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조직 기증 생명은 순환합니다, 1 for 100] (1)
전직 소방관 故 김봉년씨
사회 봉사하다 76세에 뼈 기증
인체조직 기증 인지도 낮아
국내 필요 조직 78% 수입
지난 9월 18일, 폐섬유화증을 앓던 故 김봉년씨는 호흡곤란이 심해 경북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목소리도 안나오는 상황에서 김씨는 펜을 잡았다. '모두가 있어 행복했다, 나를 꼭 기증해달라'는 유언을 남기기 위해서였다. 유언을 남기고 1시간이 지난 후 김씨는 눈을 감았다. 76세의 나이였다.
김봉년씨는 소방공무원이었다. 화재 현장을 많이 누비다 보니 폐가 딱딱해지는 폐섬유화증이 생겼지만,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가족들에게는 항상 "남을 돕는 사람이 되라"고 강조했다. 둘째 아들 김억일(53)씨는 "아버지는 소방서에서 30년간 근무하다 1999년 퇴직한 후에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돼야 한다며 향교와 공부방에서 사람들을 가르치셨다"고 말했다.
인체조직은 장기를 제외한 피부·근막·뼈·인대·힘줄·혈관·심장판막·양막(태아를 둘러싼 막) 등을 말한다. 기증자의 나이가 65세가 넘으면 다른 조직은 노화돼 기증을 못하고 피부와 뼈만 기증할 수 있다. 김씨의 기증 과정을 주도한 이소희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코디네이터는 "김씨는 모든 조직을 기증하길 희망했지만, 피부 상태가 양호하지 않아 뼈만 기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망 당일 김씨의 팔·다리 뼈는 무사히 채취됐다. 그의 몸은 나무로 된 뼈를 품고 기증 전의 모습으로 복원돼 화장터로 이동했다. 아들 김억일씨는 "입관하실 때 팔과 다리가 꿰매진 자국을 보고선 눈물이 났지만, 화장 후에는 흙으로 돌아가기보다 의미있게 쓰인다 생각하니 뿌듯했다"고 말했다. 김봉년씨의 뼈는 가공과 보관 과정을 거쳐 현재 수혜자를 기다리는 중이다. 뼈는 파우더 형태로 만들어 금이 간 뼈를 굳게 하는 데 쓰거나, 뼈 자체를 그대로 골육종(骨肉腫) 환자에게 이식할 수도 있다. 형태에 따라 한 사람의 뼈가 1명에서 100명의 삶을 살리는 것이다.
김억일 씨는 "아버지의 몸을 기증받은 사람들이 어디선가 생명을 얻고 살아간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다"며 "나를 포함한 5명의 형제 모두 현재 인체조직 기증 희망 서약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故 김봉년씨처럼 인체조직을 기증하면 100여 명이 넘는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인체조직은 인종 간 적합성이 중요해 자국 내에서 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2013년 기준으로 인체조직의 78%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윤경중 본부장은 "인체조직 기증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기증자가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체조직 기증
장기를 제외한 뼈·연골·피부·근막·인대·힘줄·심장판막·혈관·양막(태아를 둘러싼 막)을 사후에 기증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 자신의 인체조직을 기증하면 100명이 넘는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인체조직 기증을 하고 싶다면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에 조직을 기증하겠다는 '희망서약'을 하면 된다. 홈페이지(www.kost.or.kr)와 전화, 우편, 팩스로 가능하다. 전화(1544-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