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안검하수 환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이상열안과 이상열 원장
김련옥 기자 | 포토그래퍼 김지아
입력 2015/05/19 09:30
우리 동네 소문난 의사
쇼핑의 메카로 알려진 명동 밀리오레 옆 건물에는 명의라고 소문난 의사가 있다. 이상열 원장은 국내 성형안과계의 1세대로 안검하수, 눈꺼풀 처짐, 의안 수술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다. 특히 아이 엄마들 에게 선천적 안검하수 수술 대가로 소문이 자자하다.
안과 중에서도 성형안과를 전문적으로 하신 이유는 뭔 가요?
성형안과는 눈의 기능과 모양을 다 살리는 분야예요. 단 순한 미용 목적이 아니죠. 수술로 처진 눈을 올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모양을 좋게 하면서 눈의 기능을 정상화 시키는 게 성형안과의 일이에요. 수술을 언제 해야 하느냐가 중요하죠. 시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니까요. 이렇듯 복합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학문이 성형안과예요. 미용적인 차원을 한 단계 넘은 거죠. 핵심을 파고들 어 본질을 보는 학문, 매력적이지 않나요(웃음).
성형안과계 1세대라고 들었는데 그때 상황은 어땠나요?
이제 막 시작할 때였죠.
그때는 두려움도 있었을 것 같아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라서.
그렇죠. 제가 이 분야에 대한 공부를 처음 시작했으니까 요. 아무도 안 하니까 하기 싫고, 어렵고, 골치 아픈 분 야였어요. 근데 전 하고 싶더라고요. 알면 알수록 재밌으니까. 지금 들으면 기겁할 얘기지만 수술하기 전에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외국서적을 보고 공부했어요. 집 에서 아내가 한심해했죠. 환자들이 무슨 죄냐고(웃음). 다행히 수술은 잘 됐습니다.
좋아하는 걸 해보고 싶었어요. 해보지도 않고 어렵고 힘들다고 포기하기는 싫었습니다. 해보고 싶다는 마음만 큼 큰 자극제가 또 있을까요? 군대 갔을 때 있었던 일도 제게 큰 동기를 부여했죠. 군의관으로 있을 때 병사들 중에 선천적 안검하수 환자가 있어 수술해준 적이 있어 요. 원래 사병들은 수술을 잘 안 하는데 워낙 수술하고 싶은 의지가 확고해서 인근 부대에서 복무 중 이었던 성형외과 후배를 데리고 같이 낑낑대며 수술했죠.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수술이 성공하면서 느끼는 보람이 엄청났어요. 그러면서 성형안과 분야에 더 애정이 생겼습니다.
복잡하지만 재발이 적고 모양이 예쁜 수술법
원장님이 전문으로 하시는 '안검하수'는 좀 생소한 질병인데요.
선천적 안검하수는 1000명당 1명꼴이라고 해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또 눈이 처지는 경우가 있으니까 그리 생소한 질병은 아니죠.
나이 들어 눈이 처지는 사람이 많으니까 환자가 주로 시니어들이겠네요.
꼭 그렇진 않아요. 저는 선천적으로 안검하수가 있는 어린 환자를 많이 치료합니다. 어린아이가 70%고, 성인 이 30% 정도죠. 수술이 꼭 필요한 건 어린아이들이거든 요. 노인들은 나이가 들면서 눈꺼풀 힘이 떨어져서 안검 하수가 생깁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태어나서부터 눈을 뜨는 근육 자체에 이상이 생긴 거죠. 어린 아이들은 시력 이 발달하는 시기라서 안검하수가 있으면 위험해요. 눈 이 처져서 동공을 가리면 물체가 보이지 않아서 시력이 발달할 수 없거든요. 반면 노인은 앞을 가리니까 불편한 거예요. 미용적으로 보기에도 안 좋고. 하지만 큰 문제 는 없어요. 졸리고 힘이 없어 보이는 게 문제죠.
과거와 비교해서 안검하수 수술법이 달라졌나요?
안검하수 수술은 당일 퇴원입니다. 길게 입원할 필요가 없는 수술이에요. 수술 방법에 따라 수술 시간은 다르 죠. 저는 그래도 꽤 복잡하게 수술하는 편입니다.
복잡한 방법으로 수술을 하신다고요?
제가 하는 수술법이 재발이 적고 모양도 예쁘거든요. 눈 뜨는 근육이 있잖아요. 그 근육의 힘이 어느 정도 있으면 근육절제술을 합니다. 쌍꺼풀 수술하듯이 절개해서 근육의 탄력성을 높여주는 거죠. 그런데 근육 자체가 약 하면 이마 쪽으로 근육을 당겨 고정시켜서 눈을 뜨게 하 는 이마근걸기술을 시행합니다. 근육을 잡아당기기 위 해 자기 다리에 있는 근막을 사용하기도 하고, 인공근막이나 실리콘을 사용하죠. 자가근막으로 해야 재발이 적어요. 다만 수술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최소절개로 할 수 있는 수술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모양을 예쁘게 하기 위해 피부도 절개하고 지방도 제거하고 쌍꺼풀도 만들어줘서 눈썹 찌르는 걸 예방하는 수술을 합니다. 자가근막술과 절개를 둘 다 하는 수술법은 복잡하지만 수술 후 모양이 예쁘고 재발이 적어서 환자 만족도가 높아요. 아휴, 저도 이제 오래는 못 하겠어요.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지쳐요(웃음).
