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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라고 다 같지 않다! ‘전문 분야 인정의’ 확인하세요
취재 이동혁 기자
입력 2014/10/15 15:07
해묵은 논란 거듭하는 치과전문의 갈등
알고 보면, 이 편지는 수십 년간 곪았다 최근 다시 가열된 해묵은 치과계 갈등인 치과전문의 논란이 배경이다. 치과전문의 논란은, 현재 국내 치과 환자들이 자신이 진료 받는 치과의사의 공인 세부 전공이 무엇인지 한눈에 확인하기 어렵게 돼 있는 상황과 직접 관련이 있다.
치과에도 전문의 제도 있긴 있어
일반 의사가 4년간의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국가시험에 통과하면 내과.외과 등의 전문의 자격을 얻듯이, 치과의사도 전문의 제도가 있다. 그런데 10개 전문과목(표 참조)으로 구성된 치과전문의제도는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치과전공의 과정은 이미 1962년 공식 도입됐고, 이때부터 국내 치과대학병원에서는 일반병원 진료과목처럼 치주과, 교정과, 보존과, 보철과 등을 나누어서 환자를 보며 전공의를 3년 간 수련시키고 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전공의 수련을 받지 않고 개업한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의 눈치를 보느라고 전문의 시험제도를 만들지 않았다.
전문의 시험은 치과계의 내분으로 헌법소원까지 거쳐 2008년에야 도입됐다. 전공의를 가르치는 치과대학 교수들(치과전문의 제도를 활성화하려 함)과 개업 치과의사 위주인 대한치과의사협회(치과전문의 제도를 되도록 억제하려 함) 사이의 대립이 핵심이었다. 이 탓에 ‘가르치기는 하지만 자격은 주지 않는’ 기형적 상황이 무려 46년간 이어진 것이다.
전문의 개업한 치과 전국 10여 곳뿐
치과계의 내분과 갈등은 전문의 시험도입 이후에도 계속됐고, 보건복지부는 관련 입법 과정에서 어정쩡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치과전문의 제도와 관련된 의료법 조항은 이리저리기워 놓은 누더기가 돼버렸다. 대표적으로, 전문의를 딴 치과의사가 의료기관명에 전문과목을 표시할 수 있게 된 것은 올해 들어서야 가능해졌다.
그런데 치과 명칭에 전문과목을 표시하면 다른 전문과목은 치료를 못 한다. 의료법상 일반 의사는 자신의 전문의과목이 아니라도 진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산부인과의원에서 임신부 진료 중 피부병을 발견하면 피부과 치료를 얼마든지 해도 된다.
그런데 치과전문의는 안 된다. ‘홍길동치과교정과 치과의원’에서 치아교정을 받던 환자가 다른 치과 질환이 겹쳐서 신경치료가 필요하면 교정과 전문의 홍길동 원장은 그 환자를 다른 치과에 보내야 하는 것이다. 반면 ‘홍길동치과의원’이라고 개원하면 모든 치료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2008년 이후에 전문의를 딴 치과의사가 2000명 가까이되지만 절대 다수는 이를 내세우지 않는다.
현재 1만6000여 곳인 전국 치과 중 원장의 전공을 내걸고 진료하는 ‘치과전문의 치과’는 10여 곳에 불과하다. 치과 치료를 받으려는 환자가 자기에게 해당하는 치과전문의 2000명이 어디서 개업하고 있는지 찾아보기 힘든 것은 이 때문이다.
주치의 전문 분야 알기 힘든 환자만 손해
2007년 이전에 치과전공의 수련을 받은 치과의사는 이후 아무리 진료경험이 많아도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현행 의료법이 2008년부터 수련받은 사람에게만 응시 자격을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문의가 될 수 없는 전공의 수료자’는 전체 치과의사 2만3000명 중 5000명 정도다. 현재 치과대학에서 전공의 수련을 담당하는 고참급 교수들도 거의 대부분 전문의 자격이 없다.
이런 ‘비전문의 교수’는 2016년까지만 전공의를 가르칠 수 있다. 의료법 개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2017년부터는 현재 치대교수 대부분이 전문의 수련을 시킬 수 없게 되는 ‘치과의사 수련 시스템의 대붕괴’가 오는 것이다. 이렇게 꼬인 상황은 치과계와 정부가 풀어야 할 ‘그들의 문제’이지만, 치과 환자들은 이런 밥그릇 다툼 와중에서 치과의사의 전문성을 쉽게 확인하지 못하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불편을 계속 겪을 수밖에 없다. 갈등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며, 수십 년간 꼬일 대로 꼬여 있는 문제라서 단칼에 풀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인정의’ 확인하면 전문성 알 수 있어
일반인이 전문의 자격을 표시하지 않은 치과의사의 전문성을 확인하려면 각 치과학회가 도입한 학회 인정의 제도를 참고하는 게 아쉬운 대로 가장 나은 방법이다. 국내의 주요 치과학회는 자체적으로 치과의사를 심사해 인정의 자격을 준다(표 참조).
전문의 취득이 봉쇄된 치과의사들이 전문성을 표방할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 주는 수단이다. 대체로 학회마다 3년 이상 회원이어야 하며, 세부진료과목의 전공의 과정 등을 이수했거나 진료.연구 등에서 일정한 기준을 맞추는 치과의사에게 자격을 준다. 대부분의 인정의 자격은 학회별로 5년마다 보수교육 이수 여부 등을 심사해서 갱신해 준다.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에서 인준받은 주요 학회의 인정의는 상당한 공신력이 있는 제도지만, 정부의 공식면허나 자격증은 아니고 각 학회에서 자체적으로 부여하는 타이틀이라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 또, 치협에서 인준받지 못한 군소학회에서 부여하는 인정의가 아닌지 가려봐야 한다. 군소학회 인정의라도 무조건 수준이 낮다고 볼 수 없지만, 주요 학회만큼 인정의 관리가 철저하지 않을 수 있다. 치협에서 인준받은 28개 학회 리스트는 치협 홈페이지(www.kda.or.kr) 초기화면의 ‘분과 학회’ 코너에 실려 있다.
"홍길동치과의원의 홍길동 원장은 어떤 환자든 다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홍길동치과교정과 치과의원의 홍길동 원장은 치아교정만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자기 전공을 내걸고 진료하는 ‘치과전문의 치과’는 1%도 안 된다."
월간헬스조선 10월호(160페이지)에 실린 기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