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색 향기를 탐하다
여정은 하늘과 바다가 거의 같은 빛깔을 가진 마르세이유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시작됐다. 성당은 거친 항해에서 가족들이 무사히 돌아오게 해달라는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으로 세워졌다고 했다. 나도 주변 사람들의 안녕을 비는 의미에서 2유로의 촛불을 그곳에 밝혔다. 이제 내 기억 속의 노트르담 대성당은 촛불로 기억될 것이다.
아를에 이르러서는 고흐를 만났다. 이곳에 십여 년을 살면서 수백 점의 그림을 그렸던 고흐. 오래 전 그곳의 삶을 어둡고 우울한 그림으로 표현 했던 한 예술가의 생을 돌아보았다. 그것을 기억하는지 아를은 맑게 빛났다. 나는 해바라기가 그려진 머그컵 한 개를 사는 것으로 고흐와 아를을 추억하기로 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이자 ‘교황의 도시’로 불리는 아비뇽은 도시 전체를 웅장한 성곽이 휘감고 있었다. 저녁 아홉시 반이 넘도록 어둠이 내리지 않는 곳. 숙소의 문을 열면 넓은 광장에 흩어진 여유로운 사람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볼 수 있었다. 한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곳이었다.
그리고 진정한 프로방스의 속살을 만나는 여정은 카르팡트라에서 시작되었다. 그림 같은 바로우 마을의 골목을 서성이고, 빠띠 호수까지의 아기자기한 산길을 따라 가벼운 트레킹을 했다. 우리네 저수지만한 물가에 앉아 이국의 도시락을 먹을 땐 현지 음악 동호인들이 낯익은 샹송을 연주해 주었다. 여행지기 모두들 풍경에 빠지고 음악에 동화됐다. 감출 수 없는 미소가 얼굴에 번지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난다. 이보다도 낭만적이던 순간이 있었던가.
우리는 인근 농가에서 구입한 체리를 한 움큼씩 들고 ‘행복’을 우물 거렸다. 그렇게 느릿느릿 걸음을 걷던 중 일행 중 한 사람이 빛나는 햇살을 향해 한 마디 외쳤다.
“와우! 프로방스에는 빛과 색과 향기가 있어.”
끄덕끄덕.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미스트랄이라는 계절풍과 함께 프로방스에는 자연이 주는 풍요로운 향연이 가득했다.
곳곳에 있는 로마 유적과 아름다운 자연이 간직한 건강한 기운. 그리고 이제는 가고 없는 세잔과 샤갈의 자취, 몽블랑에서 내려오는 호수의 푸른 물과 아름다운 마을 무스티에 생트 마리에서의 빛나던 별. 낯설지만 포근했던 프로방스에서의 시간은 어쩜 생의 중간을 지나고 있는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또 내일을 생각하며 나는 남루해지고 너덜거렸던 지난 삶을 자분자분 꿰매어갔다. 그 동안 잘 살아 왔다고 내가 나에게 위로했다. 다음 날 지중해의 휴양지 니스로 떠나기 전, 샤갈의 묘지에 들렸다. 언제인가는 나도 그렇게 떠날 이 세상, 소박한 그의 묘지에 작은 돌멩이 하나를 올렸다.
벗과 함께한 프로방스 여행은 그렇게 환했다. 프로방스의 빛과 색과 향기를 온몸으로 받아 들여 내 삶의 빈자리를 채웠다.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도 무언지 모를 넉넉함이 곁에 있었다. 얼마 후에는 퇴색된 사진처럼 희미해지겠지만 프로방스의 시간들은 다른 무엇보다도 더디게 가고 있음을 안다.
※ 글을 쓴 원수희씨는 지난 5월 헬스조선 ‘프로방스 낭만 여행’에 참여했다. 헬스조선은 매년 여행하기 좋은 5월과 9월, 유서 깊은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의 작은 마을을 산책하듯 둘러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비타투어 홈페이지(www.vitatour.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