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60대 환자와 보호자가 진료실을 찾았다. “몸속의 금실을 빼 달라”는 것이 이유였다. 파킨슨병 때문에 뇌 전기자극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온몸에 박혀 있는 금실 때문에 치료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엑스레이를 찍어 확인했더니 정말 머리를 비롯해 온몸에 수십 개의 금실이 들어 있었다. “평소 두통과 관절염이 심해 힘들어했는데 금실을 주입하면 몇 년은 통증 없이 잘 지내기에 괜찮은 줄 알았다”는 것이 보호자의 얘기였다.
지금은 금침이나 금실 요법을 시행하는 곳이 많지 않지만, 이 방법이 암암리에 쓰이던 때가 있었다. 비용도 비싸서 이른바 ‘있는 집 사람만 아는 곳에서 몰래 한다’는 시술법 중 하나였다. 이렇게 몸속에 금실을 주입하는 것을 ‘매침(埋鍼)요법’이라고 한다. 한 번 주입한 금실이 지속적으로 경혈을 자극하므로 침을 계속 맞는 것 같은 효과를 낸다. 그러나 금실이 혈관을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 부작용을 일으키거나, 한번 몸속에 주입하면 다시 제거하기 어렵다는 점 등의 문제점이 있어 요즘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물론 이 환자의 금실 역시 제거하기 어려웠다.
지금은 아주 드문 사례지만 20년 전 필자가 한방병원에서 수련하던 시절만 해도 흔히 볼 수 있는 경우였다. 몸속에 침이나 실을 주입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거부감이 드는 방법이다. 뭔지 모르게 부자연스럽고, 몸에 해로울 것 같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매침요법을 받은 이유는 단 한 가지, 통증 조절을 위해서다. 일단 금실을 넣고 나면 끈질기게 괴롭히던 통증이 신기하게 줄어드니 두 번, 세 번 매침요법을 받다가 수십, 수백 개까지 몸에 금실을 넣게 된 것이다.
몸에 무엇인가를 넣어서 경혈을 지속적으로 자극시키는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상당히 효과 있는 방법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원전 2000년경 이집트와 앗시리아에서 이런 요법을 사용한 기록이 있고, 히포크라테스도 약실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문제는 무엇을 넣느냐이다. 과거에는 금뿐 아니라 양털, 양 내장, 나일론사, 키토산 등을 넣기도 했다고 전한다. 실제로 효과를 본 경우도 많았으나, 몸속에 그대로 남아 있거나 감염이 발생하는 등 위험도 컸다.
그래서 최근에는 침 치료 부위인 경혈에 약실을 넣어서 질병을 치료하는 ‘매선요법’이 시행되고 있다. 치료가 필요한 경혈에 금이나 나일론사가 아닌 약실을 주입하는 것이다. 약실은 수술용 봉합사인 PDO(Polydioxanone)로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우리 몸에서 6~9개월에 걸쳐 자연스럽게 녹아 모두 없어진다. 기존 매침요법의 문제점은 개선하고 장점은 살린 치료법이라 볼 수 있다. 최근에는 필요에 따라 약실에 다양한 한약재를 묻혀 사용하면서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이 실은 몇 개의 경락을 함께 자극하면서 경락을 소통시키고, 기혈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 면역력을 높여 준다. 또한 약실을 넣을 때 생긴 조직 손상이 세포에 좋은 무균성 염증 반응을 일으켜 조직의 회복을 촉진시킨다.
60대 주부가 관절 통증을 호소하면서 진료실을 찾았다. 수년 전부터 허리, 무릎, 어깨 등 모든 관절이 아픈데 병원에서 아무리 검사를 받아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해서 답답해했다. 매일 진통제를 먹으면서 겨우 버티고 있었는데, 이마저도 위궤양 때문에 먹지 못하게 되자 침을 받아 보려고 온 것이다. 진단 결과는 잘못된 식습관, 과도한 체지방량, 자율신경 손상 등으로 인한 면역 기능 약화였다. 이 때문에 관절 주위에 통증을 일으키는 만성적인 염증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전신 면역력을 높이고, 관절 주위 인대를 강화시키면서 염증도 잡기 위해 매선요법을 시행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2개월간 치료를 받았더니, 이제는 진통제 없이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됐다. 매선요법은 척추 질환(목・허리 디스크), 퇴행성관절염, 오십견, 신경통 같은 각종 통증 질환에 효과적이고, 최근에 안면성형과 국소비만 등에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매선을 피부 아래에 삽입하면 매선 실의 지지력이 리프팅 효과를 주고, 콜라겐 합성을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매선요법은 마취가 필요없고 안전하게 받을 수 있는 시술이고, 효과 또한 인정받고 있다. 옛것 중에 ‘좋은 것(매침요법)’만 취해 계속 발전시켜 나간 대표적인 한방 시술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일부 허가받지 않은 기관에서 금침이나 키토산 등을 몸속에 넣어 만성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허위 광고를 하는데, 이에 혹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이 방법은 이미 오래전에 써 보다 버린 시술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 온고지신(溫故知新)을 역행하는 실수를 범하면 안 된다.
이재동 경희대 한의대교수. 침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경희대 한방병원 척추관절센터장으로 있다. 대한침구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이재동 교수의 경희 한방 이야기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한의학에 대한 올바른 지식 전파에 힘쓰고 있다.
월간헬스조선 7월호 (132페이지)에 실린 기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