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일반
응급실 호출 후 15분이면 의료진 시술 시작… '골든타임(90분)' 안 놓친다
강경훈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4/11/25 08:30
강동성심병원 심장혈관센터
심장혈관센터 'SOS 응급대처시스템'
심근경색 등 응급환자 처치 시간 당겨
국내 최초 손목 혈관 스텐트 시술 도입
하이브리드 수술로 긴급 상황 대처
나이가 들면 심장도 늙는다. 갑자기 빨리 뛰기도 하고, 근육이 늘어지면 피를 충분히 못 뿜어낸다. 혈관에 불순물이 쌓여 막히면 심장 조직이 괴사한다. 평소 건강하던 노인들이 갑자기 심장마비나 돌연사가 생기는 이유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같은 급성 질환은 적기(適期)를 놓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발병 1시간 이내에 시술을 하면 90% 이상이 정상으로 회복되지만 8시간이 지나면 생존율이 50% 이하로 떨어지고 목숨을 건지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이 남는다.
한림대강동성심병원 심장혈관센터는 심근경색 환자를 위한 'SOS 응급대처시스템'을 10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환자가 심근경색으로 응급실에 와서 심전도나 심장초음파 검사를 받으면 검사결과는 의료진의 의료용 단말기로 바로 전송된다. 의료진은 응급실로 오는 도중에 서로 의견을 나누고 응급실에 도착할 때는 이미 환자에 대한 치료방법이 어느 정도 결정된 상태다. 심장혈관센터 한규록 센터장(순환기내과 교수)은 "호출 후 15분 내에는 무조건 응급실에 도착하는 게 철칙"이라며 "심근경색 같이 분초를 다투는 질병은 의료진이 얼마나 빨리 처치를 시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했다.
혈관을 뚫는 시술의 준비 시간을 줄이다보니 이 병원의 '도착 후 시술 시작 시간'은 학계 표준 권고 시간인 90분보다 22분이나 빠른 68분이다. 심정지 상태의 환자는 혈액순환을 위해 인공심폐기를 쓰는데, 심혈관조영실의 간호사·방사선사는 모두 인공심폐기 전문 교육을 이수해 대처가 빠르다. 이 병원의 심정지 환자 생존율은 2009년 15%에서 올해 45%로 급증했다.
◇사타구니 대신 팔목 혈관으로 스텐트 시술
심장혈관을 촬영하거나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그물망(스텐트)을 넣기 위해서는 가는 관 형태의 카테터를 동맥을 통해 심장까지 밀어 넣어야 한다. 1967년 미국에서 사타구니 주변의 대퇴동맥을 통해 카테터를 삽입하는 방법이 개발된 후 줄곧 이 방법을 쓴다. 대퇴동맥은 직경이 크고 혈관벽이 두꺼워 카테터가 지나가기 쉽다는 장점은 있지만 몸 깊숙한 곳에 있어 지혈이 쉽지 않다. 시술은 1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데 시술 후 6시간 정도 누워서 무거운 물건을 허벅지에 올려 놓고 있어야 한다. 소변도 누워서 봐야 한다. 또 카테터가 심장까지 들어가는 도중에 신경이나 장기를 건드릴 위험도 있다. 한 교수는 대퇴동맥 대신 손목에 있는 요골동맥을 이용한다. 중요한 신경을 건드릴 위험이 적고 출혈이 생겨도 손가락으로 누르기만 해도 지혈이 된다. 한 교수는 1998년 국내 최초로 이 방법을 도입해 지금까지 관상동맥 조영술은 1만례, 스텐트 중재시술은 4000례 이상 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건수다.
◇시술·수술 동시에 가능한 하이브리드 수술실
한림대강동성심병원은 올해 심장혈관 시술 도중 수술할 상황이 생겼을 때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시술과 수술이 동시에 가능한 하이브리드 수술실을 만들었다. 한 교수는 "사전 검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가 시술 도중 발생했을 경우 시술을 중단하고 바로 흉부외과 수술팀이 대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며 "응급상황에서 환자의 생명을 구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