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대한민국 모발이식수술의 근원지!
김수진 기자 | 사진: 조은선(St.HELLo)
입력 2014/09/26 11:34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
병원에 소속된 진료과나 센터는 병원 안에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생뚱맞게 특급호텔 안에 위치한 센터가 있다. 바로 우리나라에 국내에서 모발이식수술을 처음 시도하고 보급한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다. 이유는 국내1등 모발이식센터라는 명성을 넘어 세계 1등이 되려는 의지에서다. 2011년 호텔로 옮긴 이후 3년간의 평가는 ‘성공적’이라고 평가된다. 중국, 일본은 물론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까지 대머리로 고민하는 세계 환자들의 발길이 줄 잇고 있다. 지금 수술을 예약해도 2년 넘게 기다려야 할 정도다.
모발이식센터가 특급호텔에 들어선 이유는?
병원 소속 센터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호텔로 들어오는 것은 병원 혼자만의 의지로 되는 일은 아니다. 우수 의료기술을 육성한다는 취지로 정부가 적극 지원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가 갖춘 의료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볼 수있다. 이를 위해 정부와 병원에서 투자한 비용만 35억원에 달한다. 병원 측은 “호텔 내 모발센터가 있다 보니 많은 환자가 비즈니스하러 국내에 온 김에 모발이식도 함께 받고 돌아간다”며 “환자 입장에서는 호텔에서 두 가지 성과를 보는 1석2조인 셈”이라고 말했다.
모발이식수술은 사람들이 한번에 알아볼 수 있는 수술 중 하나다. 그만큼 입소문도 빠르다. 외국인 대부분이 지인의 말을 듣고, 옆 사람의 수술 결과를 보고 찾아온다. 더욱이 역으로 수술받고 돌아간 외국인이 한국인에게 소문내는 경우도 있다. 김정철 센터장은 “센터에서 수술을 받고 돌아간 수입업체바이어가 국내 수출업체에 오히려 역으로 소문 내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외국인 바이어가 국내 수출업체 대표에게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가 있는데 왜 대머리로 있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고한다”고 말했다.
김정철 센터장의 시술법 이제는 국내 표준
자신의 몸에 직접 임상시험하는 의사. 괴짜 의사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신뢰감을 주는 의사다. 1992년 모낭군 이식술을 최초로 개발한 모발 이식의 대가,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 김정철센터장의 얘기다. 김 센터장의 오른쪽허벅지에는 머리카락이 자란다. 여기에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1992년 세계 학회에서 처음으로 모낭군 이식술을 발표했는데, 분위기가 썰렁했다. 의사들은 그 결과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김 센터장은 돌아오자마자 자신의 다리에 20개 정도의 모낭군을 이식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10년 후 미국세계학회에서 발표했다. 자신의 허벅지에 길게 자라 있는 머리카락을 보여 주자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다음해 캐나다 학회에서 학술 대상을 받았다.
불모지를 개척해 지금은 국내 대표주자
모발 이식은 보통 성형외과나 피부과에서 많이 다루는 분야다. 그런데 김 센터장은 원래 면역학 전공자다. 그가 모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흥미롭다. 김 센터장이 대학원생 때 지도교수와 친분 있던 어느 일본인 의사가 가끔 대구에 들렀다. 그는 겨드랑이 암내 수술로 유명했는데, 그를 통해 겨드랑이털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 후 군의관 복무 중 우연히 군부대 안에 있던 얼룩돼지의 털을 보고 왜 한쪽은 검고 한쪽은 누런지 궁금했다. 검은 털을 누런 털 부분에 심어 검은 털이 확산되는지 알아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물론 면역학교실에서 암이나 에이즈 등을 연구하지 왜 쓸데없이 털이나 연구하느냐고 비웃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김 센터장은 ‘대머리는 왜 앞에서만 생기고, 뒷머리는 빠지지 않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벗어버리기 힘들었다”며 “특히 남이 하지 않는 분야라는 점에서 미래를 봤기 때문에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보통 의사들은 자신의 학력을 쓸 때 서울대 출신이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내건다. 그 외 대학일 경우 자신의 학력을 잘 노출하지 않는 의사도 있다. 하지만 모발이식 분야는 다르다. 서울 강남한복판에 있는 큰 규모의 모발이식센터도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에서 연수받은 점을 강조한다.