하하, 농담이에요. 계속할 겁니다(웃음).
원장님 얘기를 들으니 '개척자'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성형안과 교과서를 집필하셨던데.
맞아요. 대한안과학회 회장을 맡고 있을 때 집필했죠. <눈꺼풀성형술>이라는 책도 썼어요. 이 책은 중국에서 제가 가르쳤던 제자들의 요청이 있어 중국어로 번역해 시판했습니다. 중국 의사들도 성형안과수술법을 공부해야 하니까요.
교과서 집필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에 성형안과 교과서가 없었어요. 우리나라 사람과 서양 사람의 눈이 다르니 우리만의 수술법으로 하는 게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교과서를 썼습니다. 동양 사람은 눈두덩이 두툼하고 쌍꺼풀이 없잖아요. 눈과 눈썹이 붙은 사람도 많고요. 그러면 수술할 때 접근법부터 달라지거든요.
지금 쓰고 있는 책이 있으신가요?
지금은 안검하수 교과서를 집필하고 있습니다. 필요하니까 또 쓰는 거죠. 제가 성형안과를 공부할 때 마땅한 교과서가 없어서 외국서적을 보면서 공부했잖아요. 이제는 진료 현장에서 겪은 것을 공유해야겠다는 필요성이 절실해서 책은 계속 써야 할 것 같아요.
환자의 눈을 찾아주는 기쁨이 더 크다
진료에 수술에 교과서 집필까지… 아주 바쁘실 거 같아요. 근데 인터넷 카페도 운영하신다면서요.
온라인 카페는 만든 지 5년 정도 됐어요. 당시만 해도 안검하수에 대한 정보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죠. 병원에서 설명회를 하지만 모두가 와서 듣기엔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카페를 만들어 설명회 동영상이나 질환에 대한 정보를 올려놨어요. 제가 환자를 일일이 만나서 설명하기엔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한계가 있거든요. 카페를 통해 저를 찾아오는 환자들은 질병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니까 진료 만족도가 높습니다. 카페는 환자나 의사에게 여러모로 좋아요. 환자 입장에선 수술 후 피드백이 가능하고. 진료실에서는 깜빡하고 저에게 물어보지 못했던 걸 다시 물어볼 수 있죠. 저 역시 환자가 궁금한 점을 언제든 답해줄 수 있으니 훨씬 더 원활한 진료를 할 수 있어요.
아이 엄마들 사이에서 소문난 의사라면서요? 원장님 카페와 연동된 카페도 있더라고요.
아… 그 카페는 5년 전에 저한테 아이를 맡긴 엄마가 만든 겁니다. 대구 사람이었는데 수술 후 아이 상태가 좋아져 정보를 공유하고 싶어서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어느 날 제가 운영하는 카페와 연동시켜도 되겠냐고 연락이 왔어요. 얼마든지 그러라고 했습니다. 이 카페는 엄마들끼리 정보 공유가 활발해요. 아이가 아프면 온 세상을 뒤져서라도 좋은 의사를 찾고 싶으니까요. 아이가 아픈데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어요. 엄마 자신이 아픈 것보다 더 아플 거예요.
병원에 찾아오는 어린 환자를 보면 더 사명감이 생겨요. 먼 곳에서 오고 여러 사람에게 추천받아서 왔으니 더 성심성의껏 진료해야겠다 매번 다짐하죠. 수술을 성공적으로 되어 웃고 있는 아이 사진을 올린 후기를 볼 때 보람차요. 수술 후에 엄마들이 고맙다는 글을 올리는데 그런 걸 보면 오히려 제가 더 고마워요. 뿌듯한 마음이 정말 크거든요. 이 카페는 제 스케줄까지 다 공유해요. 지난 3월에는 부친상이 있어서 병원 전화를 못 받았는데, 그 얘기를 게시판에 다 올려놨더라고요(웃음).
지금까지 해 오신 일을 보니 앞으로의 계획이 더 궁금해지네요.
일단 지금 집필하고 있는 책 완성이 목표예요. 그리고 중국 쪽으로도 개척하고 싶어요. 성형안과 분야는 동양에서 우리나라가 최고거든요. 성형안과 분야가 덜 발달된 중국도 제 의술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요즘 병원에 오는 환자들이 제 나이를 많이 물어봐요. 언제까지 진료할 거냐고 나이 많으면 빨리 수술받는다고(웃음). 자기 아이가 좀더 나중에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제가 없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어쨌든 제 기력이 다할 때까지 치료할 겁니다.
의사가 되길 잘했다, 하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환자가 좋아할 때죠. "원장님 덕에 치료 잘 받았다"는 말을 들으면 아주 뿌듯하죠. 더 뿌듯한 건 "원장님 아니면 진료 안 받는다"예요. 제가 하는 수술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까다롭고 복잡한 수술이지만 그런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이 많아요. 특히 여러 번 수술에 실패한 이들에겐 더 필요하죠. 그들을 생각하면 제가 하는 수술법을 포기할 수 없어요.
구한말에 세브란스 씨가 교회를 기증하자 사람들이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하니깐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받는 당신들 기쁨보다 주는 내 기쁨이 더하다." 저는 이 말에 공감해요. 주는 기쁨이 더 커요. 저를 통해 예쁜 눈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환자의 드라마틱한 변화에 제가 일조한다는 게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