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꿈을 기억하려 애쓰지 마라
기획 김현정 헬스조선 편집장
입력 2015/01/06 10:00
part2. 꿈은 뇌(腦) 청소 과정
뇌과학자들이 보는 꿈
뇌과학에서는 낮 동안 우연히 생긴 쓸모없는 연결을 폐기하고 올바른 연결로만 재구성시키는 과정을 꿈이라고 말한다.
즉, 꿈은 정보의 과잉부하를 처리하기 위해 필요 없는 가짜 연결망을 제거하는 과정일 뿐이다. 그러므로 뇌과학 입장에서 자신의 꿈을 기억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뇌 건강을 해친다. 애써 버린 것을 다시 뇌에 가져오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잠은 신체 회복을, 꿈은 심리 회복을 위한 것
수면 연구자들에 따르면, 8시간 수면 시 수면단계는 4~5회 나타나는데 각 주기는 90분이며, 빠른 안구운동 수면단계인 렘(REM:RapidEye Movement)과 4개의 비렘(NREM:Non-Rapid Eye Movement)으로 구분된다.
비렘 수면 동안에 신체는 비활성화되는데, 심박과 호흡률이 크게 감소하고 뇌활동이 감소한다. 안구운동은 느리거나 거의 없고 근육 긴장도가 적당한 수준을 유지한다.
하지만 렘수면 상태는 매우 극적이다. 각성 시와 같은 매우 빠른 뇌파를 보이고, 매우 빠른 안구운동(40~60회/1분)을 나타낸다. 심박과 혈압이 낮고, 감각기관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가 거의 없다. 신체의 근육긴장도도 매우 낮아져 거의 마비상태에서 뇌는 거대한 방전에 의해 자발적으로 작동한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렘 동안에는 거의 꿈을 꾼다는 것이다. 꿈을 안 꾼다는 사람조차 이때 깨우면 꿈을 이야기 할 수 있다.
수면은 하루 동안 열심히 일한 뒤 신체, 특히 뇌가 스스로를 보수할 수 있게 해주는 회복기능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렘 수면의 기능은 좀 다르다. 렘 수면 시간 동안에는 거의 100% 꿈을 꾸게 되는데, 이야기가 있고 영화같이 생생하고 환상적이다. 꿈꾸는 동안 신체는 거의 마비 수준에 이르는데, 공상을 외부 현실과 혼동하여 꿈을 꾸면서 꿈 내용을 행위에 옮기는 데서 오는 잠재적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수면 연구 동안 꿈을 꾸지 못하게 하면 신경질, 불안증가 및 집중력 장애 등의 성격변화와 식욕과 체중의 증가가 나타나고, 나중에 꿈을 더 많이 꾸는 것으로 꿈 보완 현상이 일어난다. 꿈은 아마도 심리적 회복을, 그리고 비렘 수면은 신체적 회복을 담당하는 것 같다. 실제로 심한 운동 후에는 비렘 수면이 증가하고, 심리 장애자나 월경전증후군의 여성에게서 꿈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현실 상황과 가까운 꿈일수록 건강하다
일반인의 정신 건강을 평가하는 첫 번째 덕목이 ‘현실감’이다. 지금, 여기, 내가 누구이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현실감 파악 능력을 말한다. 어떤 꿈의 내용이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의 것인지에 대해서도 같은 평가를 할 수 있다. 즉, 현실과 유사한 꿈을 꾸는 것이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인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뇌과학에서는 꿈을 뇌의 재구조화 과정으로 보고, 인위적으로 기억해 내려 하지 말고 의미 부여를 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가위눌림
많은 사람이 가위눌림 현상을 보고하는데, 이는 비렘 수면 동안 일어나는 꿈 현상과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렘 수면 동안에 25%는 꿈을 보고하는데, 이때 꿈 내용은 이야기가 없고, 정적이며 불유쾌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면장애 중 악몽과 가위눌림 등은 아마 비렘 수면 동안 신체의 불편함과 꿈이 연결되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몽유병
반복적으로 수면 중 자다가 일어나 걸어 다니는 수면장애가 있는데, 멍하게 응시하기도 한다. 이때 대화를 시도하면 반응하지 않고, 깨어 나면 기억하지 못한다. ‘몽유병’으로 불리는 이 장애는 꿈을 실행에 옮기려는 시도에 따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신체근육 긴장도 마비상태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발생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예지몽
많은 사람이 꿈 이야기를 할 때 언급하는 것이 예지몽인데, 과학적으로 증명되거나 부인하는 어떤 이론도 정립되지 않은 상태다.
윤선아
.현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뇌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