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포커스] 장기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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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장
10년 전 당뇨병을 오래 앓아 신장과 망막이 손상된 한 젊은 여성 환자가 있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병원 방문이 힘들 정도로 시력이 떨어져 있었고, 몸이 부어 집밖에 나가기 어려웠다. 운좋게도 그녀는 한 뇌사자의 신장과 췌장을 동시에 이식받을 수 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는 가끔 병원에 오는데, 밝은 얼굴로 여러 의료진을 기쁘게 하고 있다. 또 아플 때 그렇게 원했던 교회도 열심히 다니고 있다.

장기이식은 장기가 더이상 기능을 하지 못하는 말기 장기부전(臟器不全) 환자의 유일한 치료 방법이다. 말기 장기부전 환자가 장기이식을 통해서 건강을 되찾으면, 일상으로 복귀해 경제적·정신적 부담을 덜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우리나라 장기이식술의 성적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신장이식의 경우 10년 생존률이 90%에 가깝다. 이는 미국에 비해 5~10% 정도 높은 수치다. 간이식도 신장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 국내 장기기증자 숫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국내 누적 이식 대기자는 2만5000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반면 2013년 장기기증자 수는 2375명으로, 2007년 처음 감소한 후 현재까지 주춤하고 있다. 특히 뇌사자 장기기증의 비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생체이식의 경우 건강한 사람이 장기를 떼줘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뇌사자는 이런 부담이 없다. 뇌사자 한 명이 최대 9명의 환자에게 '고귀한 선물'을 줄 수 있어 더욱 값진 일이다. 그러나 2013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인구 100만 명 당 뇌사자의 기증률은 8%로 스페인 34%, 미국 25%에 비해 매우 낮다.

장기기증자가 적은 이유는 장기이식의 중요성과 의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의료인·학생·일반인을 대상으로 장기기증의 의미에 대한 교육, 장기기증 등록 절차에 대한 홍보, 장기기증 희망등록자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 인력과 네트워크 구축도 시급하다.

기증자에 대한 올바른 처우가 이뤄지는 문화도 조성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 장기기증자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추모 공원을 조성, 공원 안에 장기기증자의 이름을 남기고 살아있는 교육의 현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장기이식의 활성화는 국민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