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뇌도 운동하면 젊어진다
기획: 김현정 편집장 | / 일러스트: 유사라
입력 2014/12/10 10:00
치매, 이길수 있다 [Chapter3.]
“머리를 때리면 뇌세포가 파괴돼 공부를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한 번 파괴된 뇌세포는 다시 재생될 수 없다는 이론에 근거한 말이다. 하지만 최근 뇌 연구에서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한 번 죽은 뇌세포가 다시 살아날 수 없는 것은 맞지만 살아 있을 때 적절하고 좋은 자극을 많이 주면 수많은 다른 회로를 만들어낸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뇌세포가 자신의 또 다른 회로를 확장시켜 놓기 때문에 뇌세포가 잘 죽지 않고, 죽더라도 다른 기능이 활성화돼 있으므로 치매 위험이 덜하다. 마치 한 목적지로 향하는 다양한 고속도로길이 뚫려 있다면, 한두 개 길이 막혀도 목적지로 갈 수 있지만, 길이 오로지 한 개밖에 없는 경우라면 목적지로 갈 방법 자체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 그래서 최근 뇌 전문가들은 뇌를 훈련하고, 뇌를 가꾸라고 말한다. 뇌를 가꾸고, 훈련하고, 운동하는 것은 뇌 세포가 좀 더 많은 신경회로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뇌 연구는 ‘인류의 최종 과제’로 불릴 만큼 뒤늦게 시작했다. 하지만 가장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을 정도로 최근 주목을 받는다.
뇌에 관한 수많은 정보 중 우리가 뇌에 대해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은 ‘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뇌는 역동적이고 적응력이 뛰어난 기관이다.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성되고 뇌 개발도 가능하다. 평소 뇌에 어떤 자극을 주어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하느냐가 뇌 나이와 기능을 좌우한다. 치매에 걸린 후라고 해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지 않거나 진행 속도가 늦춰진다. 이를 ‘신경가소성’이라고 한다. 지식이나 경험이 쌓이면 새로운 신경이 성
장하고 새로운 신경 연결망이 생겨 뇌가 변하는 것을 말한다.
뇌도 신체 일부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뇌도 늙는구나’라고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실제로 기억력이나 계산능력, 언어능력 등은 쇠퇴한다. 그러나 뇌의 다른 기능은 단련된다. 실제로 뇌에 쌓인 정보의 양은 젊었을 때와 나이 들었을 때, 큰 차이를 보인다. 이해하는 단어 수만 헤아려도 45세가 되면 20대 초반에 비해 3배 이상 많아진다. 경험으로 얻어지는 체험적 지식 역시 60세가 되면 20세의 4배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즉 나이가 들면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는 늦어지지만 머릿속에 기록된 수백만 가지의 정보들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은 오히려 향상되는 것이다.
평생에 걸친 뇌 훈련으로 노년기 뇌질환을 실제 예방한 사례가 있다. 미국 미네소타주 멘카토에 위치한 노르트담 수녀회 소속 수녀들 상당수가 90세 이상이었는데, 이들은 일반인에 비해 치매나 뇌질환을 앓는 경우가 드물었다. 심지어 한 수녀는 97세까지 교단에 섰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젊은 뇌를 유지하는 이들의 비결이 궁금했던 켄터키대학 데이비드 스노던 교수는 수녀들의 뇌 노화 과정을 연구했다. 그 결과, 나이 들면 퇴화하는 뇌 속 신경연결 물질이 뇌에 지적 자극을 주는 순간 다시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곳 수녀들은 ‘게으른 정신은 악마의 장난’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틈나는 대로 퀴즈시합, 퍼즐맞추기, 토론, 일기쓰기 등을 했다. 평생 부지런하게 뇌를 사용한 것이 멘카토수녀들의 젊은 뇌 유지 비결이었던 것이다.
