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출산의 순간 남편이 할 일은?
'아빠육아 作作弓'은 지금은 46개월 된 아들과 11개월짜리 둘째 딸을 키워오면서 틈날 때마다 적었던 일기를 바탕으로 한 글로 채워갈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회사에 출산휴가를 신청하고 마무리 준비를 하던 아내는 볕이 좋다며 집 근처 공원에 산책을 나갔다. 만삭의 몸으로 장장 3시간을 걸었단다. 걷기가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저녁에 샤워를 하고 나온 아내가 "몸이 이상하네. 도담이가 나올 때가 됐나봐요."라고 했다. 예정일이 6일이나 남았지만 도담이는 지금 나와도 이상할 게 전혀 없을 정도로 무럭무럭 자랐다.
사르르 아픈 배 때문에 아내는 밤새 식은 땀을 흘렸다. 나도 옆에서 뜬 눈으로 밤을 샜다(고 믿고 있는데, "잠만 잘 자더라"는 타박을 들었다).
도담이가 태어나던 날, 계속 화창하던 날씨는 모처럼 만에 비가 내렸다. 단비다. 병원에 갔더니 벌써 2cm 정도 열렸으니 바로 입원을 하란다. 초산이라 대략 1시간에 1cm씩 자궁 입구가 열리는 것을 생각하면 오후 늦게야 아이가 낳올 듯 하다며 산모가 많이 힘들테니 옆에서 격려 많이 해 주란다.
양쪽 집에 전화를 드린 후 분만실로 왔더니 정말 많이 힘들어 한다. 지난 밤에 잠깐 찾아 본 '남편이 도와주는 호흡법'을 떠올렸다. 신혼여행가서 스노클링했던 일, 함께 여행갔던 일, 집근처 공원 풍경 등 긍정적인 장면을 떠올릴 수 있도록 끊임 없이 얘기를 했다. 너무 힘들어 아내는 한마디 대꾸도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코로 길게 들이쉬고 입으로 길게 내쉬면서 하라는 대로 따라 한다.
오후 늦게야 아이가 나올 거라고 해서 어처구니 없게도 점심은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김밥이나 한 줄? 햄버거도 냄새 날라나? 제 딴에는 힘들어 하는 아내에게 음식냄새 풍기지 않게 조심한다고 했던 생각들인데, 나중에 얘기했더니 그 중요한 상황에서 먹을 게 생각나냔다.
갑자기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간호사가 10시 반쯤 체크했을 때도 4cm정도 열렸다고 하더니 11시 반쯤 다 열렸다고 곧 나올 때가 됐으니 잠깐 밖에 나가 있으란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들어가 땀범벅이 된 아내를 격려하고 위로하고 '같이 힘들어'한 지 20여 분... 오전 11시 55분 3.04kg의 건강한 도담이가 세상에 나왔다. 병원에 간 지 2시간 반 만에 나온 것이다.
"네가 우리 아들이구나. 반갑다. 나오느라 고생 많았어."
탯줄을 직접 잘랐다. 아주 질긴 곱창을 자르는 느낌이랄까? 간호사가 녀석의 기도에 남아 있는 태변을 뺀 다음 아내의 가슴에 올려 놓았더니 젖을 빨려고 입을 비쭉거린다. 아내에게 참 많이 수고했다는 말을 건넸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이 상황에서 많이 울고 정신을 잃기도 하던데 우리 둘은 오히려 더 차분해졌다.
아내가 젖이 안 돌아 아기가 힘들어 한다. 모유수유를 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에 '아이가 너무 배고파하면 분유 줘도 된다'는 병원 측 얘기는 들리지 않았다. 조리원에 가서 본격적으로 모유수유를 하기 전까지 녀석은 유즙 몇 방울밖에 먹지 못했다.
조리원에서 녀석은 머리숱과 먹성에서 '짱'을 먹었다. 20분 동안 모유 100cc를 빨았다. 하루 먼저 온 옆 바구니 친구는 50분 동안 10cc만 먹어 엄마 속을 태운다는데...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만큼 잘 빤다.이틀 새 몸무게도 180g이나 들었다.
조리원에서 2주 잘 자라고 드디어 아들 녀석이 집으로 왔다. 첫 선물이라고 아내가 만든 토끼 인형 '폭자'보다 한참 작다. 엄마 고생시키지 말고 밤에 잘 자라는 의미의 이름이다.
아들 이제부터 잘 지내보자. 환영!!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강경훈 기자의 ‘아빠 육아 ‘作作弓’
-대학교 들어가 사고 쳤으면 미스에이 수지뻘 되는 자식이 있겠지만 늦장가로 여태 똥기저귀 갈고 앉았습니다. 학부에서는 심리학, 대학원에서는 뇌과학을 전공하면서 책으로 배운 교육, 육아법을 늦게나마 몸소 검증하고 있습니다. 똑똑한 아이보다 행복한 아이, 행복을 퍼뜨리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인데 생각만큼 쉽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