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외선, 피부 온도 높여 콜라겐 줄여
표피 노화되면 외부 공격 잘 못막아
자외선 차단했다고 안심해선 안 돼
보호막 역할 하는 화장품 사용 도움

주름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햇빛의 공격을 피해야 한다. 정진호 교수는 자외선뿐 아니라 적외선도 피부 노화를 촉진하는 요인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햇빛에는 자외선, 적외선, 가시광선 등이 있다. 그 중 자외선이 주름·기미·피부암·화상 등을 유발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어 많은 사람들이 외출을 할 때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다.
하지만 적외선의 유해성은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적외선은 햇빛 속 전자기파 중 50% 이상을 차지한다. 햇빛을 쬘 때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적외선 때문인데, 적외선 탓에 피부가 열을 받으면 주름이 잘 생기는 것을 정진호 교수가 밝혀냈다. 정 교수는 "피부 온도는 평소에는 섭씨 31도 정도인데, 햇빛을 받으면 40도 이상으로 올라간다"며 "그러면 피부 속 단백질 분해 효소가 많아져 콜라겐 등이 줄고, 피부 탄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피부를 한 시간 동안 햇빛에 노출시켰을 때 생기는 변화에 대한 정 교수의 연구가 있다. 자외선으로 인한 콜라겐 분해 효소 발생 비율을 4로 보면, 적외선으로 인한 콜라겐 분해 효소 발생 비율은 1 정도였다. 적외선이 자외선의 4분의 1 수준으로 피부 주름에 관여한 것이다. 정 교수는 "나이가 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햇빛은 할 수 있다"며 "자외선 차단제를 발랐다고 안심하지 말고, 피부 온도가 올라가지 않도록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햇빛으로 인한 열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사우나를 하거나 음식 조리 시에 생기는 열도 주름에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피부 보호막 역할 하는 화장품 발라야
햇빛 외에도 주름을 유발하는 요인은 많다. 대표적인 게 노화로 인한 세포 변화 및 콜라겐 감소다. 피부는 표피층, 진피층, 피하지방층, 근육층으로 이뤄져 있다. 그 중 가장 바깥에 있는 표피에는 각질을 만드는 세포나 면역세포 등이 있어서 외부 자극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나이가 들면 이 세포 수가 감소한다. 피부 장벽이 무너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외선이나 세균·바이러스 같은 유해물질을 잘 막아내지 못해 쉽게 노화된다. 표피가 약해지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 다만, 보호막 역할을 하는 화장품을 발라서 피부의 수분이 날아가지 못하도록 하고, 외부 물질이 피부를 공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주름 개선에 효과가 있는 화장품을 바르는 것도 좋다.
진피층 속에는 콜라겐과 엘라스틴(탄력소) 같은 단백질 성분이 많아야 한다. 진피층은 콜라겐과 엘라스틴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단백질 성분(콜라겐·엘라스틴)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감소한다. 햇빛, 흡연, 폐경 등이 콜라겐·엘라스틴 감소에 영향을 끼친다.
◇정진호 교수, 열 차단제 등 개발 중
정진호 교수는 현재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 인체환경경계생물학연구소의 소장이다. 2013년에는 피부 노화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서울대 학술연구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올 초에는 대한피부연구학회장에 취임했고, 비타민D 걱정 없는 자외선 차단제, 열 차단제, 바르는 지방 제거제, 갱년기 화장품 등 여러 안티에이징 제품을 연구·개발 중이다. 피부 노화뿐 아니라 루푸스, 피부경화증 같은 난치병 치료의 명의로도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