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기로에 선 바이러스·세균과의 전면전 강력해진 내성균에 굴복할 것인가
김하윤 헬스조선 기자 |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4/12/08 13:33
Part 1. ‘바이러스·세균’과의 치열한 전쟁사
1943년 페니실린이 상용화된 이후 전 세계에서 수백여 종의 항생제·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됐다. 질병 하나를 잡기 위해 5~10년에 걸쳐 8000억~1조원이 투입된 연구개발이 이뤄졌다. 하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수천여 종의 감염질환 중 완전퇴치에 근접한 것은 천연두, 소아마비 등 극히 일부다.
세균·바이러스가 유전자 변이를 통해 기존 항생제에도 견딜 수 있는 내성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강력한 내성균, 신종 바이러스·세균의 등장과 급속한 전파 등으로 인해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한다고 해도 감염질환을 정복하기에는 역부족이 된 것이다. 약을 개발해도 세균·바이러스의 변이·확산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대표적인 세균 질환이 결핵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960년대 국내 결핵 환자는 연평균 17만 명이었다. 이후 조기검진, 예방접종 등 국가 차원의 퇴치사업 덕분에 환자수는 1970년 대 14만 명, 1980년대 8만 명, 1990년대 3만7000명, 2000년대 3만2000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결핵은 퇴치되지 않고 다시 늘어나 2012년 환자는 3만9545명을 기록했다. 최성호 교수는 “1970년대 이후 효과 있는 결핵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점점 늘어나는 슈퍼 결핵균(내성균)을 없애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에이즈(AIDS)도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의 증식을 막는 치료제가 지난 10여 년간 여러 개 나왔지만, 정복되지 않고 있다. 국내 에이즈 환자 수는 1985년 2명이 처음 신고된 이후 1995년 114명, 2005년 734명, 2012년 953명으로 환자가 매년 늘고 있다. 바이러스가 계속 퍼지고 있는데다 바이러스를 박멸할 수 있는 치료제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평균 교수는 “인구증가, 고령화, 아프리카·남미의 밀림 개발, 활발한 국가 간 이동 등으로 내성균과 신종 세균·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질환이 줄지 않는 추세”라고 말했다.
※ 감염이란?
감염이란 병원균이 피부·점막 같은 인체 방어벽을 뚫고 들어와 증식하는 것을 말한다. 병원균은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바이러스다. 병원균이 증식하면 몸속 면역세포인 T세포, B세포 등이 달라 붙어 증식을 막기 위해 싸우는데, 이를 면역반응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염증이 생기고, 고열·통증·장기손상 등이 나타난다. 우리 몸에는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 세균도 있다. 이를 ‘상재균’이라고 하며, 피부·입안·소화관·생식기에 기생하면서 병원균의 침입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등의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상재균도 면역력이 떨어지면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 내성균
감염질환을 일으킨 세균의 항생제 방어 능력을 ‘내성’이라고 한다. 세균은 자기를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항생제에 맞서기 위해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내성균이 된다.
Part 2. 바이러스·세균 바로 알기
우리 몸에서 감염질환을 일으키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바이러스와 세균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이 둘은 분명 그 정체가 다르고 대응책도 다르다. 그 둘의 차이에 대해 알아보자.
바이러스의 정체가 발견된 건 19세기가 지나서다. 19세기 이전 사람들은 모든 병원체가 세균이라고 믿었다. 바이러스를 인지한 사람은 네덜란드의 한 과학자였다. 담뱃잎에 생기는 병인 ‘담배모자이크병’을 연구하던 과학자 베이에 링크는 병의 원인이 당연히 세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자이크병에 감염된 담뱃잎 추출물을 세균을 제거하는 여과지에 통과시켰다. 하지만 여과지를 통과한 뒤에도 감염성은 그대로였다. 그래서 그는 담배모자이크병을 유발하는 것이 세균이 아닌 이보다 더 작고 새로운 형태의 생물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바이러스’라고 이름 붙였다.
※ 우리 몸에 유익한 세균도 있다
유익한 세균은 생존에 필수적이다. 해를 끼치지 않고 우리 몸과 공생하는 세균은 ‘상재균’ 혹은 ‘정상세균’총이라 부른다. 정상세균총은 좋지 않은 세균이 우리몸에 들어오면 경쟁을 통해 해로운 세균을 죽인다. 정상세균총을 소멸시킨 쥐는 보통 쥐에 비해 새로운 균에 감염될 확률이 훨씬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몸에 좋다고 알려진 유산균 역시 정상세균총의 일종이다.
“감염질환을 일으킨다는 점에서는 똑같지만, 세균과 바이러스는 완전히 다르다. 구조와 크기가 다른 것은 물론 이에 대한 대처법도 다르다.