치매로부터 뇌를 지키고 싶다면 뇌를 많이 쓰면 된다. 뇌운동이라고 하면 흔히 머리를 써야 하는 바둑이나 장기 등의 놀이나 계산 암기 같은 것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신체를 움직이는 것도 뇌를 운동시키는 방법이다. 운동을 하면 뇌에서 신경세포를 성장시키는 인자들의 수치가 높아져 새로운 뇌세포가 많이 생기고, 뇌세포간 연결이 강화된다. 또한 신경전달물질 및 생성이 촉진되고, 뇌 혈류량이 늘어나 더 많은 산소와 영양분을 뇌에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전반적인 뇌 기능 향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운동은 신체의 건강유지는 물론, 전두엽이 담당하는 기억과 학습 능력의 향상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생활습관이다. 실제로 운동을 생활화한 고령자가 그렇지 않은 고령자에 비해 기억에 관여하는 해마 및 전두엽의 크기가 크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나이 들수록 꾸준히 운동하는 그룹과 그렇지 않는 그룹의 뇌 활동이 현저히 차이가 난다는 연구결과들이 다양하게 나와 있다.
김나옥
한국뇌과학연구원 부원장.
국제 뇌교육협회 부회장.
문예사조시인으로 《한점 꽃잎으로 허공에 지다》저
Issue 2. ‘뇌 사용’과 ‘뇌 혹사’ 사이 균형을 유지하라
‘청춘, 늙음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말한다. 영감이 끊기고 정신이 눈에 덮히고, 고뇌·실망·좌절·비탄의 얼음에 갇힐 때 20세라도 인간은 늙는다. 머리를 높이 치켜들고, 열정·용기·희망·탐험심의 물결을 붙잡는 한 80세라도 인간은 청춘으로 남는다.’
사무엘 울만의 ‘청춘’이라는 시가 시니어들의 가슴을 울린다. 하지만 이 시는 정신무장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뇌과학적으로 볼 때도 맞는 얘기다. 최근 사람의 뇌에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줄기세포는 기억중추인 해마 부위에 존재하며, 신경세포와 글리아세포(신경세포를 지지해 주는 세포로 뇌기능 유지에 필수)를 만들어 낸다. 뇌에 적절한 자극을 주면 이 줄기세포가 활성화돼 새로운 신경세포로 분화한다. 따라서 기존신경세포가 노화돼 죽어도 여기서 분화된 새 신경세포는 그 기능을 그대로 유지시켜 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뇌 활력이 떨어지면 이 줄기세포도 적어지고, 제기능을 못 해 죽은 신경세포를 대체할 수 없게 된다.
실제 노인의 뇌는 약간의 위축은 있으나 생활에 큰 지장을 줄 정도 아니다. 나이가 들면 뇌기능이 실제보다 더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느끼는 이유는 게을러져서 머리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뇌에 지나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금물이라는 점이다. “뇌를 사용하라, 사용하지 않으면 잃게 된다”는 말과 “뇌를 혹사하라, 그러면 잃게 된다”는 두 말이 이를 확인시킨다. 뇌 속 줄기세포가 잘 활성되려면 뇌는 ‘활력’을 찾아야 한다. 너무 쉬어도 너무 일해도 우리 몸이 나빠지는 것처럼, 뇌 역시 너무 쉬게 해도 너무 사용해도 안 되는 것이다. 뇌를 자극시키겠다고 너무 혹사시키면 신경세포가 생기기도 전에 너무 많이 죽는다.
‘뇌 활력’은 스트레스 없는 좋은 환경에서 좋은 자극을 받아 뇌가 정보전달 기능을 막힘없이 활발히 균형 있게 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뇌가 활발히 움직이면 지능, 창의력, 즐거운 감정, 기억력이 올라가 공부와 창조적인 지적 활동(창조 경제 등)이 왕성해진다. 또 낙관적,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게 돼 특히 면역계와 호르몬계가 활성화되기 때문에 치매 같은 뇌질환은 물론 암, 감염병, 관절질환 등까지 예방된다. 치매를 예방하는 좋은 뇌 환경이란, 스트레스가 없으면서도 자극이 많은 곳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내가 즐거워지는, 창의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서유헌
한국뇌연구원 원장.
대한민국 최고 과학기술인상 수상.
저서로는 비타북스의 《나이보다 젊어지는 행복한 뇌》가 있다.
