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이해나 기자의 '딱 좋은 건강기기'] (6)'습윤 밴드 vs 일반 밴드' 상황별로 골라 붙여야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5/08/25 17:36
요새는 상처에 구멍이 뽕뽕 뚫린 건조한 밴드(소위 대일밴드라고 불리는)를 붙이는 사람이 거의 없다. 대신 상처의 진물을 흡수하고 습기를 유지, 완전히 밀폐되게 만들어 다친 부분만 밴드 위로 불룩 튀어나오는 ‘습윤 밴드’가 인기다.
습윤 밴드가 이토록 인기인 이유는 뭘까? 습윤 밴드를 붙이면 안될 때는 없을까?
이러한 궁금증을 풀기 전에 밴드가 왜 건강기기 칼럼에 소개되는지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습윤 밴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해 ‘의료기기’로 등록된 상태다. 의료기기법에 정의된 의료기기란 사람이나 동물에게 사용되는 기구·기계·장치·재료다. 이중에서도 질병을 진단·치료·경감·처치 또는 예방할 목적, 상해(傷害) 또는 장애를 진단·치료·경감 또는 보정할 목적 등에 속해야 한다. 밴드는 ‘상해를 경감할 목적’에 해당한다.
습윤 밴드의 개념은 1700년대에 처음 생겼다. 유럽에서 토마스 베인턴이라는 의사가 처음으로 습기를 머금은 테이프를 정맥궤양을 치료하는 데 사용했다. 이후 노르웨이 피부과 의사 오스카 질제가 200개 이상의 정맥궤양 부위에 습기 있는 테이프를 붙였을 때 안 붙인 부분보다 치유가 빠르다는 과학적 증거를 발표했다. 이후 1963년에는 사람에게 난 상처에 습기를 머금는 밴드를 붙이는 것이 회복을 촉진시킨다 내용이 논문으로 발표됐다.
습윤 밴드의 특징은 상처에서 나오는 진물(삼출액)이 밴드에 흡수된 채 그대로 남아있게 한다는 것이다. 진물은 얼핏보면 몸에 해로워 씻어내야 할 것 같지만 오히려 상처를 치유하는 약(藥) 역할을 한다. 진물 안에 있는 백혈구는 세균이 상처에 침입하는 것을 막고, 진물 속 세포성장인자는 새살이 빨리 돋게 한다. 밴드가 만든 습한 환경 자체가 상처로 인해 괴사된 부분이 스스로 분해되는 것을 촉진해 통증을 줄게하는 효과도 있다. 습윤 밴드 자체가 지혈을 하는 기능도 해 피가 너무 심하게 나지만 않는다면 출혈이 있어도 상처 부위에 바로 붙여도 된다.
하지만, 습윤 밴드가 무조건 능사는 아니다. 건조한 일반 밴드에 비해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상처가 날 때마다 매번 붙이기에는 경제적인 부담이 있을 수 있다. 밴드 자체의 크기가 큰 것도 많아 작게 잘라 붙이기가 번거로울 수도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최경숙 약무정보팀장은 “상처가 크지 않아 외부로부터의 단순한 보호가 필요한 상처에는 건조한 일반 밴드를 붙여도 큰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습윤 밴드를 붙이지 말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미 세균 감염이 이뤄져 붓고 곪은 상처에는 붙이지 않아야 한다. 축축한 환경은 상처가 잘 회복되지는 반면 균도 더 잘 번식하기 때문에 세균이 없는 상태에서 선별적으로 효과가 있는 것이다. 이때는 상처를 건조한 상태로 두는 게 낫다. 물집이 생겼을 때도 사용을 피하자. 습윤 밴드는 접착력이 좋아서 밴드를 뗄 때 물집을 터뜨리기 쉽다. 물집은 그 자체가 외부 감염으로 속살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 상처 회복에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만 제외하고는 습윤 밴드를 붙이는 것이 상처 회복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게 대다수 의사들의 주장이다. 결론적으로, 상처의 경중을 파악해 단순 보호의 목적이라면 일반 밴드를, 상처 회복이 시급하고, 상처의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습윤 밴드를 붙이는 게 낫다. 본인의 상황에 맞게 현명하게 밴드를 선택하자.
[상처 관리·밴드 선택 TIP]
①상처가 났을 때는 먼저 상처 부위 균을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 이때 소독약이 없으면 물로 씻거나 비누로 쓰는 게 도움이 된다. 일반 수돗물로 씻어도 세균을 죽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후에 약을 바르거나 밴드를 붙인다.
②외부공기와 차단돼 완벽히 방수가 되는 제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세균이 침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가장 HOT한 2가지 제품]
약국과 병원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습윤 밴드 두 가지는 한국먼디파마의 ‘메디폼’과 보령제약의 ‘듀오덤’이다<사진>.
▷메디폼=국내 기술로 처음 개발한 습윤 밴드다. 2002년 출시 이후 국내 습윤 밴드 시장 1위 달리고 있다. 상처의 부위와 크기에 따라 총 11가지 제품 라인이 있다.
▷듀오덤=한번 붙이면 최대 7일 동안 보습 상태를 유지한다. 현재까지 시판되고 있는 습윤 밴드 제품 중 가장 길다. 국내 제품 중 유일하게 주름 형태로 돼있어 무릎·팔꿈치 등 굴곡부위에도 접착하기 쉽고, 오래 동안 접착력을 유지한다. 미국 판매 1위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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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나 기자의 ‘딱 좋은 건강기기’
-처음 기자가 됐을 때부터 의료기기쪽을 담당하며 국내외 건강·의료 제품을 탐방, 시중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유용한 건강 기기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기기(器機)는 무조건 다루기 힘들다’는 생각에 사용 시도도 안 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 생활 속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딱 좋은 건강기기’를 소개, 손쉽게 다루는 법을 알려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