탈모 극복 의지로 끊임없이 연구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에는 김정철 센터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센터에 소속된 김문규.이창우 교수 역시 이 분야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이들이 함께 드림팀을 구성한다. 또한 환자가 많은데도 연구의 끈을 놓지 않는다. 김정철 센터장은 외국 SCI급에 게재한 모발 관련 논문만 45개, 모발 관련 특허만 14개다. ‘모발 유전자 지도’도 만들었다. 현재까지 6600개의 모발 유전자를 규명했으며, 모발유전자은행도 구축했다. 이 유전자은행은 과학기술부에서 이미 정부 공인 유전자은행으로 지정했다. 김 센터장은 “모발유전자은행과 유전자지도를 근거해 앞으로 유전자 정보에 따른 발모제도 개발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개인의 유전자 성향과 정보에 맞는 발모제를 부작용 없이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동물에 비해 사람의 모근은 길고 깊어 약물을 어떻게 모근 깊숙한 곳까지 침투시킬지에 대한 고민은 남아 있다. 그래서 모발용 전기영동장치도 개발중이다. 이는 음이온으로 약물을 코팅해 같은 전극을 가진 음이온끼리 서로를 밀어내면서 모근까지 약물을 투입시키는 방법이다. 이 센터에서 개발한 샴푸 ‘닥터 헤어티티’는 이미 히트 아이템이다. 국내 환자는 물론 해외 환자에게까지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서울 강남 한복판 모발이식센터 원장들도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에서 연수받은 점을 자랑한다.
그만큼 국내 대표 모발이식센터가 됐다.“
TIP 모발이식센터 비용은 얼마?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에서 모낭군이식술을 받는 데 필요한 비용은 600~700만원 선이다. 외국인 환자거나 지방에서 수술하기 위해 올라온 환자가 노보텔에 숙박을 원할 경우 숙박비용에서 30%를 할인받을 수 있다.
나는 모발이식을 해야 할까?
초기 탈모라면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다. 육안으로 보기에 큰 문제가 없고, 하루 빠지는 모발 수가 70~100개라면 초기 탈모다.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과 먹는 약인 프로페시아, 아보다트가 대표적이다. 프로페시아는 원래 양성 전립선비대증의 치료를 위해 개발된 약이었다. 모발 성장을 촉진시킨다는 효과가 밝혀지면서 탈모치료제로 쓰게 됐다. 20대나 30대라면 모발 이식보다는 약물치료를 먼저 시도해 보는 게 바람직하다. 40대 이상이고, 탈모 정도가 심한데다 부위가 넓다면 모발 이식이 해결책일 수 있다. 탈모 치료를 위해 진행되는 모낭군 이식술 절차는 다음과 같다. 먼저 머리 뒷부분인 후두부에서 두피를 떼어내 모낭을 채취한다.
탈모는 보통 후두부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정수리와 앞머리 탈모가 대부분이다. 후두부 모발의 유전적 특성 때문이다. 1회 시술 시 채취 가능한 모낭은 4000모 정도다. 채취한 모낭은 다치지 않도록 분리한다. 두피를 떼어낸 자리는 가는 실로 꿰맨다. 흉터는 뒷머리로 가리게 된다. 분리한 모낭은 식염수에 담가 뒀다 길이 10cm 정 도의 식모기 끝에 얹어 끼운다.
김정철 센터장은 기존의 식모기보다 바늘 이 얇아 출혈이 적은 ‘KNU(경북대학교 영문 약자를 뜻함)식모기’를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KNU식모기는 1시간에 1000가닥이상을 심을 수 있다. 식모기에 모낭을 끼우면, 모낭을 대머리 부분에 심는 작업이 이어진다. 이때 환자의 얼굴 형태나 머리카락의 굵기, 기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심는다. 심은 머리카락은 일주일 동안 형태를 유지하며 자란다. 하지만 2주 후에는 머리가 빠진다. 놀랄 필요는 없다. 정상적인 모발은 일생 동안 계속 자라는 게 아니라 빠지고 나는 것을 반복하는 주기를 거친다. 머리가 활발히 나는 생장기, 성장을 멈추는 퇴행기, 머리가 빠지는 휴지기로 이어진다. 이식 2주 후 머리가 빠지는 것은 휴지기이기 때문이다. 한 달 정도 지나면 이식하기 전 상태와 비슷해진다. 다시 4개월 정도를 기다리면 머리카락이 올라오기 시작해, 점점 굵어지면서 계속 나게 된다. 시술은 3~5시간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