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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땀의 강박에서 벗어나기
노은지 기자 | 사진 헬스조선DB 도움말 심성보(여의도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 장준혁(장준혁한의원 원장), 정희재(경희대한방병원 한방5내과 교수)
입력 2014/09/09 13:00
가을에도 줄줄 흐르고 냄새가 난다
사람은 원래 악취를 풍기도록 만들어졌다. 입안의 음식물, 속옷의 분비물,트림이나 방귀로 나오는 가스의 화학성분 등 악취의 원인도 다양하다. 이 중 가장 일반적인 원인은 바로 ‘땀’이다. 사람은 누구나 땀을 흘리고, 성인 어른의 몸에는 평균 300만~400백만 개의 땀샘이 있으며, 땀샘에서 하루 평균 150L의 땀을 생산해 낸다고 한다. 흔히 보는 1.5L 물병을 10개 합친 양(15~16L)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이다.
더운 날에 땀이 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다. 또 더운 날 땀으로 인한 악취는 어느 정도 양해가 된다. 하지만 요즘처럼 선선한 때 나 혼자 땀을 많이 흘리면서 땀냄새를 내고 다닌다면 곤란한 일이다. 괜히 위축되고, 씻는 것에 대한 강박증도 생긴다. 왜 덥지도 않은데 땀이 나는 것일까?
나쁜 땀의 다양한 원인
덥지 않은데, 운동도 안 했는데 땀이나는 것은 몸상태가 비정상이기 때문이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좋은 땀이 아니라는 점은 공통적이다. 땀이 나는 양상에 따라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해보자.
◇ 밤에 나는 땀은 건강 이상 신호
밤에 나는 땀은 건강의 이상 신호다. 밤새 베개가 땀으로 누렇게 젖어 있거나 잠옷이 젖어 있는 경우 등이 해당한다. 한방에서는 밤에 땀이 나는 것은 체력에 문제가 있거나 신체 균형이 완전히 깨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땀이 나는 부위에 따라 목이나 얼굴 주위에 땀이 많다면 코나 목 질환이 있는 경우고, 하체부위에 나는 땀은 기운이 떨어진 경우이다. 결핵이나 갑상선항진증이 있어도 밤에 땀이 난다.
정희재 교수는 “몸에 알 수 없는 염증이 있거나 몸에 수분이 부족한 경우에 밤에 땀이 난다”며 “혈액검사 등을 통해 몸 안에 염증 수치를 확인하고, 이상이 있는 경우 적극적으로 치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쾨쾨한 냄새가 나는 땀은 비만 탓
땀의 양과 무관하게 쾨쾨한 냄새가 나는 땀은 걱정거리다. 이 경우는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많거나 비만할 때이다. 비만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지방 때문에 열이 잘 빠져나가지 못하고 피부 호흡이 안 되기 때문이다. 주로 지방이 적은 얼굴이나 가슴, 등 뒤에 땀이 많이 난다. 땀에서 냄새가 날 때는 치료가 쉽지 않다.
냄새를 풍기는 발효식품 등은 피하고, 채소와 담백한 국물 위주의 식생활이 냄새나는 땀 해결에 도움을 준다.
◇ 식은땀은 스트레스와 만성통증 때문
보통 피부 온도가 43~46°C일 때 땀이 나고, 땀이 나면 피부가 식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식은땀은 피부 온도의 변화와 무관하게 땀이 나는 것이다. 식은땀을 흘리면 몸이 허하다고 생각하는데, 틀린 말이다. 식은땀은 정신적으로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난다. 스트레스가 교감신경을 흥분시키면서 땀 분비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또 만성두통이나 흉통, 요통 등처럼 만성통증에 시달리는 사람도 식은땀을 많이 흘린다. 통증 때문에 몸속에서 아드레날린 분비가 활성화되는데, 이것이 땀샘여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밀가루 음식, 카페인이 들어간 술과 커피, 홍차, 콜라 등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음식을 피해야 한다. 족욕이나 반신욕을 통해 땀 분비를 촉진시켜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시키면 좋다.
◇ 얼굴에 나는 땀은 입호흡이 문제
다른 곳은 괜찮은데, 유독 얼굴에만 땀이 많이 나는 사람이 있다. 호흡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땀은 호흡과 관계가 있다. 우리 몸속은 가만히 있어도 소화와 대사 등을 하면서 열을 내는데, 이 열을 빼는 기능을 주로 호흡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횡격막을 이용해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쉴수록 체온 조절이 잘 되고 땀이 덜 난다. 이를 복식호흡이라고 한다.
하지만 비염이나 축농증, 인후두염이 있는 사람은 복식호흡하기가 힘들어 몸 속 열을 호흡으로 잘 빼내지 못한다. 대신 피부로 배출하려다 보니 땀이 많이 나는 것이다.
이 경우라면 호흡기 질환을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운동을 통해 폐활량을 높이면 도움이 된다. 평소 요가 등을 통해 복식호흡을 생활화하면 좋다.
나쁜 땀은 증상과 땀 나는 부위에 따라 의학적인 치료법이 다르다. 다한증 자가진단에서 ‘그렇다’가 1개 이하인 경우라면 생활 속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2개 이상이면 되도록 의학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어떤 치료법이 있는지 알아보자.
[보톡스치료] 보톡스로 땀샘에 이르는 신경을 차단하는 방법이다. 손, 겨드랑이,발바닥 등 땀이 많이 나는 부위에 보톡스를 투여하는데, 2~4일 후부터 효과가 나타난다. 보통 6개월간 효과가 지속된다.
[수술] 땀이 분비되는 땀샘을 아예 제거하거나(국소적 땀샘제거술), 땀 분비를 자극하는 교감신경을 절제하는 방법이 있다. 국소적 땀샘제거술은 주로 겨드랑이에 땀이 많이 나는 경우에 시행한다. 교감신경절제술은 증상이 매우 심할 때 시행한다. 척추 옆 교감신경을 부분적으로 절제하기 위해 흉부에 0.5~1cm 크기로 2~3군데 절개한 후 흉강내시경과 내시경 수술기구를 복강에 넣어 화면을 보면서 절제하는 수술이다. 수술 관련 합병증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 겨드랑이의 땀 분비를 막고 나니 다른 부위에 땀이 많이 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방치료] 밤에 나는 땀은 보통 6~8주 간 구기자, 산수유, 마 등 6가지 약재들을 배합한 ‘육미지향탕’을 먹으면, 기력이 보충된다.
월간헬스조선 9월호(182페이지)에 실린 기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