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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료기관평가는 어떻게 발전했나
월간헬스조선 2월호(112페이지)에 실린 기사
입력 2015/02/12 13:00
의료기관평가 시작한 지 50여 년, 다양한 평가로 환자 중심 의료의 質 향상에 기여
미국보다 44년 뒤진 1963년 처음 시작
국내 의료기관평가는 1963년 처음 시작됐다. 1919년부터 의료기관평가를 시행한 미국보다 44년 뒤졌지만 50여 년 동안 급속도로 발전해 이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에 이르렀다. 국내에서 처음 실시한 의료기관평가는 1963년 당시 보건사회부가 시행한 ‘수련병원 지정 심사’다. 심사를 위해 각 병원의 실태를 조사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병원 수준을 평가하는 계기가 됐다. 정부 주도로 시작됐지만 예산 확보가 되지 않아 2년 만인 1965년 평가 주체가 대한병원협회로 바뀌었다.
좀더 체계가 잡힌 것은 1980년이다. 그해 대한병원협회는 의료기관평가를 중점사업을 정해 ‘수련병원 지정 심사’를 포함한 새로운 평가제도를 만들었다. 바로 ‘병원 표준화 심사’다. 병원 표준화 심사는 1977년 의료보험 시행과 함께 의료의 공급·수요가 증가하자 병원의 윤리성을 높이고, 환자의 적정진료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병원의 진료윤리, 시설 및 장비, 진료통계 등이 평가 대상이었으며, 기존에 실시하던 수련병원 지정 심사의 내용도 평가에 포함됐다. 이는 당초 대한병원협회가 수련병원을 위한 심사를 시행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표준화 심사만 시행할 경우 병원 측에 이익이 없을 수 있다는, 병원 측의 반발을 예상한 것이었다.
초기의 병원 표준화 심사는 이전에 시행했던 수련병원 지정 심사에 비해 밀도 있게 병원 현황을 파악할 수 있었지만, 미국의 심사 항목을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설문이 우리나라 병원 현황에 다소 맞지 않았다. 대한병원협회는 이런 한계점을 개선하기 위해 미국 병원합동신임위원회의 병원조사표에 기초를 두고 여러 차례 보완·수정을 거쳐 2000년 병원 표준화 심사 요강을 개정했다. 이어 2003년에는 명칭을 '병원신임평가'로 바꿨다. 이 제도는 지금도 대한병원협회 주관하에 매년 시행되고 있다.
한편, ‘병원 표준화 심사’를 독립된 기구가 아닌 대한병원협회가 담당한다는 점에서 평가의 객관성 문제가 제기됐고, 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생겼다. 이를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1994년 의료보장개혁위원회가 구성됐고, 이듬해부터 ‘의료기관평가제’가 실시됐다. 의료기관평가제는 병원의 시설, 장비, 인력, 진료과정 등을 평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적은 예산으로 전담기구 없이 의료기관을 평가하다 보니 의료 수준의 평가보다는 의료기관의 시설 등 구조적인 측면을 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드러났다. 또 300병상 이상의 병원이 의무적으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 때문에 의료계 반발이 계속 일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2009년 6월 평가제도를 인증제도로 전환해 자율적으로 의료기관이 참여하도록 했다. 인증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증평가 전담 기관인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을 설립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환자 안전, 의료기관의 인력관리 및 운영, 환자의 만족도 등을 평가할 수 있도록 문항을 구성하고 ‘의료기관 평가 인증제도’를 만들어 2010년 전국 12개 병원을 대상으로 시범조사를 실시했다.
인증제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환자 안전과 의료 질 향상 활동에 실질적인 도움이 돼 의료진 중심의 의료문화에서 환자와 보호자 중심의 의료 문화로 전환시켰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의료기관평가인증제도는 2012년 국제의료질향상학회(ISQua)의 인증을 받아 국제적인 수준을 갖추게 되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병원 평가인 JCI도 ISQua의 인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의료기관평가인증제는 더욱 주목을 받았다. 현재 의료기관평가인증제는 4년을 주기로 시행되고 있으며, 올해로 2주기 평가를 맞고 있다.
전문적인 분야에 집중하는 평가제도도 등장했다. 보건복지부에서 2001년부터 매년 시행하는 응급의료기관평가는 국민이 응급의료서비스를 더욱 신속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응급실의 시설, 인력, 장비 등의 수준을 평가한다. 그 덕분인지 응급의료기관의 외상환자 사망률이 1998년 50.4%, 2004년 39.6%, 2010년 35.2%로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응급의료의 질적 수준이 점차 향상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2007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요양급여적정성평가’도 의사가 환자에게 과대 또는 과소 진료 하지 않는지를 평가해 환자가 받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 질을 한 단계 높였다. 평가 점수가 높은 기관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그렇지 않은 기관에는 패널티를 적용해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질 향상 개선 활동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의료에도 세계화 바람이 불면서 의료관광산업이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병원은 병원의 신뢰도를 높이고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각종 의료기관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으려 하고 있다. 다양한 의료기관 평가 도구의 등장은 국내 의료기관의 수준을 향상시키고, 환자가 좀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는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관리, 의료정보 관리 등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기존 제한적인 의사, 간호사 중심의 평가를 떠나 전문 직종이 폭넓게 참여해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 신뢰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박운제
대전보훈병원 의무기록 실장, 중앙응급의료기관 평가위원.
충남대 보건대학원 보건학 석사, 원광대 보건대학원 보건행정학 박사.
《의료의 질 향상 지침서》, 《의료의 질 관리》 등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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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료기관 평가의 역사
1963년 보건사회부, 수련병원 지정 심사 실시
1981년 대한병원협회, 병원 표준화 심사 실시
1994년 의료보장개혁위원회 구성
1995년 의료보장개혁위원회, 의료기관 평가제 실시
2000년 대한병원협회, 기존의 병원 표준화 심사 내용 개정
2001년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기관 평가 실시
2003년 대한병원협회, 병원 표준화 심사를
병원 신임 평가로 명칭 변경
2007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요양급여적정성 평가 실시
2009년 보건복지부, 의료기관 평가제를 인증제로 전환
2010년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의료기관 평가 인증제 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