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조울증, 우울증과 치료법 다른데… 환자 70%는 우울증으로 오해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5/09/23 05:00
자살 시도율 우울증보다 높아
기분안정제로 조증 막아야 돌발행동 나타나면 입원 필요
조울증은 '양극성(兩極性) 장애'라고도 불린다. 우울해하다가, 지나칠 정도로 기분이 좋아지는 상황이 반복돼서 붙여진 이름이다.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지만, 유전적 요인이나 호르몬 이상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추정한다. 증상은 우울한 상태가 몇 달간 지속되다가 조증을 잠깐 겪거나, 우울증이 심각한 상태로 여러 번 재발하다가 조증은 한 번 가볍게 겪고 지나가기도 한다.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노재성 교수는 "조증을 아직 안 겪었거나, 조증이 가볍게 나타나는 경우 환자 스스로 조울증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며 "처음 증상이 생기고 1년 내에 병원을 찾는 비율이 30% 내외에 그친다"고 말했다.
병원을 찾더라도 진단이 잘 안 된다. 환자가 처음 병원에 방문해서 조울증을 제대로 진단받는 경우는 30%에 불과하다. 조울증 환자의 3분의 1은 병이 처음 생긴 뒤 조울증을 진단받기까지 10년이 걸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노 교수는 "조울증 환자의 70%가 우울증을 먼저 겪기 때문에 우울증으로 오해하기 쉽다"며 "조증을 겪은 사실을 환자가 잘 인지하지 못 해 의사에게 알리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주위 사람으로부터 "평소보다 격양돼 보인다" "요즘따라 성격이 변한 것 같다"는 식의 말을 한 번이라도 들었다면, 진료 시에 그 사실을 의사에게 알리는 게 진단에 도움이 된다.
◇우울증보다 자살 시도율 높아
지속적으로 우울한 감정만 느끼는 우울증 환자보다, 극단적으로 좋은 기분을 느낀 후 우울한 상태에 빠진 조울증 환자가 자살을 시도할 확률이 높다. 학계에서는 우울증 환자의 자살 시도율은 15%, 조울증 환자는 25%로 추정한다.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우울증으로 착각해 우울증 치료를 받으면, 조증 상태가 갑자기 찾아오는 등 치료가 제대로 안 이뤄진다.
우울증의 경우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조울증은 기분안정제를 복용한다. 기분이 극단적으로 좋아지거나 충동적·공격적·파괴적으로 변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치료를 받더라도 93%는 재발되기 때문에, 꾸준히 약을 복용하고 증상을 평생 관리해야 한다. 만약 병의 상태가 심각해서 돌발적인 행동을 할 것으로 보이면 입원치료를 해서 자살 시도를 막아야 한다.
◇소극적이던 사람 돌변하면 의심
조울증은 환자가 스스로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은 병이다. 환자는 '기분이 정말 좋다' '어떤 일이든 해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정도로만 느끼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위 사람들의 관심이 중요하다. 평소에 우울감을 잘 느끼고 소극적이거나 조용하던 사람이 적극적·충동적·공격적인 행동을 한다면 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환자 스스로도 평소에는 우울감을 주로 느끼는데, 갑자기 ▲말이 많아지고 빨라졌거나 ▲여러 가지 일을 한 번에 벌리거나 ▲충동 구매를 하거나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워 소리를 지른 적이 있거나 ▲성적 욕구가 많아지는 식의 변화를 느꼈다면 한 번쯤 병원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