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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은 藥 고르는 樂이 있어야죠”

김련옥 헬스조선 기자 | 월간헬스조선 12월호(72페이지)에 실린 기사임.

‘음식이 곧 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른바 몸에 좋은 ‘착한 음식’을 챙겨 먹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대세를 거스르고 “음식은 약이 아니다. 착한 음식의 거짓말에 속지 말라”고 과감하게 주장하는 약사가 있다. “어떤 음식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방법론을 중시하는 그의 말에 많은 사람이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화제의 인물은 정재훈 약사. 캐나다에서 10년 동안 약사 생활을 하다가 귀국한 뒤, 지금은 국내에서 해외 약사면허교육 및 약국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처음에는 음식에 대한 그의 철학을 듣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그가 피력한 약국과 약사에 대한 비전과 꿈은 정재훈이라는 약사에 대해 좀 더 잘 설명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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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약사 / 사진=김범경(St.HELLo)

착한 음식의 거짓말이라니. 정재훈 약사의 책 《생각하는 식탁》은 시작부터 도발적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건강 음식의 기본 상식을 완전히 뒤집는다. ‘해독주스는 당분 덩어리다’ ‘블루베리 속 안토시아닌은 체내에 흡수가 잘 되지 않는다’ ‘항산화제는 활성산소의 생성을 막지만 수명도 단축시킬 수 있다’처럼 기존 건강 상식을 뒤집는 주장이 적지 않다. 정재훈 약사는 “착한 음식을 찾아다니지 말고, 그냥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으라”고 조언한다. 그가 이렇게 음식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다. 정재훈 약사는 “우유를 마시면 키가 큰다는 말을 듣고 고등학교 때까지 설사를 하면서도 우유를 억지로 하루에 1~2L씩 마셨는데, 알고 보니 나는 유당을 분리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3학년이 돼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됐고, 그 후로 음식과 약, 사람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정 약사가 몸에 좋다는 착한 음식들에 대한 일반론 적용을 거부하게 된 것은 이 때부터다.

◇ 서울대 약대 나와 캐나다에서 약사 생활

정재훈 약사는 캐나다에서 10년 동안 약사 생활을 했다. 활발한 약학 연구를 하고 있는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약국의 시스템을 경험하고 나면 한국 약국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학생 때 신약개발 동향을 알아보고 싶어 미국의 제약회사와 대학 내에 있는 약학연구소를 견학한 게 계기가 됐다. 서울대 약대를 졸업한 그는 주저없이 캐나다 약사면허를 취득해서 캐나다로 건너갔다.

정재훈 약사가 캐나다에서 처음 근무했던 곳은 월마트 안에 있는 약국이었다. 월마트 약국 근무는 그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캐나다 약국은 약의 안전성을 기준으로 약을 진열한다. 처방전이 필요한 약과 약사가 반드시 안전성 및 적합성 체크를 해야 하는 일반 약은 조제대 안에 배치하고, 나머지 일반 약은 조제대 밖, 약사의 상담이 쉽고 가능한 공간에 배치한다. 대부분의 약을 조제대 안에 비치해 약사가 일방적으로 소비자에게 약을 주는 한국의 약국과는 다르다. 그는 “소비자가 직접 약을 고를 경우 약에 대한 만족도, 약에 대한 지식이 더 높아진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재훈 약사는 좀더 많은 한국 약사들이 이러한 시스템을 경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귀국 후 미국·캐나다 약사면허시험 교육업체를 열어 지금까지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한국과 외국의 약국 시스템을 모두 경험한 약사들이 많아질수록 미래의 국내 약국이 더 좋은방향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 “소비자 만족시키는 약국 시스템 만들어야”

정재훈 약사는 ‘휴베이스’라는 회사도 운영하고 있다. 일종의 약국 컨설팅 회사다. 그는 “약국을 소비자가 즐거운 공간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설립한 회사”라며 “지금처럼 한 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약국 구조는 약국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환자가 약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없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약국의 동선을 바꾸라”고 제안한다. 약사의 복약지도와 상담이 필요한 약은 조제대 안에 놓고 약사의 손을 한번 거치도록 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소비자가 스스로 선택해도 되는 다양한 약은 마치 큰 마트의 일반 소비재처럼 배치한다.

그는 “최근 다양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담긴 좋은 약, 부작용 없고 삶의 질을 높여 주는 약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며 “이러한 약에 대한 선택권을 소비자가 가져야 약에 대한 관심과 지적 호기심이 높아지고, 약 복용에 대한 책임감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 약사를 위한 복약 상담 가이드북 제작

정재훈 약사가 약국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하는 일은 또 있다. 복약 상담용 가이드 자료를 만들어 약사에게 배포한다. 내가 원하는 약을 어느 약국에 가면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한 애플리케이션도 개발 중이다.

정재훈 약사는 “소비자에게 약국 선택권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병원에서 처방된 약을 인근 약국이 아닌 다른 약국에 가면 살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약국 선택권이 제한돼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런 틀을 깨고 싶어서 앱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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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위치한 휴베이스 회원약국 중 한 곳. 휴베이스 회원약국의 내부는 소비자가 직접 약을 고를 수 있는 구조다. / 사진=김범경(St.HELLo)
“우유만 마시면 배가 아픈데 왜 5년 넘게 계속 마셨을까?
우유가 ‘키를 키우는’ 착한 음식이라는 거짓말을 철저히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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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약사는 한국 약사들의 인식 변화를 위해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은 8월 휴베이스 워크숍에서 약사들을 대상으로 정재훈 약사가 강연하는 모습. / 사진=김범경(St.H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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