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 病이 있다!
이현정 헬스조선 인턴기자
입력 2014/09/14 09:00
한국 사회에서는 화가 나거나 답답해도 참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풍습이 있다. 하지만 쌓여가는 화를 방치하면 단순히 답답하고 울화가 치미는 감정뿐 아니라 신체적 증상까지 유발할 수 있다. 화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쌓이면 '화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화병'은 미국신경정신의학회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문화 관련 증후군의 하나로 등재된 단어이다. 주로 중년 이후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화병은 유병률이 4~5% 정도로, 억울한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참아 일어나는 울화에 의해 나타난다.
화병은 주로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성격적 특성상 속상함·억울함·분함·증오 등의 감정을 표출하지 못하고 담아두면 화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화병은 범불안장애, 공황 증상, 피로, 우울감, 불면증,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죽을 것 같은 공포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화병은 초기에는 정신적 문제에 그치지만 2차적으로는 신체적 증상이 발생한다. 단순히 분노와 화를 참지 못하고 예민한 상태에서 벗어나 온몸에 열이 나고, 목이나 가슴이 조여 답답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속 쓰림이나 메스꺼움 등에 의한 식욕 장애나 소화 장애가 나타나거나, 만성적 분노로 고혈압이나 중풍 등 심혈관계 질환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화병의 진단은 환자의 병력, 증상, 가족력 등을 듣고 판단한다. 발병 이전 환자의 삶이나 스트레스 요인 여부 등이 환자의 심리적 상태에 미친 영향으로 화병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화병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자가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막혀 힘들다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 들어 힘이 든다 ▶얼굴이나 가슴의 열감으로 힘들다 ▶목이나 명치에 뭉쳐진 덩어리가 느껴져 힘들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많이 든다 ▶마음속 화가 쌓이거나 분노가 치민다 ▶잠들기 어렵거나 밤에 너무 자주 깨거나 아침에 너무 일찍 깬다 ▶삶이 허무하거나 우울하게 느껴진다. 만일 이러한 증상 중 5개 이상이 6개월 안에 나타나면서 이유 없이 몸이 아프거나 정서적 불안함을 느낀다면 화병을 의심할 수 있다.
화병을 진단받으면 보통 항우울제나 항불안제 등의 정신과적 약물치료와 정신 치료를 병행한다. 하지만 평소에도 화를 쌓아두지 말고 스스로 풀어내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익히면 가슴속 응어리를 풀어주는 데 효과적이다. 만일 스스로 혹은 가족의 도움으로도 화를 풀기 어렵다면 정신과를 찾아 전문이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