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명의 발굴> 담소유외과 이성렬 원장
기획 김현정 편집장 | / 취재 강수민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5/01/07 17:00
숨은 명의를 찾아라.
명의 발굴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명의 발굴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똑같은 기기를 사용해 수술하더라도 성공률을 높이고, 환자 회복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기존 수술법의 단점을 찾아내 개선하는 의사를 명의라고 말한다면 이 시대에도 명의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들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현 의료시스템 안에서 뒤처지는 틈새를 찾아내고 이를 발전시키고자 소리 없이 노력하고 있다.
<월간 헬스조선>은 ‘한국인의 명의’ 시리즈에 이어 2015년 1월부터 ‘명의 발굴’ 시리즈를 시작한다. 각 진료 분야에서 명실공히 명의로 인정을 받는 선배 명의들의 추천을 받았다.
수술을 받으라고 하면 무조건 큰 병원을 찾던 때가 있었다. 그래야 안전하고 완벽한 수술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맹장, 탈장, 담낭, 부유방 같 은 경증 일반외과 수술은 개인의원에서 받아도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척추수술, 관절수술, 치질수술 등이 처음 큰 병원에서 분리돼 나오기 시작하던 10여 년 전과 비슷한 현상이다. 곧 일반외과 전문병원도 생겨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외과 의사는 큰 병원에서 메스를 잡아야 한다’ ‘외과만으로 개원해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등의 고정 관념을 깨고,외과 수술에 대한 인식 변화를 조용히 이끌고 있는 명의가 있다. 명의 발굴 첫 번째 주인공은 담소유외과 이성렬 원장이다.
“편안하고 실력있는 외과 의원, 환자 안 올 리 없다”
이들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의구심이 들었다. 왜 이런 수술만 하는 외과 의원은 없는 것일까. 그래서 이 원장은 담소유외과를 개원했다. 주변에서는 “미쳤다”고 만류했다.
“성형외과도 문을 닫을 판인데 일반외과로 강남에서 의원을 성공할 수 있겠느냐”며 걱정했다. 하지만 이 원장의 소신은 확고했다. “편하고 빠르게, 수준 높은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곳에 환자가 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 고 말했다. 개원한 지 2년째로 접어들었다.
이 원장은 수술 결과로 자신의 생각을 입증해 나가고 있다. 한 해 소아탈장 복강경 수술 1000회 이상, 단일통로 복강경 담낭절제술 500회 이상, 단일통로 복강경 맹장수술 200회 이상을 집도한다. 최근에는 소아탈장 복강경 수술 최다 집도의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환자 먼저 생각하니 다양한 수술법 개발되더라
두 수술 방법 모두 기존 수술법을 조금씩 개선한 것이다.
소아탈장으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배를 절개하지 않는다. 출혈이 적어 회복이 빨라 당일 퇴원도 가능하다.
무인공막 복강경 이중봉합 탈장수술 역시 합병증 위험이 있는 73세 탈장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개발한 수술법이다. 탈장이 생긴 구멍에 그물 모양의 인공막을 덧대는 인공막 수술은 인공막이 복벽 역할을 대신해 장기가 빠져나오지 않게 하는 수술이다.
하지만 이 환자는 창자에 염증이 많고 간경화까지 진행된 상태로 인공막을 넣을 경우 주변 장기와 유착될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 이 원장은 인공막 대신 튀어나온 조직을 실과 바늘로 꿰매 묶는 과거 봉합수술을 이용하기로 했다.
실이 풀리고 끊겨 재발되던 문제는 두 번 꿰매는 이중봉합으로 해결했다. 부작용은 획기적으로 감소했고 재발도 없었다. 실제 지난 2년간 이 방법으로 무인공막 탈장수술을 받은 2000명 중 재발 환자는 단 3명뿐이다.
이성렬 원장은 최근 열린 대한외과학회에서 소아탈장, 잠복고환, 여유증, 부유방, 담석증, 맹장 등 총 6개 부문 발표자로 선정됐다.
이런 성공사례는 학회에 발표해 다른 외과의의 주목을 받았다. 조만간 세계탈장콘퍼런스에서도 무인공막 복강경 이중봉합 탈장수술에 대해 발표할 계획이다. 2014년 9월에는 독자적인 부유방수술법을 개발해 특허청에 등록했다.
‘매직 부유방수술’은 겨드랑이를 1cm 절개해 유선조직을 제거하고 유선조직 주위의 지방을 흡입하는 수술이다. 현재 1000명의 환자가 수술했으며, 재발률은 1% 미만이다.
지금도 이 원장은 재발이 적고 간편한 새로운 수술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다. 매일 진료가 끝난 뒤 환자를 질병별로 분류하고 내원 시 상태, 입원 일수, 수술 시 특이사항, 재발 여부 등 세부 내용을 정리한다.
소아탈장 파일에 기록된 환자수만 2000명이 넘었다. 정리한 자료를 분석하면서 현재 수술법의 단점과 개선 가능성을 점친다. 한 해에 몇 번씩 병원 문을 닫고 학회에 참석하기도 한다. 그 기간에는 전 직원이 함께 쉰다. 하루 문을 닫으면 손해를 보는 개원가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직접 수술과 상담 전 과정 진행
보통 의원에서 특정 수술을 받으려고 하면, 의사는 진단만 내리고 간호사나 전담 코디네이터가 수술 전반에 관한 상담을 한다. 이 원장은 이 모든 과정을 직접 한다. 매일 수술받은 환자와 보호자를 모아 놓고 수술 과정과 회복 단계를 설명한다.
하지만, 이 원장은 “보호자와 환자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 수술과 회복 중 어떤 점이 불편했는지를 알 수 있고, 환자를 위한 새로운 수술법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끔 이 원장에게 예능방송에 출연하라는 제의가 들어온다. 하지만 모두 거절한다. “나는 유명해지려는 생각 이전에 수술 실력을 키우겠다는 생각을 할 뿐”이라며 “수술 실력을 키우면 명성도, 부도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젊은 명의를 추천한 現 명의
이런 이유로 추천합니다
환자 부담 줄이는 수술로 평판얻어… 좋은 역할모델 제시
‘수술’이라는 외과 의사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개원에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성렬 원장은 개인의원의 장점을 살려 대형병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탈장·맹장 등의 수술에 집중하고 있다. ‘레드오션’으로 여기는 분야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 원장의 성공사례는 현재 다른 외과 개원의들에게 좋은 역할 모델이 되고 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노력하는 연구 정신도 눈여겨봐야 한다.
기존 수술법의 단점을 보완하는 새로운 수술법을 개발해 환자들의 부담을 줄이고 있다. 기존 수술법을 변형 적용한 무인공막 탈장수술의 성공은 주목받을 만하다. 요즘 개원의 중에는 새로운 시술을 개발했다고 자랑하면서도 검증받지 못한 시술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성렬 원장은 그렇지 않다. 반드시 학술대회에 계속 참여해 다른 외과 의사들에게 자신의 수술법을 선보이고, 안전성에 대한 검증을 받은 후 환자에게 적용한다.
김선한 교수
고대안암병원대장항문외과교수, 대한 내시경복강경학회이사장.
대장암과 직장암 수술 권위자다.
2000여건의 복강경 암수술을 집도했으며, 2007년부터는 로봇수술로 발을 넓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