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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육아
강미숙 기자 | 사진 조은선(St.HELLo) 참고도서 《엄마공작실》(청림라이프)
입력 2014/05/21 17:50
아이 감성지수 높이는 엄마 박설연
거실 가득 들이비치는 햇살이 인상적인 집이다. 까르르~ 햇살같이 웃는 두 아이 곁에 따스한 목소리로 이름을 불러 주는 엄마가 있다. 아이를 위한 장난감과 소품을 직접 만드는 박설연 씨다.
엄마의 사랑이 곳곳에 스민 집에서는 매일매일 아이의 감성이 쑥쑥 자란다.
아이에게 물려줄 위대한 유산
벚꽃이 흩날리는 봄날 어느 주말, 용인으로 향했다. 양지 바른 언덕 위 아파트에는 박설연 씨 부부와 두 아이가 살고 있다. 초인종을 누르자 설연 씨가 달려나와 맞아 줬다. 치마 끝자락에 붙어 있는 색지를 보니 무엇인가를 만들다 나온 모양이다. 뒤를 이어 쪼르르 달려와 배꼽인사를 하는 첫째 서이. 모자의 환대를 받으며 거실로 들어서자 아빠는 둘째 도이를 안고 집 안을 서성이고 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풍경은 햇살 가득한 거실이다. TV 없는 커다란 거실에는 긴 탁자와 아이 의자가 정갈하게 정리돼 있다. 탁자 위에는 가위, 풀, 알록달록한 색지, 나뭇잎 모양 도장 등이 한쪽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네 가족이 햇살 가득한 거실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따스해졌다. 행복한 가족의 한때를 보는 듯하다.
“어서 오세요. 바람 끝이 차던데 오는 데 고생했죠? 서이·도이와 함께 꽃도 보고, 공놀이하려고 했는데 좀 춥더라고요. 대신 집에서 아이와 공작 시간을 갖고 있었어요. 좀 지저분하죠?” 배시시 웃는 엄마 뒤에서 서이가 방금 만든 왕관을 내보인다.
“큰 거는 아빠 왕관이고, 이건 제 거예요. 그리고 오늘 만든 건 동생 서이 줄 거예요. 엄마가 만들어서 더 예뻐요. 나도 했고요.”
생글생글 웃는 서이에게는 사랑받고 자란 아이 특유의 사랑스러움이 가득했다. 낯선 사람의 경계심도 금세 녹여 버릴 듯하다. 따뜻한 햇살을 닮았다. 왕관을 쓰고 자리로 돌아간 서이는 금세 다시 가위질 삼매경이다. 아직 서툴지만, 엄마 곁에서 도와 달라며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는 아이 모습은 예뻤다. 집 안을 둘러보니 이 집에는 낯선 게 많다. 이 세상 어디서도 살 수 없는, 엄마가 손수 만든 장난감과 소품으로 가득했다.
박설연 씨는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소녀였다. 부모님은 그에게 훌륭한 손재주 DNA를 물려주었다. 망치와 나무만 있으면 무엇이든 뚝딱 만들어 내는 아빠와 예쁜 옷을 직접 지어 주는 엄마를 보며육아자란 것이다. 디자이너로 직장생활을 하다 결혼 후 회사를 그만두면서 본격적으로 손재주를 가다듬기 시작했다.
“손으로 하는 작업은 무엇이든 매력적이에요. 컴퓨터를 이용해 디자인하는 일을 하면서 손으로 만드는 일에 목이 말랐어요. 그래서 시간이 생기면서 가장 먼저 꽃꽂이, 선물포장, 스크랩북킹 등 수공예를 배우기 시작했죠. 집에 정식으로 작업실을 꾸며 놓을 정도였어요.”
매일 무엇인가를 만들고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공유하기를 1년. 수많은 사람이 그의 블로그를 찾아 정보를 배워 가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렇게 ‘핸드메이드 작가’, ‘페이퍼 아티스트’란 수식어를 갖게 됐다. 결정적으로 인생의 전환점이 된 2010년에는 첫째 서이가 태어났다. 작가로서 방향성이 점차 아이 중심으로 바뀌었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물건은 아이를 위한 것이 됐다.
첫 번째 작품은 아이의 백일잔칫상이다. 기념 플래그를 만들고, 파스텔 톤 풍선으로 천장을 가득 채우고, 테이블에는 2단 기저귀 케이크를 올렸다. 그는 “몸도 못 푼 채, 직접 발로 뛰고 이것저것 손으로 만들어야 했지만 아이를 생각하니 미소가 지어지더라”며 그때를 추억했다.
주인공 서이는 그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평생 살아가는 동안 힘이 되어줄 엄마의 사랑만은 가슴 깊이 새겼으리라. 얼마 전에는 《엄마 공작실》이란 핸드메이드 책을 냈다. 아이를 위해 무엇인가를 만들어 주고 싶은 엄마의 바람을 담은 책이다.
“책을 내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가 둘째 서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예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망설였어요. 두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늘 아이를 위해 종종걸음 치는 엄마의 마음을 거절할 수 없더라고요.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아요. 계속 더 많은 것을 만드는 일을 멈출 수 없어요.”
바지런한 그의 성품을 알 수 있었다.
풍부한 감성의 엄마와 아이
엄마의 바람대로 잘 자란 서이는 장난감 만드는 엄마 옆에서 가위질하는 것을 좋아한다. 서이도 한때는 다른 아이들처럼 TV에 나오는 캐릭터 장난감을 좋아했다. 마트 장난감 코너에서 버스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설연 씨는 떼쓰는 아이에게 제안을 하나 했다.
