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3이 되는 학생이 병원을 찾았다. 한 달 전부터 귀 앞쪽 부위가 조금씩 아프기 시작하다가 최근 일주일 전부터는 통증이 심해 입이 잘 안벌어진다고 했다. 평소 입을 벌릴 때 ‘딱’ 하는 소리가 난 적이 있지만 통증과 함께 입이 안 벌어지는 증상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 학생은 턱관절 질환 치료를 받은 뒤 통증이 가라앉고 입도 잘 벌릴 수 있게 됐다.
턱관절 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턱이 빠지거나, 입이 벌어지지 않거나, 턱에서 ‘딱’ 하는 소리가 나고 심한 경우 묵직한 두통이 있다. 턱관절 통증이 나타나면 음식을 씹을 수 없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턱관절은 다른 관절과 다르게 복잡한 운동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관절은 회전축을 중심으로 회전운동을 하는데, 턱관절은 회전운동과 함께 활주운동을 한다. 활주운동이란 위턱뼈를 따라서 아래턱뼈가 미끄럼틀을 타듯 미끄러지는 운동이다. 회전운동과 함께 활주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입을 크게 벌려 씹는 것이 가능하다. 10~15mm정도 입을 벌릴 때는 회전운동이 일어나고, 이보다 더 크게 벌릴 때는 아래턱이 전방으로 미끄러지는 활주운동이 동시에 발생한다. 입이 안 벌어지는 것은 활주운동에 의한 턱관절 움직임이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반대로 턱이 빠진 경우에는 턱관절 인대나 근육이 문제가 있을 때 발생한다.
턱관절 질환은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누구에게나 잘 생길 수 있다. 나쁜 습관과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다. 턱을 괴거나 이를 꽉 깨무는 것, 잘 때 이를 가는 습관 등이 턱관절 주위 조직의 피로도를 증가시킨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무의식적으로 턱관절 주위 근육에 힘을 줘 턱관절 질환을 유발시킨다.
그 밖에 외상, 부정교합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턱관절 질환이 생긴다. 사랑니를 빼기 위해 오랫동안 입을 벌리고 있는 것도 일종의 외상으로 볼 수 있다. 사춘기에 원인 모르게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데, 주로 여성호르몬의 변화와 관련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4~5배 정도 많이 발생하고, 주로 15~25세 사이에 나타난다.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서 정기적인 치과 검진으로 살펴야 한다.
치료는 환자에게 부담이 가장 적은 치료부터 시작해서 점차적으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때로는 여러 치료방법을 복합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환자는 진통소염제, 근이완제 등의 약물치료와 온찜질과 전기자극요법, 초음파요법 등의 물리치료 같은 간단한 보존적 치료를 하면 증상이 개선된다. 보존적 치료로 개선되지 않는 심한 턱관절 질환의 경우에는 스플린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안정화 스플린트나 전방위치 스플린트와 같은 구강내 장치를 착용해 턱관절 주위 조직을 안정화하고, 턱 위치를 바로 잡아준다.
모든 경우에 치아교정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스플린트를 사용하거나 일반적인 보존적 치료가 효과가 없는 경우, 그리고 부정교합과 턱관절 질환이 연관있을 때에는 치아교정 치료가 필요하다. 턱관절 운동과 치아교합이 잘 맞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통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아래턱 운동 범위에 알맞게 치아교합을 회복시켜줘야 한다. 외과적인 방법으로는 턱관절 세정술과 턱관절 디스크 정복술 등이 있는데, 최근에는 외과적 방법보다는 보존적인 방법을 선호하는 추세이다.
/탁선근 대한치과교정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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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치과교정학회는 1959년 치과교정학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를 교류할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3200여명의 치과의사가 가입돼 있다. 부정교합과 치아교정 치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대국민 홍보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2012년부터 치과의사들의 사회적인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 사단법인 바른이봉사회를 설립, 치아교정 치료가 꼭 필요한 상황이지만 경제적인 형편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위하여 무료로 치아교정을 해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치과교정학의 발전을 위한 연구지원 및 치과교정학을 공부하는 내외국인들에게 장학사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