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대에 따라 잘 생기는 망막질환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망막은 안구의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투명한 신경조직으로, 빛을 감지해 사물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기관이다. 망막질환은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실명의 첫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망막학회가 3일 창립 30주년을 맞아 약 100건의 대한안과학회지 논문을 메타분석하고 최근 5년간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령대별로 잘 발생하는 망막질환이 달랐다는. 10~20대는 망막박리, 30~40대 당뇨환자는 당뇨망막병증, 50대는 망막정맥폐쇄, 60대 이상은 황반변성이 잘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 연령대별 주의해야 할 망막질환 달라

한국망막학회 조사 결과, 10~20대 망막박리 환자수는 최근 5년간 33.8% 증가했다. 특히 10대 망막박리 환자는 동기간 50.9%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표]. 전체 망막박리 환자 중 10~20대 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2.5%다. 망막박리는 눈 속의 신경막인 망막이 눈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실명이 발생할 수 있어 즉각적인 수술이 요구되는 응급 질환이다. 세브란스병원 안과 고형준 교수(한국망막학회 홍보이사)는 "스마트폰·컴퓨터를 자주 사용하고 오랜 시간 가까이 책을 보는 습관 때문에 학생들의 근시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근시가 생기면 안구가 앞뒤로 커지면서 길이가 한정돼 있는 망막이 늘어나 찢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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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막박리 환자수 및 증가율(2009~2013년)/사진=한국망막학회 제공

30~40대 젊은 당뇨병 환자의 10명 중 1명은 합병증으로 당뇨망막병증을 앓고 있었다. 2013년 기준으로 30~40대 1형 및 2형 당뇨병 환자는 36만5401명이었는데, 같은 기간 동일 연령대 당뇨망막병증 환자는 3만3889명이었다. 당뇨망막병증은 고혈당으로 망막의 미세혈관이 손상되면서 시력이 떨어지거나 실명하게 되는 병이다.
 50대 망막정맥폐쇄 환자수는 최근 5년간 32.1% 증가했다. 50대 이전 망막정맥폐쇄 환자수는 동기간 오히려 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망막정맥폐쇄는 50대부터 특히 주의해야 하는 질병으로 학회는 보고 있다. 60대 이상 노인 10명 중 8명이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황반변성은, 고령화 인구의 증가에 따라 최근 5년간 60세 이상 환자수가 53.3% 증가했다. 망막정맥폐쇄는 망막의 정맥이 막히거나 파열되어 혈액 순환이 이뤄지지 못하는 질환이고, 황반변성은 망막 중심부에 있는 황반부의 시세포가 퇴화하는 질환으로, 두 질환 모두 시력 저하와 실명을 유발한다.

대구 가톨릭대 안과 김시동 교수(한국망막학회 회장)은 "이번 분석은 연령대별로 주의해야 할 망막질환이 무엇인지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고령화 사회 진입 속도 및 선진화된 생활 습관 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망막질환 환자는 더욱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도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망막질환 환자수 급증, 80세 이상은 두배로 늘어

실명유을 유발하는 주요 4대 망막질환(망막박리·당뇨망막병증·망막정맥폐쇄·황반변성) 환자수는 2009년 38만2247명에서 2013년 51만6413명으로 최근 5년간 35.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80세 이상 환자가 96.1% 증가하는 등 고령인구의 망막질환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당뇨망막병증 환자가 27만7022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황반변성(14만0540명), 망막박리(5만9808명), 망막정맥폐쇄(3만9043명) 순이었다. 4대 망막질환의 전체 인구대비 유병률은 약 1% 정도지만, 50대 이상 인구의 3.2%, 60대 이상 인구의 4.4%, 70대 이상 인구의 4.8%가 될 것으로 학회는 보고 있다.

◇국내 망막 치료 수준 선진국에 뒤지지 않아

망막질환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망막질환 치료 수준이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되어 실명의 위험을 낮추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 노인 실명 원인 1위인 노인성 황반변성의 경우, 레이저 광응고술, 광역학 요법을 거쳐 최근 안구내 항체주사가 도입되면서, 우리나라 환자 86.1%의 시력이 호전되거나 유지되는 큰 발전을 얻었다. 고형준 교수는 "어느 선진국에도 뒤지지 않는 좋은 치료 결과를 얻어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망막정맥폐쇄와 당뇨황반부종도 20여 년 전에는 레이저 치료만이 가능했고, 치료 후 시력이 오히려 저하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 안구내 스테로이드 주입술, 안구내 항체주사가 사용되면서, 치료 순응도가 높은 환자 50%의 평균 최종 시력은 간단한 일상생활이 가능한 0.3~0.4까지 향상되고 있다.

망막질환의 수술 기술도 큰 발전을 하고 있다. 40여 년 전만 해도 안구 내부를 수술하는 것은 불가능했으나, '유리체 절제술'이 도입되고 발전하면서 망막박리·망막전막·황반원공·증식성 망막병증을 덜 침습적인 방법으로 짧은 시간 내에 수술할 수 있게 됐다. 수술 후 환자들의 평균 시력도 0.6 이상으로 나타났다.

고형준 교수는 "망막질환에 대한 인지도와 관심이 적어 많은 환자들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특히 황반변성과 당뇨망막병증은 양쪽 눈에 침범하여 치료가 소홀한 경우 개인의 독립적 생활이 불가능하고 가족이나 간병인의 도움이 필요해 사회적 부담이 가중되는 질환이다"라며 "학회에서는 환자들이 조기에 치료할 수 있도록 망막질환에 대한 대국민 인식 제고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