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뉴트리션

“質좋은 채소요리 먹고 싶은 분 만족시킬 자신 있어”

취재 강수민 기자 | / 사진 조은선 기자

외국인에게 더 유명한 채식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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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과채’ 이양희 대표

‘건강식당’을 표방하는 곳이 많다. 조미료를 안 쓴다는 식당, 채식요리만 판다는 식당, 엄마 손맛을 담은 ‘ 집밥’ 을 판다는 식당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트렌드의 건강식당이 문을 연다. 하지만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만큼 좋은 재료만을 고집해 건강 식당을 운영하는 일은 쉽지 않다.

10년 넘게 같은 장소에서, 같은 맛으로 한결같이 건강한 음식을 손님에게 내오는 식당이 있다. 언젠가 가본적이 있는 느낌의 , 편안하고 익숙한 ‘한과채’가 그곳이다. 서울 인사동에 자리한 ‘한과채’ 이양희 대표를 만나 건강식당을 10년간 운영하면서 겪은 뒷이야기를 들어 봤다.

식당 이름 ‘한과채’는 한식의 한(韓), 과일의 과(果), 채소의 채(菜)의 앞 글자를 따 지은 것이다. 처음엔 채식주의자를 타깃으로 운영하는 채식식당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양희 대표는 “한과채에서 고기 음식을 먹을 수 없는 것은 맞지만, 채식주의자를 위한 채식 식당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땅콩나물 등 집에서도 못먹는 제철 채소 풍성
이양희 대표가 한과채에서 채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고기요리를 파는 식당은 많지만, 질 좋은 채소요리를 먹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는 게 이유다.

이 대표는 “날마다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 영양제보다 낫다”고 단언한다. “한과채를 운영하면서 좋은 음식을 만들고 먹은 덕분에 고질적인 내 우울증이 사라졌고 잔병치레도 안 해요. 남편의 아토피피부염도 나아졌어요.” 한과채에서 내놓는 음식은 소박하다. 현미 ·귀리·렌틸콩·조·검정쌀·보리 등이 들어간 잡곡밥, 봄동겉절이, 연근조림, 냉이나물, 함초무침, 땅콩나물, 두부, 도토리묵, 돼지감자 등 제철 재료로 만든 무침요리와 절임요리가 수십 가지나 된다.

뷔페식이어서 원하는 음식을 원하는 만큼 가져가서 먹을 수 있다. 질박한 느낌의 장독 뚜껑에 소복이 담겨 있는 모양새가 정겹다. 현미가래떡과 달콤한 고구마, 사과 등 건강 후식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요리 원칙은 한 가지다. 어디서 만들어진 것인지 모르는 재료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김치도 젓갈 대신 해남 콩 간장을 넣어 담근다. 많은 채식식당에 흔히 등장하는 콩고기도, 한약재를 넣은 밥도 이곳에서는 먹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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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과채’ 이양희 대표의 음식

13년前 남편 아토피 고치려고 건강 요리 시작
이 대표는 매일 아침 8시부터 모든 음식을 직접 만든다. 국을 끓이고 나물을 무쳐 내는 손길이 요리사 자격증 서너 개쯤 갖고 있을 법하다. 하지만 이 대표는 원래 꽃을 만지던 플로리스트였다.

13년 전 아토피피부염 때문에 고생하는 남편을 위해 요리를 시작한 것이 음식 만들기의 첫발이었다. 건강에 좋은 식재료를 이용해 자신만의 요리법을 개발하고, 조미료 없이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법을 찾아냈다. 남편의 건강을 위한 사랑과 진심을 담은 음식이 꽃보다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 한과채를 열었다.

백화점 입점 유혹도 뿌리치는 소신
당시 광우병 때문에 채식식당이 성황을 이루던 때라 장사가 곧잘 됐다. 그 뒤로 조류독감, 돼지콜레라 등 육류 대란이 거듭될 때마다 사람들은 채식식당을 찾았다. 그러나 이러한 열풍은 잠시일 뿐, 사람들은 다시 일반 식생활로 돌아가곤 했다.

이 대표는 “그때마다 문을 닫고, 다른 업종으로 바꾸는 식당들이 참 많았다”며 “하지만 좋은 음식 때문에 내 몸에 생기는 변화를 체험한 나로서는 유행 때문에 식당 업종을 바꿀 수 없었다”고 말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식재료에 대한 타협은 없다’는 이 대표의 고집 때문에 식당의 존폐 위기도 여러 번 겪었다.

이 대표는 “백화점 입점, 프랜차이즈 권유 등의 유혹도 많았지만 한과채의 음식이 곧 나 자신이 라는 생각을 하니 건강 식재료에 대한 뜻을 굽힐 수 없었다”며 “남편이 직접 장을 보고, 나 혼자 음식을 하면서 수익구조를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의 질을 유지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문을 닫는 것 이 낫다’고 말하는 눈빛이 결연하다. 이제는 입소문이 나서 많은 단골 손님들이 멀리서도 한과채를 찾는다.

이 대표는 “몇 해 전부터는 한국관광정보 사이트와 채식 사이트에 한과채가 알려지면서 외국인 손님들이 늘었다”며 “미국부터 폴란드까지 국적도 다양하다”고 전했다. 이 대표의 표정은 항상 똑같다. 단골 손님에게도, 새로 온 손님에게도, 장사가 잘될 때나 안 될 때나 늘 퉁명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과묵하다. 그 과묵함이 한과채를 한결 같이 운영하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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