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기 원장의 부부클리닉 ②
‘미안하다·사랑한다·고맙다’의 생활화
76년간 연애하듯 알콩달콩 사는 노부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강원도 횡성군 어느 조그만 산골마을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98세)와 할머니(89세)의 연인 같은 생활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부부는 언제 어디를 가든 같은 빛깔의 ‘커플 한복’을 입고 두 손을 꼭 잡은 채 다닌다. 커플룩을 입은 노부부 모습이 그렇게 다정할 수 없다. 꽃 피는 봄에는 꽃을 서로의 머리에 꽂아 주며 예쁘다고 칭찬해 주고, 시원한 여름이면 개울가에서 물을 뿌리며 아이처럼 논다.
가을에는 낙엽을 서로에게 던지며 장난을 치고, 겨울에는 눈싸움을 걸며 눈사람도 만든다. 지루할 틈 없이 이렇게 알콩달콩 살아온 세월이 무려 76년이다. 노부부는 평범하지만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진정한 부부사랑을 실천하면서 살았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세상에서 수십 년간의 사랑을 한결같이 지켜 우리 가슴에 큰 감동을 줬다.
여성 72% “나이 든 남편 돌보는 일 부담스러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여성의 71.8%가 “나이 든 남편 돌보는 일이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최근 시집살이 대신 ‘남편살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그래서인지 황혼이혼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황혼은 자녀들을 떠나보내고 부부끼리 노후를 재미나게 즐기는 시기가 아닌, 그간 참았던 부부간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시기가 된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영화 속 “죽을 때에도 함께 가고 싶다”는 강 할머니의 대사에서 부부끼리 내 상처, 네 상처를 조금씩 달래 주며 오순도순 살고 싶은 작은 소망을 떠올리는지 모르겠다.
사랑 표현, 지금 당장 실천하자
영화를 보면서 지금까지 서로 사랑하며 살지 못한 데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면, 이제는 앞으로 어떤 부부로 살아갈 것인지 생각해 보자. 76년간 한결같이 최고령 로맨티스트로 산 노부부의 최장수 연애 비결을 살펴본다.
첫째, 원하는 것을 요청할 때는 비난하지 말고 분명하게 하자. 노부부는 ‘싫다’, ‘밉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상대를 비난하거나 아프게 하는 부정적인 말도 않는다. 대신 분명하고 지혜롭게 요청한다. 영화에서 할머니는 한밤중에 화장실에 가면서 무섭다고 할아버지에게 화장실 입구에서 “어디 가면 안 돼요. 나 무서우니 노래 불러 주세요”라고 요청한다. 담백하고 분명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요청하는 모습이다.
둘째,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자. 상대의 말을 묵묵히 들어 주기 위해서는 평소에 배려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배려는 내가 무언가를 해주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이다. 배우자가 나로 인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거워야 한다. 자기 식대로 해석하고 판단하지 말고 배우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들어 보고, 할 수 있는 것이면 최대한 그대로 수용하자.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요청할 때 ‘안돼’라고 답하거나 ‘왜 해야 하느냐’고 묻지 않는다.
셋째, 함께 즐기는 시간을 많이 갖자. 배우자를 외롭게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영화 속 노부부는 일년 사계절 내내 함께하며 매 순간을 즐긴다. 작은 배려에 감동하며,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상대 곁에서 늘 지키며 함께한다. 함께 한 시간이 많이 쌓일수록 사랑도 깊어지고 추억도 많아진다.
넷째,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맙다’를 생활화하자. 서로 아끼고 감사하는 마음을 그때그때 주고 받는 부부가 되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할머니의 시린 손과 아픈 무릎을 할아버지가 ‘호~’ 하고 불어 주면 할머니는 그 즉시 “호~해줘서 많이 나아졌어요. 고마워요”라고 답해 준다. 이렇듯 존댓말, 칭찬, 고마움의 표시 같은 긍정적 표현을 자주 하면 서로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깊이 느낄 수 있다.
다섯째, 사랑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자. 다른 사람 앞이라고 부끄러워하거나 낯설어 할 필요 없다. 노부부는 어딜 가든 커플 한복을 입고 두 손을 꼭 잡은 채 걷는다. 길을 걷다 들국화를 꺾어 할머니에게 주기도 하고, 와락 껴안기도 한다. 할머니 얼굴이나 손을 잡아야 잠을 자고, 자다가도 눈을 지그시 뜨고 할머니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이런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할머니는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할아버지의 적극적인 애정 표현 덕에 할머니는 평생 귀엽고 지혜로운 아내로 살 수 있었다.
세상에서 소중하게 여겨야 할 가치는 ‘조건’이 아니라 부부간의 ‘사랑’이다. 옆에 있는 내 배우자가 소중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돌아보자. 부부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돈, 학력, 지위, 사회적 성공과 상관없다. 준비물은 당장 실천할 ‘지금의 마음’이다.
김숙기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
부부상담 및 부부갈등 조정전문가이자 부부코칭 및 가족리더십 전문가다.
KBS <사랑과 전쟁>, TV조선 <법대법> 등에 출연해 갈등을 빚고 있는 부부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