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탑팀
심장도 폐도 아닌 갑상선을 위해 만들어진 센터가 있다. 어찌보면 그리 중요하지 않은 기관인데 진료과 6개, 전문의만 10여 명이 모여 협진한다. 이유를 들어보니 "환자를 사람답게 대하고 치료의 중용(中庸)을 지키기 위해서"란다.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한 원스톱 서비스, 원칙을 지키는 진료로 무장했다
5년 사이에 51.1%나 늘어난 것이다. 중앙대병원 갑상선센터 조보연 센터장은 “갑상선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데 꼭 필요한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이라며 “환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집중적인 연구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갑상선에 이상이 생겨 진료 한번 받으려면 절차가 너무 복잡해 환자가 지치기 쉽다.
수술은 외과에서, 약물치료는 내과에서, 방사선요오드치료는 핵의학과에서 받아야 한다. 갑상선 이상으로 인해 눈이 돌출됐다면 안과를, 목소리에 변화가 생겼다면 이비인후과를 따로 찾아야 한다. 결국 한 달 넘게 기다려 잡은 예약 날짜가 돼도 환자가 진료의뢰서를 들고 병원을 하루 종일 돌아다녀야 하는 것이다.
외래부터 수납까지 원스톱 서비스 마련
중앙대병원은 별관 2층 전체를 갑상선센터로 만들고 환자가 진료 의뢰부터 외래, 검사, 수술 및 후유증 관리, 수납까지 한 곳에서 끝낼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외래부터 초음파검사, 결과 판독, 세포 검사까지는 하루 안에 끝낼 수 있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건 갑상선 전담팀이 상주하면서 의료진이 긴밀한 협진을 이뤄내고 있는 덕이다.
센터 안 진료실에 갑상선 전문 내과의, 영상의학 전문의, 외과의가 늘 있어서 외래 진료 소견을 검사실로 바로 보내 검사받게 하고, 외과의와 함께 결과를 보면서 수술을 결정하는 게 가능하다. 전담 간호사가 환자가 한번 방문했을 때 오래 기다리지 않으면서 이런 과정을 모두 처리할 수 있도록 의료진의 스케줄을 조정한다. 이비인후과, 안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환자가 검사 결과를 들으러 오는 날을 해당 진료과 전문의가 외래보는 날로 맞춰주기도 한다.
논란 없는 치료 위해 정도(正道) 지킨다
대한갑상선학회에서 내린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검사 및 수술에 있어서 선별검사를 하는 것이다. 초음파검사는 갑상선이 커졌거나 가족력, 백혈병이 있거나 제1형 당뇨병 등 위험 질환이 있는 경우만 권한다. 검사 결과 갑상선에서 혹이 발견되면 위험 없는 혹일 뿐인 양성인지, 암 덩어리 혹인 악성인지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 세침흡인세포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이때도 모두 검사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력 등의 암 위험인자가 있거나 혹 크기가 1㎝ 이상인 등 악성 위험이 있을 때만 권한다. 수술도 마찬가지다. 환자와 충분한 대화를 해서 수술 여부를 결정하고, 수술 방법도 환자 의견을 적극 반영해 결정한다. 조보연 센터장은 “갑상선 검사 및 치료 중에는 의사 판단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이때 과도하거나 자의적이지 않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협진 컨퍼런스를 열어 치료의 큰 틀을 세워놓는다”고 말했다.
* 갑상선에 대해서 알아보세요
갑상선이란?
침을 삼키거나 물을 마실 때 목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기관이 보이는데, 그게 갑상선이다. 전체 길이는 4~5㎝, 넓이는 1~2㎝, 두께는 2~3㎝ 정도며 무게는 20g 정도 된다. 날개를 펼친 나비처럼 생겼으며, 갑상선호르몬을 분비한다.
갑상선 양 옆에는 큰 동맥과 정맥이 있으며 목으로 지나가는 중요 신경이 얽혀 있다. 갑상선은 부드럽고 푹신한 이불 같은 두 개의 근육에 싸여 있어서 겉으로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잘 만져지지도 않는다.
갑상선호르몬이란?
