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비만 치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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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6개월 전, 체중 110㎏의 초고도비만 20대 여성이 필자를 찾아왔다. 6년 전 다른 병원에서 체중 감량을 위한 위밴드 수술을 받았지만 2년이 지나서 위를 묶었던 밴드가 미끄러졌다. 재수술을 받았더니 밴드가 위벽을 파고 들어가는 더 심한 부작용이 생겼다. 결국 밴드를 제거하고 식욕 억제에 실패해 50㎏까지 줄였던 몸무게가 1년만에 110㎏까지 도로 늘어난 상태였다. 이 여성은 필자에게 미끄러지거나 위벽을 파고 들어가지 않는 방법의 위밴드 수술을 받았고, 이후 적절한 밴드 조절을 통해 15개월간 체중을 49㎏ 감량해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위밴드 수술은 복강경을 이용해 식도 아래쪽, 위의 가장 윗부분에 실리콘으로 된 밴드를 장착하는 방법이다. 그러면 음식물이 내려가는 속도가 조절되는 동시에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이 생긴다. 입원할 필요 없는 간단한 수술로, 당일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할 수 있다. 이 수술은 세계적으로 40년 가까이 시술된 안전하고 효과적인 고도비만 치료법이다. 위에 소개한 여성처럼 수술 후 밴드가 미끄러지거나 위벽을 파고드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지만, 흔치는 않다. 처음부터 수술을 잘못했거나, 수술 뒤 식이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거나, 밴드조절 관리를 원칙대로 하지 않는 경우에 이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위밴드는 환자 상태에 따라 적절하게 조절해야 하는데, 빨리 많이 감량하려는 생각에 밴드를 너무 꽉 조이면 정상적인 식사가 불가능하고 밴드가 미끄러질 수 있다. 기존 수술법은 미끄러짐을 막기 위해 위벽 일부를 끌어올려 밴드를 고정한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봉합 부위에 작은 상처가 날 수 있고, 그 상처를 따라 밴드가 위벽을 파고 들어가는 미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S루프(Safety loop) 위밴드 수술이라는 새로운 수술법을 이용하면 이러한 부작용 발생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 밴드로 위를 묶은 뒤, S루프라는 실리콘 재질의 고리로 밴드를 위벽에 고정시키면 밴드가 미끄러지거나 위벽을 파고들지 않는다. 이 수술법은 지난해 국내 특허등록이 완료됐고, 미국 등지에 특허출원이 돼 있다. 필자는 S루프를 이용한 위밴드 수술을 600여건 했는데 지금까지 부작용이 한 건도 없었다.

위밴드 수술을 받은 뒤에는 적절한 관리가 중요하다. 주치의와 상의해 밴드 상태를 몸 상태에 맞도록 유지하면 고도비만도 충분히 치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