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뇌를 훈련하면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기획·글 김현정 편집장 | 기고자 조해리
입력 2014/10/17 17:17
집착으로부터 당신은 자유로운가 ②
애착의 형태가 뇌 상태를 결정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많다. 안정된 애착관계가 좌뇌와 우뇌를 고르게 발달시키고, 뇌 속의 여러 요소를 긴밀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주장이다. 미국 UCLA 의대 정신의학 교수 대니얼 시겔은 무질서한 애착관계를 가진 사람의 뇌 상태를 진단하며,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애착과 두뇌 발달 간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1. 집착은 좌·우뇌의 균형을 파괴한다
전문가들은 안정된 애착관계가 우리 뇌 속 전전두엽 피질에서 뇌 속의 모든 기능과 구조를 통합하고 연결하는 회로의 성장을 촉진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전두엽은 뇌가 계획한 내용을 실제로 실행시키는 데관여하는 부위로, 최근 심리·수사의학 연구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전전두엽 피질은 대뇌피질, 변연계, 뇌간, 몸과 같은 내부의 정보와 외부 환경의 정보를 묶어 하나의 균형 잡힌 뇌의 운영 시스템을 만들어 낸다.
좌뇌와 우뇌가 고르게 발달하도록 돕고, 뇌의 각 요소들이 긴밀하고 원활하게 잘 작동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사람의 정서와 이성을 균형 있게 안정시켜 자신의 몸을 잘 통제할 수 있게 한다. 사이코패스나 정신질환자에게 취약한 부분인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도 키운다.
하지만 정상적인 애착관계가 형성되지못한 사람은 좌우뇌가 균형을 아루지 못한다. 회피적 애착형은 좌뇌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이런 애착을 가진 사람은 감정적인 부분이 잘 발달되지 못하고, 따라서 사회를 지나치게 이성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애착 대상에게 애정과 증오, 독립과 의존, 존경과 경멸 등 양가감정을 모두 느끼는 양가감정 애착형은 반대로 우뇌가 좌뇌를 압도하는 형태이다.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칭얼대고 불안정한 애착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무질서 모델은 좌우뇌가 균형적으로 통합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런사람은 행동의 방향성을 잘 잃고 이야기 주제나 시간이 뒤죽박죽된다. 이런 애착형은 발달 중인 아이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성격이나 생활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more tip]
철도기사 게이지의 성격변화에서 확인하다
전전두엽은 정서와 심리상태, 뇌기능 통합과 연관된다
게이지는 철도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기사였는데, 바위 틈에 폭발물을 채워 넣는 도중에 사고가 났다고 한다. 그가 뒤돌아보다 철근을 화약물 위에 떨어뜨려 폭발이 일어났다. 철근이 날아와 그의 머리를 관통한 후 몸이 공중으로 높이 오른 다음 땅에 떨어졌다고 한다. 길이가 3피트, 무게가 13파운드인 철근이 게이지의 머리를 빠른 속도로 관통했으며, 왼쪽 아래턱 부분으로 들어가서 머리의 위 중앙 부위를 통과하여 빠져나갔다. 그런데도 게이지는 죽지 않았고, 그 후 12년을 더 살았다.
흥미로운 점은 그의 행동과 성격이 사고 후 변했다는 것이다. 아주성실하고 양심적이며 열심히 일했던 게이지는 사고 후 성격이 많이 변하였다. 안절부절못하고 무책임하며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상스러운 욕을 자주 하는 사람으로 변했다. 이 사례를 통해 연구자들은 ‘전두엽이 정서 통제, 계획과 의사결정에 관여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연구하게 되었다.
최근 들어 대뇌 피질 중 전두엽의 앞부분인 전전두엽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전두엽이 결정하고 계획하는 기능, 즉 심리학에서 ‘집행 기능’이라고 부르는 정신작용을 담당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뇌의 발달은 일반적으로 얼굴 뒤쪽부터(시각과 여러 감각 정보처리에 관여하는) 시작해 중앙 부분(운동의 통제와 감각을 통합하는)으로 이뤄지고, 나중에야 뇌의 앞쪽인 전전두엽으로 확장한다고 한다.
특히 청소년의 대뇌의 발달을 추적해 보면, 전전두엽은 18~21세가 돼야 성숙하게 된다는 것이다. 충동적이고 불안정한 청소년들의 행동은 전전두엽의 발달이 미숙하기 때문이라는 이론이 성립되는 것이다.
2. 집착을 안정애착으로 바꾸기
많이 알려져 있듯이 좌뇌와 우뇌는 함께 작용하면서도 서로 다른 기능을 한다. 왼쪽피질이 언어·논리·문자적 사고를 주로 하는 데 반해, 오른쪽 피질은 감정적 신호 처리와 경험을 자전적으로 기억한다. 또한 오른쪽 피질이 몸 전체 내부를 설계하며 근육·심장·내장 기관 등의 신호를 받아들이는 직관력의 영향을 먼저 받을 가능성이 많다. 즉, 좌뇌가 세상 밖을 바라보는 동안 우뇌는 자신과 타인의 내면을 바라본다는 의미다.
한때 공부를 잘하고 성공하려면 좌뇌를 발달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러나 한쪽 뇌만 발달한다는 것은 곧 불균형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우뇌가 발생시키고 인지하고 이해하는 표정, 목소리 톤, 자세,몸짓과 신호의 타이밍 등 비언어적 신호는 사회생활에서 매우 중요하다. 손상된 애착은 불균형 상태의 뇌를 만든다. 그러므로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뇌 상태를 훈련해 균형을 이루게 하면 심리적·정서적인 부분의 집착도 안정된 애착상태로 바꿀 수 있다.