항생제는 세균에 감염된 경우에만, 항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 감염 시에만 효과가 있다.“
◇ 바이러스과 세균의 차이점
바이러스와 세균은 크기부터 다르다. 바이러스의 크기는 대개 30~300nm(나노미터, 10억분의 1m)다. 하지만 세균의 크기는 1~5㎛(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다. 바이러스가 세균보다 훨씬 작다는 것을 보여 준다.
구조에도 차이가 있다. 세균은 하나의 독립된 세포로 이뤄진 생물이다. 세포막과 세포벽, 세포벽, 핵, 단백질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바이러스의 구조는 좀더 단순하다. 중간에는 유전정보가 들어 있는 핵이 있으며, 이를 단백질이 둘러싸고 있는 게 전부다. 바이러스는 세포라고 할 수 없다. 증식 방법도 다르다. 세균은 공기 중이나 사람의 몸속 등 먹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증식할 수 있다. 반면 바이러스는 반드시 살아 있는 생물체의 세포를 숙주로 삼아야만 번식할 수 있다.
대처법도 다르다. 바이러스는 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로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 백신은 바이러스를 약하게 만들거나 죽여서 몸속에 일부러 미량 주입하는 방법인데, 이를 통해 우리 몸은 바이러스를 기억해 이에 대한 항체를 미리 만들어 두기 때문에 나중에 진짜 바이러스가 들어오더라도 여기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항바이러스제는 몸에 침입한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거나 바이러스 자체를 없애는 역할을 한다. 2009년 세계적으로 유행해 많은 사망자를 냈던 신종플루(인플루엔자A) 치료제인 타미플루가 항바이러스제다. 세균은 항생제로 치료한다. 항생제는 세균의 세포벽을 약하게 만들어 감염된 세포를 죽인다. 최초의 항생제는 페니실린인데, 그 이후로도 활발한 항생제 연구와 개발이 이뤄졌고 수많은 항생제가 개발돼 왔다.
Part 3 바이러스·세균과의 전면전 선포
※ column 1
기존 항생제와 전혀 다른 항생제 나온다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은 1928년에 개발됐고, 1940년 대부터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 후 70여 년 동안 널리 사용돼온 여러 종류의 항생제는 포도상구균 감염,연쇄상구균 감염, 임질, 매독, 결핵 등 과거에는 치료가 불가능했던 질환을 치료할 수 있게 만들어 인류의 생명을 구했다. 또 항진균제, 항바이러스제, 항원충제의 개발로 이어져 감염질환을 정복 가능한 질병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페니실린이 개발된 이후 감염질환을 정복하기 위해 150가지 이상의 항생제가 개발됐음에도 불구하고,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세균이 꾸준히 다시 출현했다. 내성 세균에 대한 항생제가 새롭게 개발돼도 또 다른 내성 세균이 생겨났다. 최근에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 다약제 내성 아시네토박터균 등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일이 발생했다.
첫째, 내성 세균 백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폐구균 감염에 효과적인 백신이 보급되면서 페니실린 내성 폐구균에 의한 질병도 함께 줄어들었다는 보고가 있다. 메티실린 내성 포도알균이나 녹농균같이 중한 질병을 유발하고 항생제 내성률이 높은 세균에 대한 백신도 개발 중이다.
두 번째, 항생제 내성 검사법이 빨라지고 있다. 전통적인 배양과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통해 내성 세균 감염을 진단하는 데는 2~3일이 소요되는데, 최근 개발보급되고 있는 검사법으로는 하루 만에 항생제 내성 세균 감염을 진단할 수 있다. 진단이 빠르고 정확하면 감염 관리와 항생제 치료가 신속하게 이뤄지고, 이는 항생제 내성 세균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항생제가 아닌 새로운 세균 치료법이 나오고 있다. 현재 대표적인 것이 미생물로 미생물을 치료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박테리오파지는 각종 세균을 잡아 먹는 바이러스다.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해 각종 세균 감염에 대한 우월한 치료 효과를 증명한 연구가 과거부터 있었고, 메티실린 내성 포도알균 등의 항생제 내성 세균에 대해 치료 효과를 입증한 예가 있었다. 박테리오파지는 특정 세균을 효과적으로 죽이지만, 인체에는 해가 없어서 항생제 내성 시대에 항생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항생제와 전혀 다른, 새로운 기전을 가진 항생제개발도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항생제 내성 세균의 전체 유전자 염기 서열을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돼 내성 세균의 전체 유전자를 파악할 수 있게 됐고, 생물 정보학의 발전으로 내성 유전자의 특성과 기능을 자세히 분석할수있게 되었다. 전혀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준용 교수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
현재 연세대 의대 에이즈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 column 2
바이러스 전투의 새 패러다임
현재 항바이러스제는 빠르게 전파되는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유용한 대응책이다. 특히 노인, 임산부 등에게 바이러스 감염이 생겼다면, 항바이러스제를 빠르게 투여해야 한다. 그래야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항바이러스제의 사용은 오히려 내성바이러스의 출현을 가속화 한다. 이는 더 이상 항바이러스제의 효능을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항바이러스 내성의 현주소
예를 들어 보자. 인플루엔자 감염 치료에 사용됐던 ‘아만타딘’(상품명 시메트렐) 같은 M2 이온채널 차단제(M2I)는 더 이상 A형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대한 1차 약제로 사용되지 않는다. 이미 A형인플루엔자바이러스 이 약제에 대한 내성 유전자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현재 인플루엔자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뉴라미니다제억제제(NAI)인 오셀타미비르(상품명 타미플루)와 자나미비르(상품명 리렌자)에 대한 내성인플루엔자바이러스 출현이 보고되고 있어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처럼 바이러스는 유전자 변이를 통해 자기를 무력화시키는 무기(항바이러스제)에 대응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항바이러스제는 상황에 맞게 신규치료제로 꾸준히 개발돼야 한다.