신진대사를 조절하고 장작처럼 몸에 열을 내는 역할을 한다. 갑상선에서 생성돼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면서 몸속 모든 기관의 기능을 조율한다. 섭취한 영양소를 에너지로 바꾸고,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며, 총 대사량을 늘리고 체내의 불필요한 물질을 배출하는 데 일조한다.
갑상선호르몬은 뇌하수체에서 만들어지는 갑상선자극호르몬(TSH)에 의해 일정량이 유지된다. 갑상선자극호르몬은 자동온도조절장치 같아서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면 갑상선에 호르몬을 만들라고 신호를 보낸다. 반면 호르몬이 충분하면 뇌에 ‘갑상선을 더 이상 자극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다.
PART_2 갑상선만을 위해 똘똘 뭉친 의료진
환자에 대한 사랑과 친절, 실력을 갖춘 최고의 멤버가 모였다
“환자를 사람답게 대접할 수 있어 기쁩니다”
중앙대병원 갑상선센터 조보연 센터장
환자를 진료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무엇인가요?
우리 센터의 진료 목표는 신속, 정확, 친절입니다. 제가 중앙대병원으로 오기 전 다른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볼 때는 실천하기 어려웠던 요소거든요. 치료 수준과 실력을 높이는 것은 기본이고, 환자가 편하고 안전하게 병원을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고안한 게 원스톱 서비스죠. 환자가 오래 기다리지 않는 병원이 됐으면 합니다. 이미 질병 때문에 힘든 환자에게 병원 내원으로 인한 부담까지 주면 안 되잖아요. 또 모든 의료진이 환자에게 늘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야 진짜 의사가 된 것 같아서 행복해요.
얘기를 들어보니 신속과 친절은 잘 갖춰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정확한 진료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세침흡인세포검사의 실패율을 낮췄어요. 세침흡인세포검사는 목에 바늘을 찔러 넣어서 세포와 조직을 뽑아내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검사예요. 한 번에 세포나 조직을 뽑아내는 데 성공해야 환자에게 부담이 적죠. 이 검사의 평균 실패율이 10~15% 되거든요. 2011년 개소 직후 저희 센터 실패율이 14.8%이었는데, 계속 노력해서 지금은 2.5%로 낮아졌어요.
그럼 수술에 대한 정확도는요?
물론 높였죠. 수술 후 합병증 위험도 낮췄습니다. 갑상선 옆에는 크고 작은 신경이 많고, 뒤에는 부갑상선이라는 게 있어서 수술할 때 이런 것들을 손상시키기 쉽거든요. 대표적인 합병증이 부갑상선기능저하증(몸속 칼슘 농도가 떨어지는 것)이죠. 저희 센터에서 조사해보니 부갑상선기능저하증이 생기는 비율이 다른 병원에 비해 3~6배 낮았습니다.
앞으로 중앙대병원 갑상선센터를 어떻게 만들고 싶으신가요?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의 갑상선센터로 자리매김하고 싶어요. 이를 목표로 임상 연구를 활발히 해 의료 수준을 높이고자 해요. 각 분야에서 환자에게 좀더 부담이 적고 효과가 좋은 치료법이나 검사법 등을 개발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거든요.
덕분에 벌써 변화가 눈에 보이고 있습니다. 센터 개설 전에는 병원 근처인 동작구, 관악구, 서초구, 용산구에서 오는 환자가 56.7%나 됐어요. 그 외 서울 지역은 26.3%, 서울 외 지역은 17%에 불과했죠. 근데 갑상선센터를 열고 나서는 주변 지역 환자가 30.3%로 줄고, 그 외 서울 지역이 41.4%, 서울 외 지역이 28.3%로 늘었어요.
동네 병원에서 전국 병원으로 탈바꿈했다고 할까요(웃음). 해외 환자도 늘었어요. 2014년 해외 환자가 센터 설립 직후인 2011년에 비해 33%나 늘었죠. 목표를 향해 한 발씩 내딛는 것 같아 기쁩니다.
<내분비내과&외과>갑상선의 올바른 진료와 정확한 치료를 책임진다
나에게 갑상선센터는 ‘아끼는 자식’이다.