Issue 3. 섹시한 뇌 위해 3끼 식사 챙기세요
건강하고 섹시한 뇌를 위해 필요한 3가지 요소가 있다. 첫 번째는 혈액순환이다. 혈액순환이 잘 되면 뇌에 충분한 영양소와 산소, 물이 공급돼 뇌세포 활동의 밑거름이 된다. 두 번째 요소는 뇌를 잘 사용하는 것이다. 석고붕대를 감고 있던 다리를 풀면 근육이 약해져 있듯 뇌도 사용하지 않으면 약해진다. 세 번째는 휴식이다. 사용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과하게 사용하면 독소나 활성산소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세포를 손상시키므로 적절히 쉬게해야 한다. 쉬운 듯하지만, 쉽지 않은 방법이다. 다음을 실천해보자.
현대인들은 눈에 보이는 외모를 가꾸는 데에 관심을 집중한다. 시니어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에는 시니어도 몸짱 열풍이 불어서 다이어트를 하고, 단백질 위주의 식사만 하면서 살을 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뇌 건강에 좋지 않다. 뇌를 가꾸려면 식사를 잘 해야 한다. 이는 산해진미를 먹으라는 말이 아니다. 육류,기름진 음식 등의 산해진미는 혈관에 지방을 쌓기 때문에 혈관성 치매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뇌를 위해 잘 먹는다는 것은 뇌 건강에 좋게 잘 먹어야 한다는 말이다. 뇌는 주로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그러므로 혈액 속에 적당한 농도의 혈당이 유지돼야 뇌세포가 건강하게 잘 활동한다. 좋은 식단은 필수지방산인 오메가3다. 등푸른 생선과 호두를 포함한 견과류, 들기름 같은 식물성 기름이 좋다.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 섭취도 필요하다. 비타민C,비타민E 같은 항산화제도 도움이 된다. 특히 붉은색과 검은색, 자주색 음식을 가까이 하자. 팥, 블루베리, 강낭콩, 딸기, 사과, 체리, 자두, 계피 등이 좋다.
하루 30분 이상 운동하자
다음은 운동이다. 운동은 뇌 속 혈액이 잘 돌게 한다. 또 혈류순환을 증가시킨다. 또 뇌 속 신경성장인자가 잘 합성되도록 도와 뇌세포에 생기는 작은 손상도 회복시킨다. 시간은 꼭 30분 이상이어야 한다. 우리 몸의 발끝에서 뇌까지 한 바퀴 도는 데 32분이 걸리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은 신체 움직임과 정신활동을 함께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불편함을 찾아 해결하자
사회생활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요구받기 때문에 뇌를 긴장시킨다. 특히, ‘을’의 입장일수록 강한 뇌 자극을 받는다. 반대로 사회와 동떨어지면 긴장이 줄어들고 맥을 놓게 된다. 맥을 놓으면 맥이 빠지고, 맥이 빠지면 뇌도 빨리 약해진다. 그러므로 계속 불편해야 한다. 새롭거나 불편한 일을 찾아 잘 극복해 나가면 대뇌는 많이 단련된다.
잠을 충분히 자자
적당한 긴장은 보약이지만 긴장이 너무 과도하거나 오래 지속되면 동맥경화의 원인이 되고, 뇌혈류에 문제를 일으키며, 치매의 잠재적 원인이 된다. 그러므로 긴장을 풀어 주는 과정도 필요하다. 긴장을 푸는 방법으로는 적당한 휴식과 잠이 있다. 잠은 활성산소와 베타아밀로이드의 발생을 줄일 뿐 아니라, 이런 물질을 청소하고 없애는 역할을 한다.
김철수
킴스패밀리 의원·한의원 원장.
건강백세 김철수 연구소 소장.
저서로는 《동네병원 의사 김철수》, 《장모님의 예쁜 치매》가 있다.
건강한 뇌ㆍ섹시한 뇌 만들기
[Chapter1.] 치매 걸린 뇌에서는 이런 일이…
[Chapter2.] 치매 같아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Chapter4.] 치매 예방 위한 효과적인 뇌운동법, 매일 아침 '두근두근 뇌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