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과질환
젊은 여성도 살찌면 여성호르몬 분비 감소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5/05/27 07:00
생활습관과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적정량 나와야 배란 가능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면… 생리량 과다·자궁근종 유발
여성호르몬은 생리 주기에 따라 분비량이 조금씩 달라진다. 생리 기간에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모두 농도가 낮다가, 생리가 끝난 후부터 에스트로겐 농도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해 생리 시작일 2주 후쯤에 가장 많이 분비된다. 이때가 배란기로, 임신이 가능한 기간이다. 피부가 가장 탄력 있고, 가슴이 커지는 등 겉으로도 변화가 생긴다. 그러다가 2주에 걸쳐 에스트로겐 농도는 서서히 떨어지고, 프로게스테론은 급격히 늘었다가 줄면서 다시 생리가 시작된다.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이상훈 교수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균형을 이뤄야 배란이 가능해지는 것"이라며 "만약 이 과정 중 한 가지에라도 문제가 생기면 생리불순이나 생리량 과다 등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임신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기분 변화, 집중력 저하, 불면증, 심혈관 질환 등을 겪을 수도 있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등 여성호르몬 분비에 악영향을 끼치는 대표적인 요인은 다음과 같다.
▷비만=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은 피하지방에서도 일정량 만들어진다.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등)이 피하지방 조직에 있는 특정 효소와 만나서 여성호르몬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런데 살이 쪄서 피하지방이 많아지면 여성호르몬이 과다 생성돼, 이를 막기 위해 뇌는 "더 이상 여성호르몬을 만들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여성호르몬이 적정량보다 적게 분비돼, 몸속에 되레 남성호르몬이 많아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뚱뚱한 여성이 몸에 비교적 털이 많고, 여드름 같은 피부 트러블이 잘 생기는 것은 남성호르몬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상훈 교수는 "체중을 정상으로만 유지해도 여성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의 80%는 해결된다"고 말했다.
▷스트레스·흡연=스트레스를 받거나 담배를 피우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여성호르몬은 일정한 주기에 맞게 나오게 돼 있는데, 교감신경이 항진된 상태가 오래 유지되면 이 주기가 교란된다. 에스트로겐이 나와야 할 때 프로게스테론이 나오거나, 에스트로겐이 줄어야 할 때 과다분비되는 식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뇌 부위가 일을 많이 하면, 또다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담배를 피우는 여성이 생리불순을 잘 겪는 이유다.
▷환경호르몬=환경호르몬은 여성호르몬과 비슷한 작용을 한다. 환경호르몬의 정식 명칭은 '외인성(外因性) 내분비교란물질'로, 합성세제·플라스틱·배기가스 등 여러 환경에서 생성된 화학물질이 몸속에 들어와 호르몬처럼 작용한다고 해서 환경호르몬으로 불린다. 이미 여성호르몬이 있는 상태에서 환경호르몬까지 가세해 몸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여성호르몬 과분비 시 생기는 생리량 과다·자궁근종 등을 겪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