내분비내과 정윤재 교수
“부모라면 누구나 자기 자식이 훌륭한 사람이 되기 바라죠. 제게는 갑상선센터가 그런 존재예요. 갑상선센터의 탄생부터 함께한 만큼 센터가 무럭무럭 자라서 최고 수준을 자랑할 때까지 열과 성을 다해 키우고 싶어요. 센터에 얼마나 정성을 쏟는지 우리 애들이 샘을 낼 정도라니까요.”
갑상선센터 초창기 구성원 중 한 명인 정윤재 교수는 갑상선질환에 있어 불모지에 가까웠던 중앙대병원을 최고의 갑상선 병원으로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정윤재 교수는 갑상선질환의 진단부터 치료 후 관리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는 주치의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이나 갑상선기능항진증처럼 호르몬에 이상이 있는 사람에게는 호르몬 양을 조절하는 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한다. 또 외과에서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환자의 관리를 책임지는 것 역시 그의 몫이다.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라고 불릴 정도로 치료 예후가 좋은 편이고 약효도 빠르게 나타나요. 환자들이 건강을 회복하는 걸 짧은 시간 안에 볼 수 있죠. 환자들은 병이 빨리 나았다고 행복해하는데,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저 역시 환자 못지않게 행복합니다.”
나에게 갑상선센터는 ‘즐거운 무대’다
외과 강경호 교수
“수술실 조명이 켜지고 바이탈 사인 소리가 나면 제가 열심히 연구한 수술 기법과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시간이 시작돼요. 배우가 세밀하게 감정 연기를 하듯 피부 아래 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고 관리해야 하죠. 같은 수술을 하는 것 같아도 환자나 환경마다 매번 달라서 새로운 느낌을 줍니다. 매번 새로우니까 더 발전하려고 노력하니 완치가 잘 되고 재발이 줄어들어요. 그리고 다음 수술 때 이런 발전을 또 확인하죠. 저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즐거운 무대예요.”
강경호 교수는 수술로 갑상선질환을 치료한다. 갑상선에 문제가 생겼을 때 목을 가로로 절개하고 눈으로 갑상선을 들여다보며 하는 절개술, 겨드랑이와 가슴에 작은 구멍을 뚫고 자유롭게 구부러지는 로봇팔을 갑상선까지 밀어 넣어 모니터를 보며 조종하는 로봇수술 중 선택해 시행한다.
두꺼워진 갑상선이나 암을 떼어내려면 갑상선을 덮고 있는 근육을 먼저 잘라내야 하는데, 이때 근육을 최소한으로 잘라내야 주변 신경과 혈관이 덜 손상된다. 강 교수는 최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 로봇수술을 할 때 환자가 누워 있는 침대와 로봇팔이 결합하는 각도를 조절하면 합병증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아낸 것이다. 강 교수는 이 내용을 조만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할 예정이다.
<영상의학과 & 이비인후과>환자에게 편안함과 믿음을 주는 진료를 꿈꾼다
나에게 갑상선센터는 ‘일터’다
영상의학과 박성희 교수
“일반적으로 의사나 대학병원을 특별하게 보는 사람이 많아요. 의사들도 자신이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한다며 허세부리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제게 갑상선센터는 대단한 일을 하는 곳이 아닌 그냥 ‘일터’예요. 직장인들이 일을 완수하기 위해 매일 고민하듯 저는 환자에게 더 좋은 치료를 해주려고 늘 고군분투할 뿐이거든요. 그게 진정한 의사라고 생각해요.”
박성희 교수는 초음파검사와 조직검사를 통해 갑상선질환 여부를 판별하고 필요에 따라 시술까지 진행한다. 이때 박 교수는 최소한의 검사로 완벽하게 진단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크기가 작은 혹은 꼼꼼하게 분석하지 않으면 진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
그래서 추가 검사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비용이 만만치 않아 환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돌아간다. 박성희 교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번 검사할 때 작은 것도 꼼꼼히 분석해서 추가 검사 없이 완벽한 결과를 얻도록 한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프기 마련이에요. 병원에 왔다 갔다 해야 하고, 몸도 지치고, 경제적 부담도 스트레스로 작용하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그분들의 짐을 덜어드리고 싶어요.”
