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클리닉]암

암치료는 대부분 암 크기를 줄이고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그런데 암 크기를 줄이기 위해 독한 항암제를 쓰면 머리카락이 빠지고 식욕이 떨어지며,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환자의 전반적인 몸 상태가 나빠지고 삶의 질이 떨어지기 쉽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는 목표 아래 세워진 곳이 있다. ‘한·양방 협진을 통한 한의통합의학적 암 치료’라는 진료 방향을 세운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암센터다. 환자의 면역력과 체내 환경을 암치료에 유리한 방향으로 만드는 데 장점이 있는 한의학과 빠른 시간 안에 암 크기를 줄일 수 있는 현대의학의 장점을 조화시키려는 시도다. 두 장점이 합해지면 암 크기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동시에 암환자의 자가치유 환경이 조성되고, 정신 건강이 잘 유지될 수 있다. 면역력이 높아지고 체내 염증 수치가 낮아져 고된 항암치료 등을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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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경희대한방병원

◇ 한・양방 의사, 수시로 ‘위원회’ 열어 암치료 방향 토론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암센터는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체계적인 한·양방 협진 틀을 갖추고 있다. 항암치료할 때 협진을 예로 들면, 3~4일간은 독한 항암제를 투여해 빠르게 항암효과를 볼 수 있도록 만든다. 이후 2~3주 쉬는 기간에는 항암 효과가 있으면서 체내 환경을 개선해 면역력을 높여주는 한약 등으로 집중적인 한방치료를 한다. 전문의들은 2~4주에 한 번씩 모여 ‘다학제 위원회’, ‘말기암 완화 위원회’, ‘양·한방 암 교류 위원회’ 등을 열고 환자의 치료방향을 논의한다.

진료 방향을 결정할 때는 환자 입장과 한·양방 상대 영역을 최대한 존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한방암센터에서 진료받는 환자라도 현대의학적 치료를 주로 받고 싶다면 센터 내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를 주치의로 지정한다. 한방내과 전문의에게 ‘협진해 달라’고 말할 때까지 한방내과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환자가 한의학적 치료를 받고 싶어 할 때도 마찬가지다. 환자가 한·양방 협진을 원할 때는 두 진료과가 적극 협진한다. 예를 들어 피검사, CT검사를 거쳐 수술을 마친 뒤에는 항암치료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대신, 한약 등으로 항암 효과를 증폭시키는 것이다.


◇ 근거 의학 중심으로 한방치료 시도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암센터에서는 임상시험을 거쳐 과학적 증거가 있다고 판단되는 천연 유래물을 엄선해 암치료에 쓴다. 대표적인 게 ‘해암탕’이다. 해암탕은 뇌공등, 와송, 건칠, 필발, 오수유 등의 한약재 30여 종을 섞어 만든 한약으로, 한의학에서 전통적으로 암치료에 많이 쓰던 약이다. 최근 한방내과 윤성우 교수가 미국 텍사스 의대 MD앤더슨 암센터 연구팀과 함께 한의학의 암치료 및 암예방 효과에 대한 기초 및 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암탕에 쓰이는 한약재가 몸속 세포 내에서 독성 염증을 만들어 내는 물질(NF-kB)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다.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할 때 정상세포가 손상되는 것은 막고, 약의 내성은 줄여 주며, 치료 효과는 높인다는 점을 함께 밝혔다.

2014년 10월 열린 국제통합암학회에서는 ‘보중익기탕’의 효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보중익기탕은 황기, 인삼, 백출, 감초 등의 약재를 섞어 만든 것으로 한의학에서 기가 부족할 때 처방하던 탕약이다. 보중익기탕이 암과 수술, 항암 및 방사선 치료로 인해 환자의 60~90%가 느끼는 피로감과 무력감을 완화하는 데 큰 효과를 내며, 항암치료와 병행하면 부작용이 줄어들고 치료 효과가 높아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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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내과 윤성우 교수(왼쪽)가 국제통합암학회(The International Conference on Society for Integrative Oncology)에서‘보중익기탕’의 효과를 발표하고 있다.

◇ 오랜 치료로 인한 만성통증, 근골격계 질환도 관리

항암치료를 받고있는 환자 중 30~50%는 암성 통증을 겪는다. 통증의 강도는 암이 진행될수록 심해지고, 끝을 알 수 없어 환자를 고통스럽게 한다. 출산의 고통이 10점 만점에 7~8점이라면 암환자의 통증은 10점까지 갈 수 있다고 한다.

암성 통증의 75~85%는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므로 마약성 진통제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독한 약물을 쓴 탓에 변비, 오심, 구토, 호흡곤란 등의 부작용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한방암센터에서는 치료를 좀더 편안하게 받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통증을 줄이기 위해 약물치료와 침치료를 병행한다. 침치료는 체질침, 전기침, 이침, 봉독약침 등으로 이뤄진다. 침치료를 하면 약물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진통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암환자의 근골격계 질환도 관리 해준다. 암환자 중에는 오랜 기간 침대에 누워 입원치료를 받은 탓에 목, 어깨, 등, 허리 등에 통증이 있거나 관절이 굳어서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전기 침치료, 뜸치료, 경피 온열자극치료 등을 하면 통증이 줄어들고 관절 가동범위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 명상・웃음 등 통합치유 프로그램 시행

암환자의 삶의 질과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한방암센터에서는 통합치유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임상적 연구가 어느정도 진행된 명상요법, 기공요법, 운동요법, 웃음치료, 음악치료, 산책요법 등을 도입해 시행 중이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내과 윤성우 교수는 “암환자의 면역력을 높이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며 생존 기간을 늘린다는 연구결과가 많다”고 말했다. 명상요법은 환자의 불안, 우울, 분노 등의 감정을 푸는 데 도움이 된다. 기공요법은 호흡, 운동, 명상을 결합한 운동의 일종으로, 몸을 이완해 스트레스호르몬과 피로도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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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치유프로그램 중 일부인 ‘명상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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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공요법’(오른쪽)을 하고 있는 모습.
◇ 현대의학과 한의학, 배척관계 아니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암센터의 혈액종양내과와 한방내과 진료실은 서로 마주보고 있다. 환자를 진료할 때 언제든 맞은편 진료실로 달려가 환자 CT사진이나 진료차트를 보고 두 진료과의 전문의가 논의한다. 이곳에서는 매우 자연스럽지만, 사실 한의학과 현대의학의 협진은 쉽지 않다.

한의학이 질병과 인체의 상태를 거시적으로 본다면, 현대의학은 증상에 초점을 맞춰 미시적으로 본다. 한의학이 전통과 오랜 경험에 의존한다면, 현대의학은 철저한 연구와 근거 중심이다. 상대의 의료철학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두 학문의 사이가 나쁜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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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암센터의 치료 방향
그럼에도 한방암센터가 양방과 성공적인 협진을 이루는 비결은, 한·양방 전문의들이 한의학과 현대의학을 배척관계가 아닌 ‘순환’관계로 보는 덕이다. 윤성우 교수는 “두 영역의 장점을 적절히 버무리면 효과 좋은 약물이나 성분을 저비용으로 단시간에 밝혀내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한의학에서 오랜 경험을 토대로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인정한 약물을, 현대의학적 관점에서 세포·동물·임상시험을 거쳐 진짜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고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한의학적 약물 등의 효과도 신뢰할 수 있고, 현대의학에서는 수많은 천연 유래물을 하나하나 연구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가능성 있는 약물을 대상으로 연구하므로 시간과 비용을 효과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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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암치료에서 침치료를 하고 있는 모습. 암성 통증을 줄이고 근골격계 질환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