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생각하는 의료기기] ② 디지털 MRI
여러 방향서 자기장 쏴 촬영
디지털로 선명한 영상 구현
재촬영 줄어 환자 부담 덜어
환자 눕는 공간도 넓어져
MRI는 우리 몸에 자기장을 쏜 후 나오는 신호를 영상으로 만든 것이다. CT와 달리 방사선을 쓰지 않으면서도 뇌·뼈는 물론 연골·근육·인대·신경 등 말랑말랑한 조직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좁은 통 속에서 찍기 때문에 폐소(閉所)공포증이 있거나 너무 뚱뚱한 사람은 찍을 수 없다. 시간도 30분 이상 걸리며 특히 소음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과거 MRI 장비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신호를 받기 때문에 영상이 선명하지 않았다. 촬영한 MRI 영상을 가지고 다른 병원에 가면 "영상 질이 좋지 않아 다시 찍어야 한다"는 얘기를 듣는 경우도 많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2년 한 해 동안 30일 이내에 같은 질병으로 다른 병원을 찾아 MRI를 재촬영한 환자가 1만명이 넘는다. 재촬영으로 인한 비용은 28억원에 이른다.

2010년 이후에 의료기기 제조사들은 더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는 디지털 MRI를 속속 선보이기 시작했다.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김호성 교수는 "디지털 MRI 장비가 나오면서 영상이 선명해져 더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졌다"며 "의료의 질이 높아지고 재촬영이 줄면서 환자의 부담도 덜었다"고 말했다.
아날로그 MRI는 우리 몸에서 나오는 신호를 아날로그로 수집한 후 이를 디지털로 변환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처리할 수 있는 신호의 양이 줄어든다. 하지만 디지털로 처리하면 디지털 촬영으로 얻은 자료를 고스란히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어 더 선명해진다.

MRI 촬영이 적용 가능한 장기도 늘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심장이다. 5년 전만해도 심장은 MRI 촬영이 불가능했다. 심장은 끊임 없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하면서 지금은 촬영이 가능해졌다. 자기장을 여러 방향에서 쏘기 때문에 얻어지는 데이터의 양이 늘었고, 심장의 박동에 맞춰 짧은 시간 동안만 자기장을 쏴도 충분한 영상자료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예전에는 심근경색 환자는 심장 초음파로 혈류를 측정해 심장이 잘 뛰는지 간접적으로 확인을 했다. 하지만 심장 MRI 촬영이 가능해지면서 심장근육이 얼마나 손상됐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고, 재발 가능성을 따져 치료법을 결정할 수 있게 됐다. 김 교수는 "심근경색 환자의 심장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초기부터 더 집중적인 관리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소음 줄이고 폭 넓혀 환자 불안 줄여
MRI 촬영 중에는 자기장과 기계 속 자석이 충돌하면서 '쿵, 쿵'하는 트렉터가 바로 옆에서 지나가는 정도의 소음이 난다. 최근에 나온 장비는 이 소음을 진공청소기 정도로 줄였다. 또 디지털 MRI로 바뀌면서 아날로그 신호를 얻기 위한 장비가 없어도 돼 환자가 누울 공간이 기존보다 6~10㎝ 넓어졌다. 김호성 교수는 "누워보면 예전보다 훨씬 편해졌다"며 "기술이 발전하면서 환자의 불편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