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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병 사용 금지된 환경호르몬 '비스페놀A', 유해성, 진실은?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 이현정 헬스조선 인턴기자
입력 2014/10/31 15:57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비스페놀A'의 유해성 간담회
최근 영수증에서 검출돼 논란이 됐던 환경호르몬 '비스페놀A'의 유해성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비스페놀A는 컵·물병 등 식품 용기나 통조림·음료수 캔 코팅제 등의 제조에 사용되는 물질로, 체내에 들어와 내분비계를 교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에서는 비스페놀A가 함유된 젖병의 제조·수입·판매가 금지됐다.
'비스페놀A'의 유해성에 대해 30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화학협회 스티브 헨지스 박사는 "비스페놀A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관련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극소량의 비스페놀A는 인체에 무해하다"고 말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올해 6월 실험용 쥐로 비스페놀A의 유해성을 실험한 결과, 극소량에 노출될 경우 비스페놀A는 수 시간 내 체외로 배출됐다. 스티브 헨지스 박사는 "미국식품의약국이 비스페놀A의 안전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며 "이는 비스페놀A에 대해 FDA가 실시한 조사가 포괄적이었으며 신뢰할 수 있을 정도의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스페놀A의 유해성을 입증하는 연구 사례도 많다. 실제로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공동연구팀이 서울·성남·인천·울산·연천 등 5개 지역에서 선정한 1089명의 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환경 독성물질과 학습기능의 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비스페놀A의 소변 속 농도가 10배 높아질수록 아이들의 불안·우울 지수는 107%, 사회성 문제지수는 122%, 집중력 문제지수는 93% 높아졌으며, 읽기·쓰기·계산 능력은 오히려 저하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뿐 아니라 2008년 미국독성프로그램(NTP)의 연구에 따르면 비스페놀A를 실험용 쥐에 주입한 결과 전립선 종양·유방암·성조숙증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아의 경우 소량이라도 비스페놀A에 노출될 경우 생식기계 발달과 내분비계에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스페놀A가 인체에 들어오면 24시간 이내에 체외로 배출되지만, 그 사이에 신진대사와 성호르몬을 교란하고 뇌 기능을 저해한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한, 비스페놀A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 작용을 해 유방암의 원인이 되며 정자수를 감소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국내에서는 비스페놀A의 유해성을 인정, 영유아의 건강보호를 위해 젖병에 대한 비스페놀A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경우에도 비스페놀A의 유해성을 우려해 젖병에 비스페놀A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의 경우 내년 1월, 비스페놀A의 사용을 젖병뿐 아니라 전체 식기를 대상으로 금지할 계획이다. 하지만 비스페놀A의 유해성에 대한 입법처와 규제당국의 견해가 다르고, 비스페놀A를 대체할 물질의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아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학계에서는 비스페놀A의 유해성 및 비스페놀A 대체물질의 안전성 평가를 위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