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HDL콜레스테롤 급격히 노화
혈관 좁아지고 혈액 끈적하게 변해
동맥경화증·뇌졸중·당뇨병 고위험

담배에는 4000여 가지의 독성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 이를 알고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국내 흡연자가 1400만여 명이다. 이들이 하루에 피우는 담배는 평균 17개비다. 건강에 미치는 담배의 해악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하루 10개비 이하로 3년간 담배를 피웠더니 20대의 혈액 상태가 70대 혈액처럼 변해 뇌졸중, 심근경색 등의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비케이21플러스 영남대 혈청바이오메디컬 조경현 교수팀이 3년간 담배를 피운 23~25세 성인 21명의 혈액을 채취해 분석했더니,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HDL콜레스테롤이 70대 고령자처럼 노화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DL콜레스테롤의 크기가 정상(10나노미터, 10억분의1미터)보다 작은 데다 모양이 찌그러져 있었다. 건강한 상태의 HDL콜레스테롤 모양은 공처럼 둥글다. 또 콜레스테롤 입자가 뭉쳐 있는게 아니라 흩어져 있고, 혈액 단위면적당 비율(농도) 역시 정상(40㎎/dl 이상)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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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매일 담배를 10개비 정도 피웠더니 몸에 좋은 HDL콜레스테롤이 급격히 노화돼 70대의 것과 비슷해졌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20~30대라도 담배를 피우면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심혈관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이처럼 HDL콜레스테롤의 수가 적거나, 크기가 작거나, 한데 모여 있지 않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면 기능이 떨어진다. HDL콜레스테롤은 세포에서 쓰고 남은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보내 분해되도록 작용한다. HDL콜레스테롤 모양이 변형되면 '나쁜' LDL콜레스테롤처럼 혈관을 좁아지게 만들고 동맥경화증을 유발한다. 또 혈관이 딱딱해져 뇌졸중·심근경색 같은 심혈관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조경현 교수는 "담배 속 아민, 니코틴 같은 물질은 몸속 산화효소가 HDL콜레스테롤에 잘 달라붙게 만들어 HDL콜레스테롤을 산화시킨다"고 말했다. 흡연이 '좋은' HDL콜레스테롤을 '나쁜' LDL콜레스테롤처럼 작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흡연을 하면 혈액이 끈적해져 치매·당뇨병에 걸릴 위험도 높아진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임수 교수는 "뇌, 췌장으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 뇌·췌장세포가 손상돼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몸에 담배의 독성 물질이 들어오면 미토콘드리아는 이를 해독하기 위해 산소를 이용해 활발히 대사한다. 이 과정에서 혈액 속 세포가 쓸 수 있는 산소량이 줄어, 혈액을 응고시키는 성질이 있는 적혈구, 혈소판, 피브린 같은 성분들이 다량 만들어진다. 끈적해진 혈액은 좁은 말초 혈관에 잘 흐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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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현 교수는 "비교적 젊은 나이인 20~ 30대에 당뇨병, 인지기능 저하, 심근경색 같은 노인 질환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가 흡연이라는 것을 밝혀준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의 권위 있는 월간 학회지 '미국독성학회지' 5월호에 실렸다.

HDL콜레스테롤과 LDL콜레스테롤

지방 성분인 콜레스테롤을 둘러싸고 있는 단백질의 성질에 따라 HDL(고밀도지단백질)과 LDL(저밀도지단백질)로 나뉜다. 지름이 HDL콜레스테롤은 10㎚(나노미터, 10억분의1미터), LDL콜레스테롤은 20㎚ 정도다.

HDL콜레스테롤은 세포에서 쓰고 남은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보내 분해되도록 작용, 혈관을 깨끗하게 청소한다.

LDL콜레스테롤은 간에서 지방을 빼내 체내를 돌며 몸속 세포에 콜레스테롤을 보낸다. 남은 것은 혈관 벽에 쌓아두기 때문에 혈관에 지방이 많아져 동맥경화 등이 생긴다.

 




김하윤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