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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유대감 vs 며느리 존중’ 줄다리기에서 성공하기

기고자 박미령

김 여사는 추석을 앞두고 새 며느리를 어찌 대해야 할지 고민이다. 명절이면 일 더미에 묻혀 몸살을 앓던 젊은 날의 며느리살이가, 개선장군처럼 며느리를 진두지휘하던 시어머니 얼굴이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간다. 며느리 군기를 잡아 볼까 싶은 시어머니 꿍꿍이셈이 들다가도 며느리에게 시달릴 아들이 딱해 머리를 가로젓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안그러면 며느리가 어떻게 한 가족이 될까 싶어 걱정이 된다. 이러다가 영영 한 식구처럼 지내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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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간 갈등 없이 명절을 보내려면 시어머니의 현명한 줄다리기가 중요하다. 가족 간 유대감을 강화하면서 며느리의 자율성을 존중해 주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사진=헬스조선DB)

이런 고민하다 이도저도 귀찮아 남편과 단둘이 명절을 끼고 여행 떠나 버렸다는 친구의 심정이 이해된다. 흔히 결혼생활은 남녀 두 사람이 만나 사랑하며 알콩달콩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결혼생활에는 두 사람을 둘러싼 주변 가족체계의 역학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결혼생활을 막 시작한 신혼부부뿐 아니라, 자녀를 결혼시키고 ‘두 번째 신혼’을 준비하는 나이 든 부부도 마찬가지다. 생애 후반부를 맞이하는 나이 든 부부에게 결혼한 자녀와의 건강한 유대는 매우 중요하다. 부모세대나 자녀세대가 모두 부부 중심으로 산다고 해도, 가족이 하나의 건강한 체계로 기능하며 서로 돕고 사랑하며 함께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혼생활 연수가 더해져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자녀들이 독립하게 되면, 가족 시스템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해도 되는 나이가 되었다고 잘못 생각하기도한다. 그러나 가족에서 최고 세대의 위치를 차지했다고 해서 뚜렷한 원칙이 없이 가족 시스템을 함부로 운용하게 되면 가족의 유대는 깨지기가 쉽다.

가족은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는 매우 친밀한 집단이지만, 동시에 형식적 집단이기도 하다. 형식적 집단이란 그 조직과 체계에 의해 행동이 통제되는 집단이라는 의미이다. 쉽게 말해, 매우 사적인 것으로 보이는 가족 체계에도 무시할 수 없는 조직의 힘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가족은 ‘사랑’이라는 끈으로 묶여 있는데, 전문용어로는 ‘가족유대’라고 말한다. 가족의 유대는 가족의 결속을 유지하는 중심축인데, 가족의 결속을 너무 심하게 강조하다 보면 가족이 결속되는 것이 아니라 속박이나 구속으로 느껴 멀리 도망가고 싶어진다. 반면 가족의 결속력이 너무 느슨해도 가족유대가 약화된다. 명절이나 생일에 가족이 만나지 않고 무한 자유를 누리게 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가족의 의미는 퇴색하고 가족유대는 약화된다.




명절에 아이들을 앞세우고 선물꾸러미를 챙겨서 힘든 귀성길에 오르는 것은 가족의 결속을 다지면서 가족유대를 강화시키기 위함이다. 그러나 힘들게 고향을 찾아 부모형제와 명절을 보낸 후 가족 갈등이 더욱 깊어져 이혼 상담이 늘어나는 것은 명절을 건강하게 보내지 못했다는 증거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명절에는 차례를 지내며 조상을 추모한다.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는 것은 미래에 조상이 될 살아계신 부모에게 효도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가족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올리는 차례 음식이 가족모임의 중심에 위치해서, 명절 가족모임의 의미가 차례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되어버리기도 하는데 이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본질을 잃어버리고 형식에 집착한다고 할까.

본질인 가족의 유대는 어디로 보내버리고 차례 음식 준비에 몰두한 나머지 누가 더 많은 음식을 준비하고, 누가 더 많은 일을 했나를 따지면서 가족이 서로 분열하게 되니 어찌 보면 부끄러운 우리 가족의 자화상이다. 이 글 처음에 언급한 김 여사나 이도저도 싫어 여행을 떠나 버린 김 여사 친구나, 형식을 버릴 수도 없고 본질을 포기할 수도 없는 딜레마 속에서 해결할 수 없는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

가족의 유대를 강화하는 정도까지의 결속력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한 명절 지내기의 핵심과제다. 지나친 속박도 아니고, 지나친 느슨함도 아닌 절묘한 수준의 명절모임 문화를 향유해야 가족유대를 강화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가족유대를 강화시키는 명절 문화는 어떤것일까.




먼저 새로 맞이한 며느리가 가족의 일원임을 느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도록 하자. 밀러는 가족을 ‘스스로가 가족이라고 생각하면서 전형적인 가족임무를 수행하는 2인 이상의 사람들’이라고 정의했다. 가족임무를 수행하려면 먼저 스스로 가족의 일원임을 느껴야 한다. 그런데 과거의 시어머니들은 며느리가 시댁의 일원이라고 느끼기도 전에 가족임무를 강요했다.

그것이 바로 시집살이다. 며느리에게 부과된 가족임무를 강조하기보다는, 며느리가 시댁가족의 일원임을 느끼도록 유대를 강화 할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며느리가 가족의 일원이라고 느끼기 시작하는 결정적인 계기는 자녀의 출산이다. 자녀를 출산하게 되면 구태여 노력하지 않아도 자녀를 통해 시가와 자연스러운 유대감이 형성된다. 그러니 시어머니는 조금 기다리고, 며느리 군기잡는다고 결혼 초기에 엄격한 시집살이를 시키지 말자.

더불어 ‘다양성과 융통성’을 새로운 명절 문화의 키워드로 제안하고 싶다. 물론 과거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 가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지만, 두 번째 신혼을 위해 새로운 명절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조선 중기를 지나면서 장남이 제사 지내는 전통이 자리 잡게 되었지만, 과거 우리나라에는 윤회제사와 분담제사의 전통이 있었다. 윤회제사는 자식들이 돌아가면서 제사드리는 것이고, 분담제사는 자녀들이 제사의 대상을 나누어 모시는 것이다.

반드시 장남이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고려시대와 조선 초기까지 윤회제사와 분담제사의 전통이 있었으니 이를 새로운 전통으로 받아들이면 좋지 않을까. 물론 요즈음은 자녀가 많지 않아, 분담이나 윤회의 의미가 크지 않지만 분담제사와 윤회제사의 전통을 살려서, 명절의 부담을 자녀 간에 공평하게 나누어 명절을 보내는 것이 가족유대 강화에 도움이 된다.

제사나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족이라면, 좀더 융통성을 발휘해서 한번쯤 명절에 온 가족이 함께 여행을 떠나 명절을 축제처럼 지내는 것도 가족유대를 강화하는 좋은 방법이다. 명절의 의미가 가족유대의 강화에 있는 것이 분명한 만큼, 명절을 힘든 노동과 갈등의 장(場)이 아니라 즐거운 가족모임을 통한 축제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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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령

박미령
서울대 농가정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가족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에서 20여 년간‘결혼과 가족’이란 주제로 강의해 왔다. 현재 ‘향기나는 가족치료연구소’ 소장으로서 ‘부부교육 훈련’ 프로그램과 ‘부부 대화법’ 등을 교육한다. 또 성남가정법률상담소 교육원장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가사전문 상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월간헬스조선 9월호(180페이지)에 실린 기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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