새로운 항바이러스제 개발 현황
항바이러스제 간의 병합 새로운 작용을 하는 신규 항바이러스제의 개발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미 개발돼 있는 항바이러스제를 이용한 병합요법의 개발에 대한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병합요법은 투여되는 항바이러스제 용량을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두 약제간의 상가(Additive Effect) 또는 상승(Synergy Effect) 작용을 기대할 수 있고, 적은 용량의 사용으로 내성바이러스의 출현을 낮출 수 있다. 이 병합요법은 이미 C형간염바이러스 환자 및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그 효용성이 확인되고 있다.
항바이러스제 + 천연물 병합 최근에는 항바이러스제와 함께 천연물이나 항염제를 이용하는 병합요법에 대한 연구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약용식물 중 하나인 ‘황금(Scutellaria Baicalensis)’에서 추출한 플라보노이드 성분인 바이카레인(Baicalein)을 기존 항바이러스제인 리바비린(Ribavirin)과 병합해 사용한 결과, 단일요법보다 쥐의 생존기간을 연장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화제를 모았다. 또한 기존 항바이러스제 중 하나인 오셀타미비르와 항염작용을 나타내는 심바스타틴, 페노피브레이트를 병합한 결과에서도 생존기간이 오셀타미비르 단독투여의 경우보다 긴 것으로 확인됐다.
새로운 항바이러스제의 개발 항바이러스제는 다양한 방법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른바 RS바이러스 감염이라고 불리는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질환 치료제로 승인된 리바비린은 다른 바이러스에도 효과적인 광범위 항바이러스제다.
하지만 리바비린은 바이러스뿐 아니라 바이러스가 자라는 숙주 세포의 DNA와 RNA 합성을 방해하며, 골수전구세포에 대한 독성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임상에서의 적용은 제한적이다. 같은 계열의 항바이러스제인 파비피라비르(T-705)는 리바비린과 달리 바이러스의 유전자 복제과정에 작용하는 항바이러스제다. 최근 에볼라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입증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허가된 페라미비르는 새로운 정맥주사용 제제다. 2009년부터 국내에서 인플루엔자에 감염돼 위독한 환자들에게 사용되고 있다. 당뇨병, 만성폐질환, 그리고 면역억제제 치료를 받고 있는 인플루엔자 감염 환자들에게서 약물의 효과 및 안전성이 확인됐다. 하지만 오셀타미비르 내성 바이러스에 교차 내성을 보여 내성바이러스 감염 치료에는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CS-8958로 알려진 라미나미비르는 건강한 성인 남성이 분말 형태로 흡입했을 때 약물의 반감기는 약 3일이며 체내 잔존 시간이 약 144시간인 것으로 확인됐다. 라미나미비르는 임상시험에서 20~40mg의 단독투여만으로도 5일간 2회씩 투여한 오셀타미비르와 비슷한 항바이러스 효능을 나타냈다.
면역조절 약물과의 병합 1997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고병원성 H5N1바이러스와 최근 에볼라바이러스에 의한 인체 감염 사례는 숙주의 면역체계에서 유발된 과도한 ‘사이토카인 스톰’이라는 면역 폭발에 의한 병원성 증가가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이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은 직접 바이러스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 이외에 과도하게 유발된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치료제를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기존 항바이러스제와 병합해 사용하는 것일 수 있다.
현재 COX-2억제제, 마크로라이드, 글루코코르티코이드 및 스타틴 등과 같은 면역조절 약물이 인플루엔자 감염에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향후 이 면역조절 약물들과 항바이러스제들의 병합요법에 관한 과학적 기초·임상 중개연구가 좀 더 심도있게 진행돼 임상 적용이 가능해진다면 현재 우리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대유행 인플루엔자바이러스, MERS바이러스, 에볼라바이러스등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기대해도 될 것이다.
박만성 교수
고려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
미국 마운트 사이나이의대 미생물학교실 전임강사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