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질환

전국민 울린 '부산 치매 엄마'의 보따리

권선미 헬스조선 인턴기자

한 치매 할머니가 길을 잃고 헤매다가 경찰의 도움으로 출산한 딸을 만나게 된 사연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서구 아미파출소로 "할머니 한 분이 보따리 두 개를 들고 한 시간째 동네를 왔다갔다한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할머니는 출동한 경찰관의 질문에 "딸이 애를 낳고 병원에 있다"는 말만 반복할 뿐 자신의 이름도, 딸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다.




다행히 할머니를 아는 이웃이 나타나 6시간만인 오후 8시쯤 경찰은 할머니를 딸이 입원한 부산 진구의 한 병원으로 모셔갔다. 할머니는 병원에 도착해 딸을 보자 끌어안고 있던 보따리를 풀었다. 할머니가 "어여 무라(어서 먹어라)"라며 푼 보따리 안에는 출산한 딸을 위해 준비한 미역국과 나물반찬, 흰 밥 등이 있었다. 이를 본 딸은 눈물을 쏟았다.

이러한 치매는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를 완치할 수는 없지만, 초기에 발견하면 약물치료로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부모가 평소 수월하게 하던 집안일, 길 찾기, 기일 챙기기 등 일상생활 수행 능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치매의 주요 초기증상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얼굴을 못 알아본다거나 폭력적인 말이나 행동을 하거나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야 치매를 알아챈다. 치매가 악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일상생활에서 전에 없던 사소한 문제가 생겼을 때 치매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치매를 조기에 발견해 약물치료를 하면 망상, 공격성 같은 이상행동도 조절할 수 있다. 가족들은 환자가 가사 활동 등 치매 발병 이전에 익숙하게 하던 일을 계속 하도록 돕고, 실수나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타박하지 않고 지지하며 지속적으로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 환자가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지지와 격려가 꼭 필요하다.

일상생활 수행 능력 변화는 주변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쉽게 알아챌 수 있지만 당사자는 잘 느끼지 못한다. 노부모 등 주위의 어르신이 이런 문제를 보이면 그냥 넘기지 말고 반드시 치매 검사를 받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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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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