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조선영 씨(27세, 여)는 조금씩 벌어진 치아 사이의 틈이 고민이다. 인상이 똑 부러지지 못하게 보이는 데다가 벌어진 틈으로 이물질이 끼어 이가 썩을 위험도 높기 때문이다. 취업을 앞두고서야 치과를 찾은 조 씨는 앞니 바로 옆의 치아가 선천적으로 나지 않았고, 그 자리를 메꾸고자 남은 치아들이 스스로 움직여 벌어진 틈이 생기게 됐다는 것을 알았다. 조 씨는 “그저 치아 사이에 틈이 있는 정도라고 여겨 치료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설명했다.
◆한국인 10명 중 1명은 ‘영구치 없다’
영구치는 젖니가 빠진 자리에 나 평생을 함께 하는 치아다. 인간은 위 아래 32개 영구치가 자란다. 나야 할 치아가 나지 않으면 빈 공간이 생긴다. 치아는 일정한 접촉이 생길 때까지 저절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때문에 나지 않은 치아 주변의 치아들이 저절로 움직이며 빈 공간을 메꾸게 된다. 전체적으로 치열이 벌어지는 원인이다. 한국인에게는 영구치 중 일부가 선천적으로 나지 않은 비율이 의외로 높다. 2008년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한국인의 영구치 결손율은 11%에 달한다. 만약 나지 않은 치아가 사랑니라면 발치의 부담을 덜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사랑니가 아닌 나머지 치아는 결손됐을 때 부정교합을 비롯한 다양한 문제점을 발생시킬 수 있다.
나지 않은 치아의 본래 자리가 입 안쪽이라면 남은 치아들은 입 안쪽의 빈 공간을 향해 움직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치열의 정중선은 얼굴의 정중선과 맞지 않게 된다. 최근 일본, 미국 등지의 모델 중에서 앞니가 벌어진 얼굴이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전통적으로 앞니가 벌어진 인상은 심미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어려웠다. 더 큰 문제는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다.
압구정 아너스치과 손명호 원장은 “치열이 멋대로 벌어지면서 치아의 교합평면에 층이 생기게 되는데, 이는 음식물을 씹는 활동의 완성도를 떨어트려 제대로 씹지 못한 음식물을 삼키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벌어진 틈으로 음식물 등 이물질이 끼어 치아가 손상되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정적 영향이다”고 말했다.
◆환자나 보호자가 원인 알기 힘들어
영구치가 선천적으로 나지 않아 생기는 문제는 대부분 치아교정치료만으로 개선이 가능하다. 특히 치아 사이가 벌어진 증상이나 치열의 정중선이 맞지 않는 상태는 치아교정치료만으로 완벽한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만일 교정치료만으로 증상이 완벽히 개선되지 않는 경우라면, 보철·라미네이트 치료 등을 병행하며 치료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빈 공간이 너무 커 완벽하게 치열교정이 되지 않았을 때는 선행적인 교정치료를 통해 영구치가 나지 않은 공간을 한 곳으로 모아준 후 임플란트나 브릿지 등의 보철치료로 빈 공간을 수복하면 된다. 사례자처럼 앞니 바로 옆의 측절치가 결손돼 있는 경우 결손된 치아 자리에 송곳니를 이동시키고 라미네이트 등을 도입해 송곳니를 갈아 주어 결손된 측절치처럼 사용하도록 할 수도 있다.
영구치의 결손으로 인해 일어나는 치아 상의 문제는 환자나 보호자가 정확히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 때문에 환자가 자의적인 판단으로 치료시기를 미뤄 문제를 감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는 얼굴형을 변형시키거나, 치아 손상을 가중시켜 더 큰 치료를 요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압구정 아너스치과 손명호 원장은 “치아의 구성을 일반인이 모두 알기 어렵고, 장기간의 일반적이지 않은 치아 사용으로 인해 치아 모양이나 치열이 변형됐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검진을 거쳐 치료계획을 설계해야 한다”며 “만일 유아기 영구치가 자라지 않고 있다면, 영구치 결손을 예상해 전문의와 상의 후 치료를 계획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나지 않은 영구치가 부정교합 부른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5/07/28 1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