나에게 갑상선센터는 ‘계륵’이다
이비인후과 이세영 교수
“먹기엔 양이 너무 적지만 버리긴 아까운 게 닭갈비인 계륵이라잖아요. 제게 갑상선센터도 그래요. 갑상선질환 논란과 의료진에 대한 불신이 커져서 환자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게 힘들어졌어요. 수술할 필요가 없는데 무조건 혹을 떼달라는 사람도 있고, 수술이 필요한데도 제가 수익을 올리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며 거부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래서 친구들은 전공을 바꾸는 게 어떻겠냐고 우스갯소리를 해요. 하지만 갑상선 연구에 매진했고, 논란 때문에 혼란스러운 요즘 오히려 의료진의 정확한 조언과 설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버릴 수는 없죠.”
이세영 교수는 갑상선암 수술과 갑상선 수술 후유증을 관리한다. 갑상선 수술을 하다보면 목소리를 내는 데 관여하는 신경을 건드리기 쉽다. 이렇게 되면 후두암에 걸린 것처럼 쉰 목소리가 난다.
이 교수는 다시 예전 같은 목소리를 찾아주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재활치료를 해준다. 필요에 따라 수술로 성대를 한쪽으로 밀어서 다시 목소리가 나도록 한다. “환자와 깊이 교감해서 환자도 의사도 만족하는 치료를 해내고 싶습니다.”
<안과 & 정신건강의학과>환자의 삶의 질까지 고려한다
나에게 갑상선센터는 ‘빛과 그림자’다
안과 이정규 교수
“센터에 합류한 뒤로 갑상선안병증에 대해 더욱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었어요. 쑥스럽지만 덕분에 국내에서 갑상선안병증 연구자로 어느 정도 지위를 갖게 됐죠. 치료 후 때때로 갑상선 때문에 튀어나왔던 눈이 쏙 들어가는 극적인 변화를 보기도 하는데 이때 참 보람돼요. 이런 게 제게 빛처럼 느껴집니다. 그런가 하면 환자의 얼굴과 관련된 병을 치료한다는 게 엄청 부담돼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죠. 그림자라고 할까요.”
갑상선질환자의 상당수는 눈이 앞으로 튀어나오거나 사시가 되고 시력이 떨어지는 등의 갑상선안병증을 겪는다. 이 탓에 삶의 질이 떨어지고 사회생활을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이정규 교수는 눈 주변 뼈와 지방을 제거해서 눈속 공간을 넓혀 튀어나온 눈이 다시 들어가게 하는 수술 등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해준다.
다만 부작용 위험이 있는데, 일반적인 위험도는 10~30%다. 하지만 이 교수의 부작용 확률은 10% 미만이다. 최근 3~4년간 300건 정도 수술했으며, 이는 국내 갑상선안병증 수술 건수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수다.
“센터에 와서 보니 갑상선안병증으로 불안해하고 심리적 타격을 받는 환자를 많이 봤어요. 그래서 100% 치료가 어려울 수 있어도 늘 환자와 함께 희망을 가지며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 노력해요.”
나에게 갑상선센터는 ‘베를린 장벽’이다
정신건강의학과 김선미 교수
김선미 교수는 갑상선질환의 신체적 증상과 함께 나타나는 불안, 긴장, 감정기복, 우울증 등의 심리적 문제를 해결해준다. 갑상선질환 탓에 목이 굵어지거나 눈이 튀어나오고 땀이 너무 많이 나서 사회생활이 어려워지면 자연히 정신건강도 피폐해지기 마련이다. 이때 김 교수가 상담, 심리치료 등을 동원해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 치료 의지를 북돋워줘야 수술이나 약물치료의 효과가 커진다.
“이 질환과 함께 긴 여생을 보내야 한다는 불안감, 외형의 변화가 야기하는 우울감은 마음 건강을 망치고 신체 증상도 더 심해지게 만들어요. 저는 환자의 동반자가 돼서,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를 함께 준비 하고 싶어요. 저와 만난 뒤로 활력을 되찾는 모습을 볼 때 큰 보람을 느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