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수의 모양, 용수를 술독에 박는 행위, 용수에 술이 괴는 현상 등이 남성의 성기와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탓이었다. 술이 더디 괴면 남편에게 숨겨 놓은 첩을 대라고 닦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잠자리가 뜸해진 남편에게 사랑을 요구하는 아내의 행동은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 듯하다.
적정 수준의 알코올이 성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은 맞다. 성행위에 대한 두려움이나 상대방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해 준다. 하지만 절대 습관처럼 성행위 전 술 생각이 나면 안 된다. 음주 상태에서 성행위를 자주 시도할 경우 알코올이 성감을 자극시키는 뇌 부위를 마비시켜 발기가 안 되게 한다. 발기가 어떻게 됐다고 해도 이번에는 사정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마음은 원이로 돼 몸이 따르지 않는다’는 말에 딱 맞는 경우가 아닐까. 게다가 이런 경우가 거듭되면 아예 지속적인 발기부전이 돼 버린다니 시작부터 긴장해야 할 일이다. 술을 상습적으로 마시는 사람의 75%가 성감저하, 60%가 발기부전, 50%가 사정장애를 호소한다고 하니 남의 일이라고 방심할 일도 아니다.
또한 음주 후 구강성교를 하면 에이즈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HIV 감염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4%의 에탄올에 10분간 노출된 구강 내 세포들은 무려 3~6배 HIV에 감염되기 쉬운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4%의 에탄올 농도는 맥주의 알코올 농도와 비슷한 수치다. 따라서 알코올에 의존한 성생활을 지속한다면 하루 속히 치료받는 것이 좋다. 백해무익한 음주섹스의 부작용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별칭에 걸맞게 그는 《경국대전》, 《동국통감》, 《동국여지승람》 편찬 등 큰 업적을 남긴 반면, 궁중 금원(禁苑)에서 가까운 사람들을 불러 베풀던 소연인 곡연을 거의 매일 밤 열어 기생들과 어울렸고 많은 후궁을 거느렸다고 한다. 25년의 재위 기간에 3명의 왕후와 9명의 후궁을 맞아들였고, 16남 12녀를 낳았다. 자식이 너무 많아 궁궐에서 다 기를수 없게 되자 궐 밖 여염집에 살게 할 정도였다. 성종의 과한 술과 음주섹스 는 그의 건강을 해친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체질적으로 신장이 약한데다 더위병인 ‘서병’까지 앓던 그에게 과도한 술과 성관계는 사실상 건강관리에 고속 역주행한 셈이다. 그가 37년(1457~1494)의 짧은 인생을 마감한 것을 보면 그 폐단을 여실히 알 수 있다. 요즘처럼 더운 여름날 음주 그리고 음주섹스를 즐기는 사람에겐 뜨끔하게 만드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요즘에도 술자리에서 술을 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흔히 읊조리는 시가 있다. 풍류가객 송강 정철의 ‘과음을 반성함’이라는 글의 한 대목이다. ‘마음이 불평스러우면 순리대로 풀어버리면 될 것이고, 흥취가 나면 시가(詩歌)나 읊조리면 될 것이고, 손님을 접대할 때는 정성으로만 하면 될 것이고, 남이 아무리 끈덕지게 권하더라도 내 뜻이 이미 굳게 서 있으면 흔들리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네 가지 좋은 방도를 버리고 한 가지 옳지 못한 데 빠져들어 끝내 혼미(昏迷)하여 일생을 그르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이렇듯 술을 즐기지 않으면서도 시와 풍류의 기쁨은 만끽하고 살던 송강 정철에게서 인생을 즐겁게 즐기는 방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여름 휴가철이고, 마음이 들뜨기 쉬운 때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음주가 단순히 건강과 정신만 해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술은 삶을 즐겁고 풍성하게 해줄 부부관계까지 흔들리게 한다. 부부관계를 돈독히 하고 싶은 남성이라면 오늘부터 정철의 정신을 받아들여 ‘끈덕지게 권해도 흔들리지 않는’ 주도를 배워볼 일이다.
"과도한 음주섹스를 즐긴 조선시대 성종이 37세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음주섹스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준다. 음주섹스는 몸과 마음의 건강뿐 아니라 부부관계까지 휘청거리게 만든다"

김재영
남성 수술 분야를 이끌고 있는 강남퍼스트비뇨기과 원장.
주요 일간지 칼럼과 방송 출연 등을 통해 건강한 성에 대한 대국민 인식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월간헬스조선 8월호(134페이지)에 실린 기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