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이길수 있다 [Chapter2.]

치매 정보가 넘친다. 하지만 정작 치매 증상이 의심돼 자료를 찾아보면 무엇부터 해야 하나 당황스럽기만 하다. 그래서 실제 치매 환자와 보호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 병을 진단받고 치료하는지 따라가 봤다. 3개월 전 치매 진단을 받은 주부 이모씨(62·인천시 남동구)와 딸 김모씨(35)의 실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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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시장에서 집 찾아오는 길 잃다
1단계. 시장에서 집 찾아오는 길 잃다

큰딸인 이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엄마 김씨에게 꼭 안부 전화를 했다. 그런데 지난 9월 어느 날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왜 요즘 전화를 하지 않느냐”는 불만을 토로했다. 이씨는 당황했다. 한 번도 안부 전화를 거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엄마는 통화 내용이 아니라 통화한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걱정이 돼 엄마를 찾아갔더니 엄마는 반찬거리를 사러 마트에 다녀온다고 하면서 나갔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집 오는 길을 잊어버린 것이다.

☞몇 년 전 일은 잘 기억하는데 어제나 오늘 아침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 날짜, 시간, 계절도 잘 모르고 ‘우체통’이라는 단어를 기억하지 못해 ‘우표 붙인 편지를 넣는 통’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치매 초기 증상이다. 집으로 오는 길을 헤매는 것도 의심 증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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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어디를 찾아가야 하나 당황하다

2단계. 어디를 찾아가야 하나 당황하다

김씨는 곧바로 컴퓨터를 켜고 치매 관련 정보를 검색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신경과, 보건소, 센터, 프로그램 등 다양한 정보가 나왔지만 너무 정보가 많아 당황스러웠다. 무작정 보건소를 찾았다. 보건소에서는 치매선별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했다. 이 검사는 인지기능 수준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연도, 월, 일자, 계절, 시간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세 단어를 일러준 뒤 1분 후 기억하는지, 90에서 7을 뺄 수 있는지 등을 묻는다. 검사 결과, 이씨는 치매가 의심된다는 말을 들었다. 보건소에서는 근처 대학병원을 소개해 주고, 신경과로 가보라고 권했다.

☞치매 검사법은 다양하다.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이 있는 병원으로 바로 가거나 치매예방센터, 보건소, 치매통합관리센터를 찾아도 된다. 보건소에 먼저 가면 보건소와 병원이 환자 자료를 공유하므로 진단 이후 서비스 등을 보건소가 알아서 처리해 준다. 보건소를 거치지 않고 바로 병원으로 가서 진단을 받았다면 보건소로 전화해 진단 이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직접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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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단을 받다
3단계.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단을 받다

대학병원 신경과를 찾았다. 의사는 우선 간단한 문진을 하고, 신체 기능 테스트를 했다. 눈이나 코, 귀가 제 기능을 하는지, 무릎을 치면 다리가 잘 올라오는지 등을 확인하는 신경검사와 혈액·간기능·심전도 검사 등을 받았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위험 유전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아포지단백 이(E)형 유전자검사도 권유받았지만, 5만~10만원에 달하는 검사 비용이 부담돼하지 않았다. 우울증 척도 검사도 3가지 정도 받았다. 며칠 뒤 이씨는 치매가 거의 확실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뇌의 어느 부위에 이상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MRI(자기공명영상)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였다.

☞치매는 정신건강의학과와 신경과에서 모두 진료한다. 어느곳에 가든지 진단을 받을 수 있다. 보통 치매 증상을 다스리는 약을 처방받지만, 근본 치료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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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 병원 밖 치료로 편안함 느껴
4단계. 병원 밖 치료로 편안함 느껴

약 처방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은 김씨는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문의했다. 보건소에서는 다양한 인지기능 유지 프로그램을 권했다. 이씨는 매주 화요일 실버댄스·실버체조·단전호흡 교실에, 매주 수요일에는 미술치료·원예치료·작업치료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각종 치료는 손과 뇌를 이용해 뇌세포를 활성화시키는 퍼즐, 그림그리기, 색종이접기 등의 프로그램이 주를 이뤘다. 가정간호서비스도 신청해서 받았다. 이 서비스는 치매 확진을 받았고, 보건소 관할 구역에 살며 가정방문을 꺼리지 않는다면 누구나 무료로 서비스 받을 수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안부전화를 해서 약을 잘 먹고 있는지, 상태는 괜찮은지 등을 체크한다.

☞대부분의 병원은 운동이나 인지기능프로그램 같은 치매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약물 처방만 할 뿐이다. 이 경우 보건소, 치매통합관리센터, 광역치매센터 등의 도움을 받아 보자. 모든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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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단계. 장기요양보험 신청
5단계. 장기요양보험 신청

현재 이씨는 보건소에서 추천받은 장기요양보험 신청 여부를 고민 중이다. 보건소에서 한 주에 한두 번씩 열리는 프로그램을 받는 게 어딘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장기요양보험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치매를 포함한 노인성질환 환자와 65세 이상 노인을 위해 만든 제도다. 1~5등급으로 나뉘어 있다. 치매 확진을 받은 사람이나 보호자가 공단에 신청을 하면, 공단에서 집으로 환자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찾아온다. 이후 52개 항목의 설문조사, 신체기능 판정 등을 해서 45점 이상이 나오면 5등급(치매특별등급)을 받는다. 치매로 인해 인지기능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요양보호사 등이 학습지 등을 집에 들고 와서 인지건강프로그램 등을 해 주는 서비스 등이 시행된다. 치매가 진행돼서 인지기능뿐 아니라 신체지능까지 떨어졌다면 1~4등급을 받는다. 요양보호사 등이 집에 찾아와 가사일을 돕는 등의 재가서비스와 주간보호소 연계 등을 해 준다. 1~2등급은 요양시설에 있을 수 있도록 시설보호를 지원해주기도 한다. 장기요양보험은 전체 서비스 비용 중 10~15%가 환자 부담이다.





More tip

※ 치매환자 보호자, 이런 도움을 받아 보자

① 간병지원 앱 ‘동행’
병원에 가는 날을 스마트폰이 챙겨 준다면? 약 먹는 때를 알람이 알려준다면? 환자가 궁금한 점을 휴대전화로 상담받을 수 있다면? 보건복지부와 중앙치매센터에서 개발한 ‘동행’ 애플리케이션은 치매 어르신을 돌보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봤을 기능을 제공한다. 무료 상담은 물론 게시판을 통해 다른 치매 가족들과 소통도 할 수 있다. 치매 관련 기관 검색 기능도 있다.

② 치매 실종 환자 찾기 앱 ‘집으로’
실종사고를 막는 방법은 24시간 치매 환자를 곁에서 지키는 일이지만 쉽지 않다. 치매환자의 실종사고는 2009년 5573건, 2010년 6569건, 2011년 7604건, 2012년 7650건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때 치매환자가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다면 경찰의 도움을 받아 환자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
‘집으로’는 실종자 및 무연고 노인 검색을 통해 실종된 치매 노인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주는 무료 애플리케이션이다. ‘찾고 있어요’와 ‘보호하고 있어요’ 카테고리에 설정된 가족을 검색할 수 있다. 실종자 정보는 경찰청 실종자 정보와 연계되고, 국립중앙치매센터 홈페이지와 연동된다. 안드로이드폰 마켓과 앱스토어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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