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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재장수청국장 홍영재 대표 인터뷰 “의사가 만든 청국장, 궁금하면 맛보세요”

에디터 이현정 기자 | 포토그래퍼 김지아

이름을 건다는 것은 누구보다 자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의사가 자기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청국장집이 있다. 병원도 아니고 청국장 집에 의사가 자신의 이름을 걸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홍영재장수청국장에는 청국장 냄새 대신 나무 향이 가득하다. 기둥부터 의자까지 전부 나무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매장 한가운데 우뚝 선 나무는 인테리어와 조화롭게 어우러져 마치 숲에 들어온 듯한 편안함을 준다. 정갈한 매장 분위기만큼 음식도 깔끔하다. 입맛을 돋우는 죽부터 꿀과 청국장으로 맛을 낸 허니토마토, 들깨탕, 마지막으로 메인 메뉴인 청국장까지. 화려하진 않지만 건강을 챙기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모든 인테리어와 메뉴는 홍영재 대표가 직접 선택했다.

“내가 직접 경험한 청국장의 효능을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인테리어를 나무로 한 건 너무 빠른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로 잠시나마 마음에 안정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있다. 나무로 만들어진 고즈넉한 공간에서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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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재 대표

잘나가던 산부인과 의사, 시한부 선고를 받다

홍영재 대표는 청국장 사업을 시작하기 전 산부인과 의사였다. 지금까지 그의 손을 거친 신생아만 해도 4만 명이 넘는다. 내로라하는 유명 인사들의 아이도 많이 받았다. 그때는 그냥 편하게 두 다리 펴고 잠을 푹 자보는 게 소원이었다. 그 정도로 밤낮없이 일했다. 그런 그가 청국장 사업을 시작하게 된 건 13년 전 닥친 큰 시련 때문이었다.
"친구들과 밥을 먹으려고 식당에 갔는데 갑자기 배에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식사는커녕 앉아 있기도 힘들 정도로 강한 통증에 '아 내 몸에 큰 문제가 생겼구나' 싶었다."
그는 곧바로 병원을 찾았고 그곳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대장암 3기였다. 심지어 대장뿐만 아니라 신장에서도 암세포가 발견됐다. 의사가 그에게 선고한 생존 기간은 고작 6개월이었다. 8시간 반 동안 수술을 했다. 그때 콩팥 한쪽을 다 잘라내고, 대장을 30㎝ 정도 도려냈다. 수술은 다행히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그의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수술 후 시작된 항암치료의 고통은 상상한 것 이상이었다. 6개월 동안 여섯 번의 항암치료를 받으며 그는 '이러다가 죽는 거구나'라고 생각했다. 입부터 온 장기가 다 부르튼 것 같아 물 한 모금도 넘기기 힘들었다. 숨쉬기가 어려워 늘 거친 소리를 냈고 얼굴은 새까맣게 변했다. 항암치료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식욕 감퇴와 구토 탓에 몸무게가 15㎏가량 줄었다. 그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처럼 보였다.

“그때 개그맨 이주일 씨가 폐암으로 사망했다. 막연하게 암으로 죽는다는 생각을 하다가 진짜 암으로 죽은 사람 소식을 들으니 아찔했다. 그래서 매일 밤마다 기도했다. 제발 감기에 걸리지 않게 해달라고."

암 환자는 장기간의 항암치료로 면역력이 떨어진다. 그렇기에 감기처럼 가벼운 호흡기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치명적인 폐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며,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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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공예품이 있는 방

죽음의 문턱에서 그를 살린 청국장

죽음의 문턱에서 홍영재 대표의 머릿속에 떠오른 음식이 바로 청국장이었다. "간호를 하다 지쳐 잠든 아내를 보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때 어릴 적 어머니가 끓여주신 청국장이 떠올랐다." 그는 곧바로 고향인 전주에 살고 있는 가족에게 전화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어머니표' 청국장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그 앞에 어머니의 청국장이 놓여졌다.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는 청국장을 보고 있자니 자신도 모르게 침이 꿀꺽 넘어갔다. 청국장을 입에 넣는 순간,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못했던 목구멍이 열렸다. 하얗고 부드러운 두부를 조금씩 입에 넣자 물 흐르듯 청국장이 넘어갔다.

