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멋집

1990년대 말 안동찜닭이 우리나라 외식시장에 뜨거운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일시에 안동찜닭 시장에 뛰어들었고, 2000~2001년에는 젊은이들이 붐비는 곳이면 전국 어디서든 안동찜닭을 맛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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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안동찜닭 프랜차이즈들이다. 그러나 안동찜닭 붐은 오래 가지 못했다. 닭을 소재로 하는 외식업은 대체로 적은 창업비로 인해 진입장벽이 낮아 아이템이 수시로 바뀌는데, 안동찜닭도 그런 영향 아래에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발원지에서는 여전히 안동찜닭은 인기가 있다.

아무리 찜닭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해도 매콤달콤한 양념이 밴 닭고기와 당면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찜닭은 안동찜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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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찜닭
닭집 골목에서 탄생한 안동찜닭

재래시장 상권의 몰락으로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한때 닭집 골목은 시장의 '메인 스트리트'였다. 골목 양옆으로 닭집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붙어 있는데, 닭튀김과 백숙이 주요 메뉴고 옆에는 생닭과 폐백닭 등이 진열돼 있었다.

생닭이나 조리된 닭을 싸가는 고객들이 대다수고 가게 안에 식탁이 두어 개 놓여 있어 닭튀김이나 백숙에 술을 한잔 하거나 끼니를 때우는 이들도 있었다. 경북 안동 구시장에도 이런 닭집 골목이 있었는데, 여기에서 찜닭이 만들어졌다. 그러니까 안동 구시장의 닭집 골목이 지금의 찜닭 골목으로 변한 것이다. 안동찜닭도 언제 누구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는지는 불분명하다. 1990년대 말 안동시 위생계에서 취재한 내용은 이랬다.

"예전부터 해먹던 음식은 아닙니다. 닭집 골목이야 예전부터 있었고요. 1980년대 중반쯤부터인가 찜닭을 하는 집이 생겼습니다. 누가 원조인지는 모릅니다."

안동 구시장 내 찜닭집 주인들의 증언도 이와 비슷하다. 한때 자신의 이름으로 안동찜닭 프랜차이즈 사업을 제법 크게 일궜던 이귀남 씨는 자신이 원조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1990년대 말에 그가 한 말이다.

"남편이 도박에 빠져 가정 경제가 말이 아니었습니다. 시장 안 조카 집을 빌려 생닭과 닭튀김을 팔았는데 집세도 못 낼 만큼 장사가 안 됐지요. 가게 이름은 '매일통닭'이었습니다. 학교 선생님인 듯한 분들이 단골이었는데 닭을 찌개처럼 끓여달라는 주문을 자주 했어요. 처음엔 고춧가루 넣고 찌개를 하다가 이 손님들의 요구에 따라 채소가 들어가고 감자와 당면도 넣기 시작했지요. 그러다가 차츰 지금의 안동찜닭이 만들어지게 된 겁니다."

골목에 동일한 음식을 파는 업소들이 몰려 있을 경우 그 조리법은 업소 간에 서로 영향을 미쳐 비슷해지기 마련이다. 이웃의 장점을 모방하면서 만들어지는 현상이다. 현재의 안동찜닭 조리법도 그런 식으로 정립됐을 것이니 어느 한 업소나 사람을 두고 원조라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통닭에서 찜닭으로 바뀐 사연

안동 구시장 내 오래된 안동찜닭집은 상호를 'OO통닭'이라 달고 있다. 다들 통닭을 팔다가 찜닭으로 메뉴를 바꿨음을 나타내는 흔적이다. 조리기구에서도 예전에는 통닭집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찜닭을 조리하는 냄비는 밑이 깊은 튀김용 솥이다. 불도 튀김 기름을 고온으로 올리기 위해 사용하던, 화구가 큰 업소용 가스버너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1980년대 중반이면 미국식 프라이드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시장을 크게 넓힐 때다. 프라이드 치킨으로 인해 시장 골목의 통닭집들이 고전을 했는데, 그때 안동 구시장 닭집들 역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통닭을 버리고 찜닭을 선택한 것으로 당시 시장 환경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수도 있으며, 생각하기에 따라 블루오션을 찾아 나선 지혜로 읽을 수도 있겠다.


잘게 나눌수록 양념이 잘 배어들어 더 맛있다

안동찜닭 맛은 단순하다. 양념이 전혀 되지 않은 생닭을 살짝 익혀 소스에 버무려 음식을 하며, 그 소스라는 것도 간장맛과 단맛, 매운맛의 조화만 있을 뿐 뒤에 숨어 있는 맛이 없다. 이런 음식은 금방 싫증을 느끼게 돼 있다. 맛이 복잡하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아직 섬세한 미각을 가지고 있지 않은 젊은이들에게는 크게 환영받을 만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한때 젊은이들의 거리에서 크게 번창했지만 다 아는 바와 같이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안동 구시장 내 상인들은 찜닭 맛의 한계를 어렴풋이 눈치 채고 개선책의 하나로 닭을 좀 더 잘게 나누는 방법을 선택했다. 통닭이나 닭볶음탕은 닭 한 마리를 26~27조각으로 나누는데, 찜닭도 그렇게 했다. 최근에는 이를 33조각으로 나누기 시작했다. 닭고기에 양념이 더 많이 배게 하기 위한 것이다. 또 닭을 잘게 나누면 닭뼈가 많이 노출돼 조리 과정에서 골즙을 더욱 풍부하게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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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
황교익

국내 최초의 맛 칼럼니스트.
농민신문사에서 10여 년간 일하며 농산물과 향토음식을 취재했다. 2002년부터 향토지적재산본부에서 지역 특산물 취재 및 발굴, 브랜드 개발 연구를 했다. 현재 tvN <수요미식회> 패널로 활동하고 있다.







김련옥 기자 | 글 황교익(맛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