생각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어요.

질병예방을 위해 약사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우리가 고령화 사회로 급속하게 접어들면서 노령인구에 대한 건강관리는 중요한 이슈로 등장한 지 오래입니다. 노령인구 대부분이 만성질환 한두 가지를 앓고, 이 분들에게 지급되는 보험재정 규모가 날로 증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질환이 발생되지 않도록 예방적 활동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역할을 지역 약국에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약국이 노령인구의 질병예방을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는 노령인구 증가로 인한 보험재정을 안정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처방 변경, 무상 드링크 제공, 조제료 할인 등 약국의 불법행위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약사회는 이의 근절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하나 하나 나눠서 설명하겠습니다. 처방 변경은 의사의 처방 내용 중 약리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 문제처방에 대해 약리적 소견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처방을 변경하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불법행위로 볼 수 없습니다. 무상 드링크 제공이나 조제료 할인 등의 행위는 말씀하신 대로 약사법상의 불법행위입니다. 다만 이들 행위는 사회에 직접적인 위해 행위라기보다는 의약품의 유통이나 관리에 좀더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것으로 약사회가 회원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계도하고 자정활동을 진행해 나갈 것입니다.

동네약국이 무너지면 국가 의료체계가 흔들린다

병원 주변의 약국, 소위 문전약국과 달리 동네약국은 운영이 어렵다는데 그 실태는 어떠합니까?
상당히 어렵습니다. 이것은 약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체계의 문제이고, 종국에는 보험재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가볍지 않은 사안이라고 봅니다. 즉 동네약국이 줄어들면 국민의 의료 접근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깁니다. 결국 보건의료체계의 왜곡의 한 결과입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동네 병의원의 감소와 함께 국가정책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사안입니다. 이러한 의료전달체계의 왜곡은 장기적인 사회문제로 나타나 우리 사회가 이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입장에서 국민들이 약국을 이용할 때 좀 바꿔줬으면 하는 관행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우리 집부터 약이 쌓여 있어요. 감기약 5일분 지어서 먹다 3일분은 남아 있다든가, 방문판매나 홈쇼핑에서 건강기능식품을 과다하게 구입하는 등 약 남용의 습관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도 약사와 상의해서 드시는 것이 좋으며 유효기간이 지난 약은 드시지 말고 약국의 폐의약품 수거함으로 가져다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조찬휘 회장은 부인 이명자씨(66) 사이에 1남1녀를 뒀다. 조 회장은 결혼과 동시에 40년간 장모님(89)을 모시고 산다. 그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자 조 회장은 "연애시절 아내에게 약속한 공약을 지키는 것"이라며 웃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