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피플 정영택 온누리스마일안과 원장

이미지
온누리스마일안과 정영택원장

각막이식하는 국내 유일의 개인병원 운영

정영택 원장은 1995년 전북대병원 안과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한 해에 각막이식술을 30~40건 했다. 2001년 전주에 개원한 뒤에도 각막이식술을 그만둘 수 없었다. 정 원장은 “전라북도에 각막이식 전문 수술을 하는 사람이 부족해서 환자들이 개원한 저한테 오는 거예요.  각막이식을 해야 시력을 되찾을 수 있는 환자를 모른 척할 수 없었죠.” 각막이식을 하려면 시설, 의료장비, 인력 등 갖춰야 할 것이 많다. 기증된 각막을 보관하는 안(眼)은행도 운영해야 한다. 또 오전·오후 내내 진료를 보다가 근처에 각막 기증자가 있다는 전화를 받으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출동해야 한다. 사망 후 6~8시간 내 안구를 적출해야 온전한 각막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시골 마당에서 천막을 치고 시신의 안구를 적출한 적도 있어요.(웃음) 그래도 요즘엔 병원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니 여건이 좀 나아졌죠.”

개인 시간을 할애해 기증자의 안구를 적출하고 난 뒤에는 진료·수술 일정을 또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지만, 그는 각막이식수술을 해주는 것만큼 보람된 일은 없다고 말한다. “제가 눈을 선물해 주는 거잖아요. 각막이식 후 시력을 되찾고 제2의 인생을 사는 사람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 없어요.” 전라북도에는 그를 삶의 은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각막이식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져 국내 기증자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식된 각막의 10%만 국내 기증자로부터 제공을 받고 있다. 특히 사후(死後) 기증은 점점 줄고 있다. 사회적인 인식 부족 때문이다. 장기기증은 곧 시신 훼손이라는 생각이 아직도 뿌리깊게 자리 잡아 장기기증은 자손들에게 큰 부담이다. 게다가 장기기증에 대한 칭찬 문화가 부족한 것도 걸림돌이다. 정 원장은 “사후에 안구기증을 해봤자 정부에서 감사패 한 장 안 준다”며 “우리 병원에서는 각막을 기증 한 사람에게 따로 감사패를 준다”고 말했다.

15억원 가치의 재능기부… 대통령 표창 받아

2001년 개원 후 지금까지 그는 소방관과 경찰관에게 무료 시력교정술을 해주고 있다. 그의 손끝을 통해 안경을 벗은 소방관은 300명, 경찰관은 200명에 달한다.

“2001년 어느 날 서울 홍제동에서 큰 화재가 있었어요. 순식간에 소방관 여섯 명이 순직했죠. TV로 지켜보며 많이 울었습니다. 얼마 뒤 미국에서 9·11 테러가 일어났는데, 미국은 테러진압 하는 소방관을 영웅으로 대접하는 거예요. 국내 현실이 미국과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서 뭔가 돕고 싶은 마음에 무료 시력교정술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소방관이 안경을 쓴 채 컴컴하고 연기 가득한 화재현장에 투입되면 매우 위험하다.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기 어렵고, 높은 열기로 인해 안경에 금이 가 유리 파편이 튀는 경우도 종종 있다. 택트렌즈를 껴도 엄청난 열과 땀으로 빠지기 일쑤기 때문에 시력교정술을 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정 원장은 소방관에게 무료 시력교정술을 시작하고 2~3년 뒤 경찰관도 시작했다. 경찰관은 현행범을 체포할 때 제압하는 과정에서 안경이 깨지면서 유리 파편으로 눈을 다칠 수 있다. “한번은 병원 건물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났어요. 환자와 직원들을 대피시키고, 이내 소방차가 와서 진압이 끝났죠. 그런데 새까만 얼굴을 한 한 소방관이 오더니 씩 웃으며 인사하는 거예요. 얼굴이 검게 그을러서 처음엔 잘 못 알아봤지만, 그분은 저에게 무료 시력교정 수술을 받은 소방관이었어요. 좋은 일을 해주는 병원 건물이라서 평소보다 더 열심히 진압했다고 하더군요. 정말 고마웠어요. 그 소방관의 얼굴은 잊었지만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해요.”

시력교정술 비용이 300만원임을 고려할 때 정 원장은 지금까지 약 15억원의 재능 기부를 했다. 이러한 공로로 지난해 12월 19일 청와대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그는 2006년부터 매년 해외 의료봉사를 해오고 있다. 전주예수병원 의료선교단(PMC)의 요청으로 의료 환경이 열악한 스리랑카 고원지대를 찾아 안과 진료와 백내장 수술을 한다. 지금까지 백내장 수술을 해준 환자는 130명 정도다. 해외봉사를 가면 수술 재료나 약품에 드는 비용뿐만 아니라 1주일간 병원을 비워야 하기 때문에 손실이 크다. 정 원장은 “안과도 잘되는데 좀 나눠 주면 어때요.(웃음) 주변에 알게 모르게 좋은 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칭찬이 부족한 것 같아요. 좋은 일을 하면 칭찬해 주는 문화가 형성되면 좋겠습니다.”

