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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인생의 길흉화복 중 하나일 뿐이다

30년가량 정신과 의사로 사람들을 만나며 깨달은 게 있다. 인생은 길흉화복이라는 강물에 흘러가는 돛단배라는 것. 그리고 그 배가 그저 흘러가게 두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비록 암일지라도 말이다.

아무리 제왕의 사주를 가지고 태어났더라도 한평생 좋을 수만은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자. 상고를 겨우 졸업한 가난한 청년이 그토록 어렵다는 사법고시에 합격해 판사가 됐다. 그런데 6개월 만에 판사직을 박차고 나와 인권변호사가 되더니 선거에 나와 7번을 떨어졌다. 웬만한 사람 같으면 이미 폐인이 됐으련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대통령까지 됐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리라 상상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운의 흐름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았더라면 그런 사태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좋지 않은 운이 왔을 때 입산수도하는 게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 자리에서 물러난 뒤 위기에 왔을 때 백담사에 들어간 적이 있는데 정말 잘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도 저도 안 될 때는 차라리 감옥에 가는 것이 낫다. 물론 재벌이나 정치가들은 감옥에 가는 걸 죽기보다 싫어한다. 하지만 운의 흐름에서 보면 감옥에 가는 것이 반드시 나쁜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사형수로 5년을 복역했고, 얼마 전 타개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만델라 대통령은 30년을 감옥에서 보낸 끝에 세계적 위인이 됐다.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세 가지 폐운(廢運)
암 예방 편지를 쓰면서 운을 언급하는 이유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때로는 운명적으로 어떤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인생에서 좋지 않은 때(폐운: 운세 흐름상 5~10년 정도 매우 나쁜 운이 오는 시기)를 만나는 경우다. 폐운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찾아온다.

첫째는 잘나가던 정치가나 고위 공무원이 구설수에 휘말려서 명예를 잃게 되는 경우다. 권세를 누리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범법자로 몰리게되고, 그동안 쌓아온 명예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문제를 일으켜 망신을 당한 모 지검장의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 그 사람을 결코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죽고 싶을 만큼 괴롭더라도 세월이 지나 다시 좋은 운이 찾아오면 재기할 수도 있으니 제발 극단적인 행동은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두 번째는 사업하던 사람에게 금전적 손실이나 부도가 갑자기 찾아오는 경우다.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이 이런 경우에 해당 될 수 있다. 자신이 평생 일궈놓은 그룹이 하루아침에 해체되는 일을 겪는다는 건 엄청난 충격일 것이다. 하지만 김우중 회장이 그런 힘든 일을 겪고도 지금까지 건재해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할 수 있다는 자체가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암은 인생의 나쁜 운 중 하나일 뿐이다
폐운 중에 가장 심각한 것은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굳이 다른 예를 들지 않더라도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수십조원의 재산이 있어도 건강을 잃어버리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 회장 입장에서는 건강을 회복할 수만 있다면 삼성그룹 전체를 다 줘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이 회장은 수년 전 폐암이 발병했을 때 좋지 않은 운의 조짐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암의 치료에만 주력하다 심장에 이상이 있다는 걸 놓쳤다는 것이다. 일단 암 진단을 받으면 운의 흐름이 좋지 않은 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해 매사에 주의를 기울이고 자신의 건강뿐 아니라 생활 전반적인 면에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사실 운의 흐름을 예측한다는 것은 일종의 기상예보와 같다.

좋은 운이 왔을 때는 적극적으로 나가서 활동을 하되 좋지 않은 운이 올 경우를 대비해 건강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무리 하지 말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절망하거나 좌절하면 안 된다. 좋지 않은 때가 지나가면 다시 좋은 때가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그것이 비록 암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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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생(박진생신경정신과의원 원장)
박진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박진생신경정신과의원 원장. 외국인을 위한 정신클리닉을 운영하면서 사회 계층이나 국가 수준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심리와 정신 문제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에디터 이현정 | / 글 박진생(박진생신경정신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