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이근호의 골은 ‘핌플’ 덕분?

기고자 이종현

‘골프와 축구’ 공은 달라도 공통점이 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에서 터뜨린 이근호의 골은 행운에 가까웠다. 러시아 골키퍼가 공을 잡으려다 놓쳤기 때문이다. 러시아 골키퍼가 실수하기도 했지만, 브라질월드컵 공인구인 브라주카 덕을 보기도 했다. 브라주카는 4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공인구인 자블라니보다 핌플(pimple) 구조가 더 발달돼 있어 스피드가 더 나고 미끄럽다. 그 때문에 세계적인 골키퍼들도 공을 손으로 잡기보다는 쳐내는 경우가 많았다. 핌플은 축구공 거죽에 있는 미세한 돌기를 말하는데, 핌플 구조가 발달할수록 시속은 증가한다.

골프공에도 분화구 형태의 딤플(dimple)이 있다. 공 1개에 사각형, 오각형, 원형의 딤플이 200~500개 있는데, 공기 저항을 줄여 잘 뜨고 멀리 날아가게 만든다. 만약 골프공에 딤플이 없다면 공기 저항으로 인해 평균 거리의 절반 밖에 보낼 수 없다.




이미지

(사진=헬스조선DB)

골프공과 축구공의 속도
스포츠 종목 중에서 공의 속도가 가장 빠른 게 골프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보다 더 빠른 게 있다. 바로 배드민턴 공(셔틀콕)이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스매싱했을 때 평균 시속이 300km 안팎이다. 중국의 푸하이 펑은 시속 332km를 기록한 적이 있다. 골프공 속도는 시속 310km가 역대 최고다. 미국 PGA투어에서 버바 왓슨이 드라이버샷으로 기록했다. 장타자인 존 댈리나 타이거 우즈가 샷했을 때 속도는 시속 288km며, 수준급 일반 골퍼의 경우 시속 200km가 나온다.

골프공(4.2cm)의 5배 크기인 축구공(지름22cm)의 속도는 시속 110km 정도다. 브라질의 축구 스타 호베르투 카를로스의 프리킥이 역대 최고로 기록돼 있는데, 시속 150km다. 최고속도끼리 비교하면 골프의 절반 수준이다. 카를로스가 킥할 때 볼의 회전수는 초당 11회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골프공의 회전수는 이보다 3~4배 빠르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엄청난 속도와 파워가 느껴진다.


골프는 피스에 축구는 조각 속에 비밀이

브라질월드컵 공인구 브라주카는 축구 역사상 가장 적은 6개 조각으로 만들어졌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는 8조각이었다. 2006년 독일월드컵 공인구는 14조각, 2002년 한일월드컵 공인구는 32조각으로 만들어졌다. 축구공 조각이 점점 줄어드는 것은 완벽한 구형(球型)을 만들기 위해서다.

축구공은 구형에 가까울수록 불규칙성이 줄어든다.  골프공의 우수성을 좌우하는 것은 피스(piece)다. 비거리와 컨트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피스란 골프공의 겹을 말한다. 2피스는 거리가 많이 나는 공, 3피스는 컨트롤이 잘 되는 공으로 알려져 있다. 4피스, 5피스는 비거리와 컨트롤을 동시에 향상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미지

(사진=헬스조선DB)

2002 히딩크식 축구와 골프는 비슷하다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은 1무2패로 조별 리그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냈다. 그 때문에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룬 ‘4강 진출’이 더욱 돋보인다. 4강 기적을 이룬 히딩크식 축구는 체력과 기본기, 자신감 등을 통해 이뤄졌다. 어찌 보면 골프를 잘 치기 위한 요소를 모두 갖췄다. 히딩크식 축구를 적용하면 주말 골퍼로서는 부끄럽지 않은 스코어 카드를 받아들 수 있다.

[첫째 기초체력] 히딩크 감독은 강인한 체력을 강조했다. 골프에서도 체력은 가장 중요한 요소지만, 골퍼들은 이를 간과한다. 18홀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고 골프를 치기 위해서는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꾸준히 체력을 단련하는 골퍼는 거의 없다.

[둘째 기본기] 히딩크는 전술훈련 외에도 쉼없이 기본기 훈련을 했다. 주말골퍼는 보통 3개월 정도 레슨을 받고 필드에 나가면 모든 기본 과정이 끝이 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본이 무너지면 슬럼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따라서 어드레스, 그립, 스윙 등의 기본 동작이 몸에 익숙해질 때까지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셋째 소신 플레이] 히딩크는 자신의 스타일대로 선수를 훈련시켰다. 초창기 언론의 빗발치는 질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신을 굽히지 않고 월드컵 준비를 했다. 결과는 히딩크의 완벽한 성공이었다. 주말골퍼는 남의 말에 쉽게 흔들린다. 하지만 타인의 조언보다는 자신의 소신대로 일관성 있게 플레이하는 게 중요하다.

[넷째 자만심 버리기] 히딩크는 월드컵 직전까지 베스트 11을 확정하지 않았다. 선수 경쟁을 유발해 자만에 빠지지 않게 했다. 그 결과, 모든 선수가 주전으로 뛰어도 손색없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됐다. 주말골퍼는 초보 수준을 벗어나면 자만에 빠진다. 금방 100타를 깨고 90대, 80대에 들어갈 것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골프는 아침에 자신감을 얻었다가 저녁에 자신감을 잃는 스포츠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다섯째 멀티플레이어 되기] 한국이 2002 월드컵 4강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한 선수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격과 수비를 가리지 않는 멀티플레이어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골퍼도 드라이버, 아이언, 퍼터를 골고루 잘 써야 한다. 아울러 어떤 상황에서도 창의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패턴으로 연습해야 한다.

[여섯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 안정환은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뒤죽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히딩크감독은 그를 연장전까지 계속 투입해 만회할 시간을 줬다. 결국 안정환은 골든골을 넣어 국민적 영웅이 됐다. 골프도 실패를 극복하지 못하면 결코 싱글이 될 수 없다. 초보 골퍼 중에는 첫 홀에서 OB를 내면 그날 라운드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패해야 성공하는 법을 아는 것처럼 자신을 믿고 실패를 극복하려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

[일곱째 깔끔한 마무리]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후반 종료 3분 전 터진 설기현의 동점골은 마무리의 중요성을 그대로 보여 준다. 골프에서 마무리는 특히 중요하다. 티샷을 잘 보내고 세컨 샷으로 파온을 해도 3퍼트를 하면 보기를 범하게 된다. 마지막 한두 홀을 남기면 긴장이 풀려 적당히 스윙하게 된다. 장갑을 벗을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싱글의 지름길이다.





이미지

이종현
이종현
레저신문 편집국장이자 골프·여행 칼럼니스트.
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중인 시인이다.
《골프장으로 간 밀레와 헤르만헤세》 , 《시가 있는 골프》 등 저술




월간헬스조선 8월호(200페이지)에 실린 기사임




占싼딅뮞鈺곌퀣苑� 占쎌뮆�э옙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