 




이미지
온누리스마일안과 정영택원장

라식·라섹·백내장 등 각막 수술의 권위자

그는 각막 수술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안과 수술 중에서 가장 고난도 수술인 각막이식을 적극적으로 하다 보니, 각막 수술(라식·라섹·백내장 등)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술기(術技)를 자랑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라식수술 1000건을 달성했으며, 전(前) 대통령 빌 클린턴의 동생 로저 클린턴도 정 원장에게 라식 수술을 받았다. 정 원장은 “모든 각막 수술은 각막이 안 찌그러지게 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각막이 조금만 찌그러져도 시력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각막 주변부를 잘 만져서 찌그러지는 것을 최소화하는 노하우가 있어 각막 수술에 자신있습니다.”

그는 또한 국내에서 몇 안 되는 난시교정술의 명의이기도 하다. 난시가 있는 사람의 각막은 찌그러져 있는데, 이를 잘 다듬어 시력 교정을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안전한 시력교정술로 개발된 스마일(SMILE-SMall Incision lenticule Extraction) 시력교정술에 집중하고 있다.

스마일은 라식·라식과는 다른 특수 레이저를 각막 부위에 쏘는데, 이 레이저는 각막 표면을 그대로 통과해 각막실질만 깎는다. 각막 표면을 2mm 정도 절개한 뒤, 이를 통해 깎아낸 각막실질을 빼내면 수술은 끝난다. 라섹처럼 각막 표면을 깎지 않아 각막 혼탁 위험이 거의 없고, 각막 표면 절개를 최소화해 안구건조증·외상 취약의 단점을 극복했다. 스마일 시력교정술은 2012년에 도입돼 현재 국내 병원 20곳에서 시행하고 있다. 정 원장은 최근 대한안과학회에 스마일 시력교정술효과에 대해 국내 최초로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논문 내용에 따르면 스마일 시력교정 환자 92명의 평균 시력은 수술 다음 날 0.9~1.0으로 바로좋아졌고, 수술 후 12개월(1년)이 경과해도 1.0~1.2까지 안정적으로 시력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일은 합병증이 적어요. 시력이 다시 나빠지지도 않고, 안구건조증과 빛번짐 등의 위험이 적죠. 안구 절개를 2mm밖에 안 하기 때문이지요. 각막에서 가장 단단한 겉부분을 깎지 않아 각막혼탁도 거의 없습니다.”

다만, 스마일 라식의 단점은 기계가 자동으로 중심 시력이 있는 시축(視軸)을 맞춰 각막을 깎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안과 의사 스스로 중심 시력을 잘 알고 그에 따른 테크닉으로 각막을 잘 절삭해야 한다. 정 원장은 수많은 각막이식의 경험으로 중심 시력을 잘 맞추는 테크닉이 있다. 이런 테크닉을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아시아태평양굴절레이저 심포지엄에서 스마일 시력교정술 테크닉에 대해 강의하기도 했다.

 




이미지
(왼쪽사진)안구건조증·빛번짐 같은 시력교정술의 부작용을 최소화한 ‘스마일’ 시력교정술을 하는 모습, (오른쪽사진)지난해 8월 개원한 서울 강남의 온누리스마일안과

제2의 도전, 서울 강남에 문을 연 온누리스마일안과

정영택 원장은 지난해 8월 서울 강남역 부근에 온누리스마일안과를 개원했다. 전주에서 가장 큰 안과를 운영하는 터라 서울 진출에 대해 주변에서 반대가 많았다. “전주 온누리안과는 매년 매출이 20% 신장하고 있어요. 그러나 전주의 인구는 계속 줄고, 의사도 많이 없어서 곧 한계가 드러날 것 같아요. 조금 넓은 시장에서 승부를 보고 싶었습니다.”

그는 각막수술만큼은 자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서울에 있는 안과는 마케팅에 너무 치중하다보니 어렵네요.(웃음) 전주에서 개원했을 때는 첫날부터 40~50명의 환자가 몰려 왔는데, 서울 병원은 4개월 째 환자가 거의 없어요. 시골 쥐가 서울 쥐를 이기기 참 어렵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포기란 없다. 환자를 대하는 진정성과 각막수술 실력은 정 원장을 따라올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각막이식 수술과 소방관·경찰관 무료 수술은 계속 할 예정입니다. 시력교정술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서울 병원에 환자도 늘 것이라고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