그는 항암치료를 받으며 매일 청국장을 먹었다. 지금도 그는 자신이 살 수 있었던 이유가 청국장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항암치료가 끝나던 날 그는 '이 좋은 음식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단지 내 경험상 청국장이 좋아서 이렇게 사업까지 하게 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학술 논문을 통해 청국장 콩의 항암 효과는 충분히 입증됐다."

실제로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콩에서 올리고당이 발효될 때 특정한 산성 물질이 생성되는데, 이것이 대장암을 일으키는 물질을 없애는 역할을 해 장세포가 암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 것으로 밝혀졌다. 콩의 항암 효과는 콩을 발효시켰을 때 더 커진다. 콩이 발효되면 항암 효과가 있는 폴리글루타메이트와 면역력을 높이는 고분자 핵산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청국장은 비단 암 환자에게만 좋은 음식이 아니다. 세계노화방지학회 같은 곳을 가보면 노화 방지에 효과적인 식품으로 매번 언급되는 게 청국장이다. 뿐만 아니라 청국장은 콜레스테롤 저하, 골다공증 예방, 당뇨병, 성인병, 심장병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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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재 대표

'미쳤다' 소리 듣고 시작한 사업, 사람들이 먼저 알고 찾아오더라

청국장 사업이 처음부터 평탄했던 것은 아니다. 평생을 의사로 살아온 홍 대표가 갑자기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무모한 도전 아니냐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 가장 크게 반대한 사람은 아내였다.

"내가 청국장 사업을 해보겠다고 하니까 아내가 미쳤다고 하더라. 사실 사업이라는 게 쉬운 건 아니지 않나. 사업하다 스트레스를 받아 간신히 회복해놓은 건강을 망칠까 겁도 났던 것 같다. 그냥 앞으로도 의사 홍영재로 살면 안 되겠냐며 매일 나를 설득하더라."

하지만 그 누구도 홍 대표의 강한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그는 아내한테 이렇게 말했다. 말리지 말라고. 한번 뭔가에 미쳐보고 싶다고. 지금 생각하면 아내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생각에 미안하지만 그때는 그의 의지가 확고했다. 홍 대표는 청국장으로 돈을 벌고 싶어 사업을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아내에게는 통장 하나를 내밀며 이 돈이 다 사라지는 순간 사업을 그만두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그의 단호한 모습에 아내도 그를 믿고 응원하기 시작했다.

"내가 바라는 건 단순했다. 음식을 잘 먹고 장이 튼튼해야 장수할 수 있다는 것. 나는 사람들이 이를 실천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한 그 좋은 음식이 청국장이다."

홍 대표는 별다른 홍보도 하지 않았다. 그저 정직하고 묵묵하게 손님들에게 건강한 청국장을 내놓았고 입소문을 타고 홍영재장수청국장을 찾는 손님들이 빠른 속도로 늘었다. 사업을 시작한 지 9년째 접어든 지금, 예약자 명단은 항상 꽉 차 있고 점심에는 손님들이 문 앞까지 줄을 서서 기다린다.

"지금도 북적이는 손님들을 보면 기분이 얼떨떨하다. 하지만 그만큼 청국장이 좋은 음식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청국장을 통해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 책임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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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콩

의사로서는 '최고 권위자'라는 호칭을 듣고 청국장 사업에도 성공했다. 거기에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암까지 이겨낸 홍영재 대표이기에 앞으로의 계획은 좀더 특별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청국장처럼 구수하고 소박했다. 그는 매장 입구를 가득 채우고 있는 오드리 헵번의 사진을 가리키며 자신의 앞날이 그녀와 같기 바란다고 말했다.

“강연할 때마다 마지막에 오드리 헵번의 생애에 대해 설명한다. 그녀는 암에 걸려서도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생을 마감했다. 이것은 보통 마음가짐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비록 그 정도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다른 사람들을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고 싶다."

그는 청국장이 자신의 이러한 꿈을 이뤄줄 동반자라고 말한다. 주말이면 식당에서 70~80대 노부부가 자식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청국장 먹는 모습을 자주 본다. 그는 멀찍이 앉아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본다. 암을 극복하던 날 사람들에게 건강과 행복을 전하고 싶다던 바람이 눈앞에서 실현되고 있으니까. 그런 모습을 보며 그는 살아있기 잘했다는 생각을 되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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