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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7월호 게재 기사]기능성 치약으로 정말 효과 볼 수 있을까?
취재 김금영 기자 | 도움말 이향옥<에스플란트치과병원 원장> , 최종훈<연세대 치과대학 교수>
입력 2014/07/23 13:00
치약은 '약' 아닌 '화장품'
치약이 화장품에 속하게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화장품의 적용 범위를 '피부·모발'에서 '피부·모발, 치아 및 구강점막'으로 확대하는 화장품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입법 예고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향후 그대로 확정되면, 치약은 법적으로 입안을 아름답게 꾸며 주는 화장품이 된다. 치약(齒藥)은 명칭 때문에 양치질만 잘 하면 치아질환과 관련해 상당한 '약효'를 가질 것이라는 착각을 일으킨다. 하지만 치약은 약이 아닌 의약외품으로, 입안의 음식 잔류물을 씻어내는 데 쓰는 '입속의 비누'일 뿐이다. 그렇다면 여러 회사에서 앞 다퉈 내놓는 고가 기능성 치약의 효과는 어떨까? 정답은 여성의 지갑을 노리는 값비싼 '기능성 화장품' 정도일 뿐이다. 이번 입법 예고를 보면 이 점이 더 확실해진다. 치약에 함유된 기능성 성분의 함량은 미미한 수준이고, 양치질하는 동안 스쳐 지나갈 뿐이기 때문에 가격만큼의 효과에 대해서 치과 의사들은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 물론 기능성 치약의 효과가 '제로'라고 할 수는 없다. 치과 의사들은 치약의 기능성은 실제로 어느 정도 효과를 내는 것도 있고, 상술에 불과한 것도 있다고 설명한다.
“양호” 치아강화·시린이 예방
기능성 치약 중 효과가 가장 좋은 것은 불소를 다량 함유한 ‘치아강화용 치약’이다. 불소화합물 속에 들어 있는 불소 이온은, 칼슘 공급을 촉진해서 치아를 튼튼하게 해 준다. 또 구강 내 세균에 의한 부식성 산이 치아 표면의 법랑질을 녹이는 것도 억제한다. 불소는 충치예방 효과도 인정된다. 단, 양치질하다 치약을 삼키기 쉬운 어린이는 불소 강화 치약를 사용하면 안 된다. 치약에 함유된 불소를 너무 많이 삼키면 불소증이 생긴다. 치아가 얼룩덜룩하게 변하는 반상치와 각종 근골격계 이상 및 발육부진, 위점막 손상 등이 불소증의 주요 증상이다.
“글쎄” 잇몸 질환예방·치석 및 구취 제거
잇몸 질환을 일으키는 주범은 진지발리스균이다. 잇몸 질환을 예방하는 치약은 진지발리스균을 제거한다고 알려진 성분인 징코빌로바 추출물을 함유하기 때문에, 구강 점막을 보호하고 치주염·치은염 등을 예방하고 완화해 준다고 주장한다. 이런 성분이 잇몸 질환 예방에 전혀 효과 없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하루 두세 번 2~3분 양치질한 뒤 뱉어내는 정도로 충분한 효과를 낼 수는 없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잇몸이 내려앉으면서 치아와 간격이 벌어져 세균이 들어가게 되므로 정기적인 치과검진을 빠뜨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칫솔질은 일반 치약으로 이와 잇몸 사이에 세균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구석구석 닦는 것으로 충분하다.
치석은 치아 표면에 들러붙은 플라크가 칼슘과 인을 흡수해서 발생한다. 치석을 제거해 준다는 성분을 넣은 치석 제거 치약도 여러 종류 나와 있다. 하지만 이런 성분의 치약으로 양치질해도 치석은 충분히 제거되지 않는다. 치석은 치과에서 스케일링해야 없앨 수 있다. 치과 의사들은 치석 방지에는 값비싼 치석 제거치약을 쓰는 것보다 치간 칫솔이나 치실을 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구취 제거 치약은 이산화규소, 플라보노이드 성분 등 살균·소취 효과가 있는 성분을 함유한다. 하지만 이런 성분이 가져다주는 구취 제거 효과는 양치질한 뒤 일시적으로 유지될 뿐이다. 구강청결제로 가글링하는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수 있다.
“불량” 미백 기능
기능성 치약이 내세우는 여러 효과 중 치과 의사들에게 가장 비판받는 것이 미백 기능이다.
치아를 하얗게 만드는 성분은 과산화수소이다. 치아 미백을 하려면 치과에서 과산화수소 농도가 15%인 치아 미백 약품으로 시술을 받고, 집에서도 저농도 미백제를 넣은 마우스피스를 매일 4~5시간 착용해야 한다. 미백 치약은 의약외품이기 때문에 과산화수소 농도가 3%를 넘을 수 없다. 그리고 이 정도 과산화수소가 든 치약으로 양치질한다고 해서 변색된 치아를 다시 하얗게 만들 수는 없다. 미백 치약은 1990년대 중후반부터 국내에 소개됐는데, 이미 그 당시부터 ‘효과가 과장돼 있으며, 치약 제조업체들 이런 지적에 동의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미백 치약은 치과에서 미백시술을 받은 뒤에 효과 유지를 돕는 보조적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약(齒藥)은 명칭 때문에 양치질만 잘 하면 치아질환과 관련해 상당한 ‘약효’를 가질 것이라는 착각을 일으킨다. 하지만 치약은 약이 아닌 의약외품이다.”
치약 뒤 세로줄이 천연성분 함유량 표시라고?
치약 용기 뒷면을 보면, 아랫부분에 검은색·빨간색·초록색·파란색 등의 사각형 모양의 짧은 세로줄이 표시돼 있다. 최근 이 색깔이 ‘치약에 함유된 천연 성분의 양을 나타낸다’는 내용의 글이 SNS를 통해 퍼지는 중이다.
SNS에서 전해진 글의 내용에 따르면 용기 뒷면의 세로줄이 검은색이면 치약의 성분이 100% 화학물질로 이뤄져 있고 줄이 빨간색이면 화학 성분과 천연 성분이 혼합된 것, 초록색이나 파란색이면 완전한 천연 성분의 치약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 말이 사실일까? 그렇지 않다. 치약 뒷면에 있는 사각형 세로줄은 아이마크(Eye Mark)다. 용기를 인쇄할 때 기계가 치약 튜브의 중심을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표시다. 센서가 아이마크를 잘 인식하게 하고자 아이마크에 다양한 색상을 넣는다. 즉, 치약 뒷면 세로줄 색상은 제조업자의 단순한 잉크 색깔 선택에 달린 것일 뿐, 성분과는 무관한 것이다. 치약을 고를 때는 치약 뒷면에 써있는 성분내용을 먼저 확인하자. 이때 합성성분(합성향료·합성계면활성제·합성보존제)이 들어있는 치약은 피하는 게 좋다.
월간헬스조선 7월호(54페이지)에 실린 기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