실제로 이런 훈련을 많은 뇌훈련센터나 심리상담센터 등에서 적용하고 있다.
◇ 회피형 애착관계
우뇌의 자전적 기능을 훈련하라
미국 UCLA 의대 정신의학 임상교수인 대니얼 시겔 박사는 의학적·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추론했을 때 회피형 애착관계를 가진 사람은 우뇌가 저성장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부모가 아이의 스트레스를 드러내는 울음이나 표정을 잘 알아채지 못하거나 제때 대처해 주지 못하면 아이에게 회피적 유형이 나타날 수 있다. 아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에 대해서는 관심을 받아도, 내면상태에 대해 별 관심을 못 받았을 수 있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좌뇌에 지배된’ 사람은 전체맥락을 놓치며 삶의 초점이 외부에 있다고 한다. 모든 사건이 통제되고 예상 가능하고분해되고 논리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믿는다. 또한 변화하는 상황의 맥락에 적응하지 못하고 매 순간의 사건이 순서에 맞게 연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 생각하므로 유연하지 못하다. 이들이 놓치기 쉬운 개인적 성찰 기능은 뇌의 피질에서 자전적 경험을 활용하는 과정인데, 주로 우뇌에서 지배적이다. 이럴 때는 우뇌의 감각과 자전적 기능을 훈련하는 두뇌훈련이 뇌 통합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준다.
[우뇌 발달 시키기]
. 몸 안의 느낌에 의식을 집중한다.
. 비언어적 신호에 주의를 기울이자. 소리가 전혀 나지 않도록 음량을 ‘0’에 맞추고 TV를 보거나 생소한 외국어로 영화를 본다. 이때 좌뇌의 언어 부위는 휴식을 취하고 우뇌의 신호가 더욱 활성화된다.
. 자전적 기억을 기록해 우뇌를 훈련한다. 오늘 아침에 어떻게 일어나 침대에서 나와 식사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어떤 일을 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적어본다.
. 다른 사람과 함께 기쁨, 흥분, 놀람,분노, 죄책감 등 여러 감정을 몸의 신호로 주고받는다.
좌뇌의 이성적 사고를 훈련하라
아이가 실수했을 때 부모는 어떤 때는 아이를 심하게 혼내고 어떤 때는 그냥 넘어가기도 한다. 부모가 일관성 없는 반응을 자주하면 아이는 양가감정 애착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성인이 됐을 때 부정적인 기억만 선택적으로 하게 만든다. 증오와 애정을 함께 느꼈음에도 증오만 기억하고, 존경과 경멸을 함께 경험했는데도 경멸만 기억한다.
예를 들면 동생을 잘 돌봤을 때의 부모의 칭찬이나 동생이 보낸 존경 등은 기억하지 않고, 부모가 동생만 예뻐했을 때의 서운함과 서러움만 강하게 기억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주로 어린 시절에 대해 특정한 부정적 기억만 계속 되뇌이는 경향이 있다. 이와 함께 대인관계에서 부적절하게 감정이 넘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뇌가 과하게 작동한 것이다. 이때는 좌뇌의 이성적 사고를 훈련하는 것이 도움된다.
[좌뇌 발달 시키기]
. 감정을 파악하고 이름을 붙이는 능력을 길러라. 이름을 붙이는 것은 좌뇌의 언어 능력을 강화하면서 우뇌의 생생한 감정에 연결하는 것이다. 무엇을 느끼는지 그냥 표현하면 된다. 설명할 필요는 없다.
. 일기를 쓰자. 좌뇌의 직선적이고 논리적인 기능을 훈련할 수 있다. 언어에 기반한 이야기를 작성하면 조리 있게 말하는 능력도 길러진다.
. 명상을 통해 내면을 바라본다. 자신을 바라보는 관찰자가 있는 것처럼 경험이나 감정을 관찰하고 진술한다. 관찰자가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면 감정을 진정시키고 지금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좀더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다. 스트레스에서도 자신의 안정감을 갖고 외부와 소통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내 몸은 내것이지 내가 아님을, 내 감정은 내가 아니라 내것’임을 알게 되면서 문제와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게 된다.
◇무질서 애착관계
상실감을 받아들이고 자신과 분리하라
기본적으로 사람은 안정, 회피, 양가감정중 하나 혹은 세 가지의 ‘질서 있는’ 애착형을 조합한다. 그러나 돌보미와 끔찍한 경험을 한 일부는 무질서한 애착형을 형성하기도 한다. 말과 행동이 무질서해지는 것이다. 어느 순간 갑자기 과거의 상실 혹은 트라우마가 떠오르거나 격렬한 감정, 감각이 밀려들어 현재의 경험마저 분열된다.
- 일기를 작성하되 내면이 분열된다고 느낀 시기를 반드시 적는다. “그 사건은 무엇인가? 자신이 ‘분열’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나? 그 상태에서 평소 통합된 상태로 돌아오는 데 도움을 준 것은 무엇인가?” 등의 기록이 모이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발생요인을 성찰할 수 있다.
- 심리학자 타라 브랙과 잭 콘 필드는 ‘RAIN’ 즉, 상실감을 알아차리고(recognize), 이미 발생했고 해결되지 않았음을 받아들이며(accept), 과거와 현재 속에서 그 경험의 특징을 살펴보고(investigate), 경험과 자신을 분리하는(non-identification) 방법으로 정신을 치유하고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 과거의 특정 경험이 여전히 두려울 경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사회적 동물’이라고도 불리는 인간은 관계 속에서 인정받기 원한다. 그러므로 건강한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와 인생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조해리
브레인트레이너.
카이스트(KASIT)를 졸업하고,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뇌교육학과 박사과정으로 활발한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브레인미디어 뇌과학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월간헬스조선 10월호 94페이지에 실린 기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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