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먹었는데, 왜 나만 식중독?
음식에 포함된 바이러스 數 영향
굴은 속까지 완전히 익혀야 안전
감염자가 요리하면 전염 가능성

주부 이모(32)씨는 지난 주, 식구들과 함께 굴전을 만들어 먹었다. 이틀이 지난 후 속이 미식거리는 증상과 함께 구토를 한 이씨는 체한 줄 알고 소화제를 먹었다. 하지만 그 뒤에도 이씨는 설사를 계속하고 열이 38도까지 올라 병원에 갔다. 의사는 "이틀 전에 먹은 굴전이 제대로 안 익어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말했다. 이씨가 "굴전을 같이 먹은 다른 가족들은 멀쩡하고 나만 감염된 것이 이상하다"고 말했더니 의사는 "장 점막의 방어능력이 다른 가족들보다 약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노로바이러스 감염, 사람마다 다른 이유
노로바이러스〈그래픽〉는 오염된 음식과 함께 몸 안으로 들어오면 위(胃)와 장(腸) 점막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킨다. 노로바이러스는 기온이 떨어지면 생존 기간이 연장돼 겨울철 식중독의 주요 원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10~2014년) 겨울철 식중독의 절반(49%) 가량이 노로바이러스 때문에 생긴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24~48시간 동안 잠복기를 거친 후 설사·구토·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된 식품을 똑같이 먹었는데 어떤 사람은 탈이 나고 어떤 사람은 탈이 안나는 이유는 면역력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로바이러스가 몸 속으로 들어오면 위와 장 점막에서 항바이러스 물질이 분비되고 면역 항체가 작동해 바이러스를 사멸시킨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장 점막의 면역력이 좋으면 노로바이러스에 감염이 안 될 수 있다.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최성호 교수는 "과민성장증후군·대장염이 있어 평소 배탈이 잘 나는 사람이나 간 질환자는 장 점막 면역력이 떨어져 있으므로 식중독 위험이 높은 조개·채소 등은 익혀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몸 안으로 들어 온 노로바이러스의 수와 위산(胃酸)의 기능도 감염 유무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오염된 굴 한 개만 먹어도 감염
노로바이러스는 주로 익히지 않은 조개류, 채소, 과일을 먹고 감염이 된다. 사람의 대변에서 나온 바이러스가 바다·토양에 있다가 식재료를 오염시키는 것이다. 특히 생굴을 먹고 많이 걸리는데, 국내 조사는 없지만 일본에서 1996년부터 2009년까지 오사카 지역에서 발생한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을 분석한 결과, 78.2%가 식품을 통해서 감염됐고 이 중 62.3%가 생굴 섭취에 의해 발생했다(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 충북대 식품공학과 김광엽 교수는 "굴은 생으로 많이 먹기 때문에 노로바이러스 감염의 원인이 된다"며 "노로바이러스는 10개만 섭취해도 감염이 될 정도로 감염력이 높아 굴 한 개만 먹고도 감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굴 이외에도 샐러드, 샌드위치, 냉동 건조 과일 등도 주요 원인 식품이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조리사가 요리한 음식을 먹거나,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접촉한 물건을 만져도 감염이 될 수 있다.
◇재감염도 잘 돼
노로바이러스는 한 번 감염된 후에도 우리 몸에서 면역이 안 생겨 다시 감염될 수 있다.
김우주 교수는 "노로바이러스는 감염 후 면역 반응이 오래 가지 않아 우리 몸의 항체가 기억을 하지 못해 재감염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 의대 미생물학교실 백순영 교수는 "노로바이러스는 150여 종이나 있고, 변이도 잘해 한 번 걸린 사람이라도 다른 유형의 노로바이러스에 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노로바이러스를 치료하는 항바이러스제나 백신은 없는 상황이다.
예방을 위해선 채소·조개 등은 85도에서 1분 이상 속까지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는 부착력이 강해 손은 20초 이상 씻어야 한다. 설사·구토 등의 증상이 있는 사람은 감염을 의심하고 적어도 3일 간은 요리를 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