“장난감을 자꾸 사줄 수 없으니 직접 만든 저금통에 동전을 모아서 사보자고 했어요. 그날 집에 돌아가서 아이와 함께 저금통을 만들었어요. 아이도 신이 나서 돕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까맣게 잊어버렸는데, 얼마 뒤 동전이 가득 찬 저금통을 들고 오는 거예요. 그러더니 ‘나는 엄마가 만들어준 장난감이 많으니, 이 돈으로는 서이 장난감 살거야’ 하더라고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질 정도로 감동받았어요.
이제 겨우 다섯 살로 갖고 싶은 장난감이 많을 텐데 동생을 챙기는 모습이 대견했어요. 엄마 장난감을 더 예쁘다고 해주니 이 일을 하길 정말 잘 했다 싶었죠.”
서이는 또래 아이들보다 관찰력이 뛰어나다. 나무 이파리를 보더라도 색이 어떤지 구분해서 말할 줄 안다. 또 남자아이임에도 불구하고 표현력이 풍부하다. 색종이마다 느껴지는 감정을 달리 말할 줄안다. 풍성한 감성을 지닌 것은 엄마의 육아 방식이 가져다준 결과물이다.
서이 방의 수많은 엄마표 장난감에는 이야기가 있다. 수족관에 다녀온 후 만든 장난감은 낚시놀이다. 모양이 가지각색이고 색도 화려한 물고기가 떼를 이뤄 오가는 모습에 홀딱 반한 서이는 몇 번이고 물고기와 인사를 나누며 신기해했다. 그 뒤로 물고기가 보고 싶다는 말을 종종 하는 서이를 위해 낚싯대와 물고기를 만들었다.
“수족관에 있는 물고기를 우리 집으로 데려오자”는 엄마의 말에 서이는 신나게 만들기 시작했다. 설연 씨는 “정말 수족관에서 본 물고기를 데려오기라도 하는 듯 진지하게 낚싯대를 잡고 있는 서이를 보면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한번은 서이가 아끼는 로봇 장난감의 팔이 빠졌다. 서이는 어떻게든 고쳐 보려고 이렇게 붙여보고, 저렇게 끼워 보며 안간힘을 썼다. 결국 고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는 엉엉 울음을 터트렸다. 어찌나 서럽게 울던지 곁에서 보던 설연씨마저 눈물이 날 정도였다. 이윽고 설연 씨는 작업실에서 아이를 달랠 만한 장난감을 조물조물 만들었다. 귀와 다리가 움직이는 토끼 장난감으로 서이의 마음을 토닥여줄 수 있었다.
“엄마표 장난감은 아이와 공감대를 만들 수 있어 좋아요. 함께 만들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완성된 장난감으로 놀아 주면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됩니다. 이제는 아이가 먼저 만들어 달라고 해요.”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을 장난감을 만드는 데는 요령이 필요하다. 아이가 즐겨 보는 동화책에서, 혹은 아이의 행동이나 말을 유심히 듣고 아이디어를 얻어야 한다. 《피터팬》 동화를 좋아하는 아이가 후크 선장이 타고 다니는 배가 궁금하다고 하면, 아이와 머리를 맡대고 함께 상상해서 만들어 보는 식이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박설연 씨의 블로그(raonhilzo.blog.me)나 카페(cafe.naver.com/raonhilzo)에서 다양한 육아정보와 손재주 아이디어를 얻어 보자. 그는 온라인 공간을 통해 유아 미술자료를 제공한다. 간혹 미술 재료를 어떻게 준비할지 어려운 사람을 위한 온라인 숍(www.raonhilzo.kr)도 있다. 무엇보다 완성도에 대한 두려움 대신 아이가 얼마나 기뻐할지를 생각한다면, 손재주 없는 엄마라도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다.
왕관을 만든 서이는 어느새 자기 방에서 아빠와 손전화놀이 중이다.
가느다란 털실을 사이에 두고 부자가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고,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아이를 향해 엄마가 다정히 응원의 말을 건넨다. 까르르~ 가족의 웃음이 집 안 가득 퍼진다. 박설연 씨 가족의 사랑이 한 뼘 자라는 감성 오후는 그렇게 채워졌다.
박설연의 감성 공작실
아이의 감성지수를 반올림해줄 ‘박설연표’ 장난감을 소개한다. 과자봉지로 뚝딱 만들 수 있는 풀피리, 아이 얼굴 꽃이 활짝 핀 화분, 집 안을 수족관처럼 만드는 낚시놀이, 팔짝팔짝 뛰어다니는 토끼인형. 그의 공작실에서 만드는 법을 배워 보자.
준비물 패턴지, 과자봉지, 풀피리, 마스킹테이프, 데코실, 가위, 양면테이프, 나무집게
만들기 1 깨끗한 과자봉지를 가로 21cm, 세로 5cm 크기로 자른다. 2 ①의 가로, 세로 한쪽씩에 양면테이프를 붙인다. 3 풀피리를 ②의 세로 면 가운데에 놓고 과자봉지를 돌돌 말아 붙인다. 4 마스킹테이프로 과자봉지와 풀피리 연결 부분을 고정시킨다. 5 패턴지를 나비 모양으로 자른다. 6 ⑤의 뒷면에 데코실을 붙여 장식한다. 7 풀피리 이음새에 양면테이프로 ⑥을 붙여 완성한다.
준비물 종이컵, 패턴지, 색지, 쉬레드페이퍼, 나무막대, 마스킹테이프, 원형펀치, 양면테이프, 풀, 사진
만들기 1 패턴지를 가로 23cm, 세로 7cm로 자른다. 2 ①의 가로면 위쪽에 양면테이프를 붙인다. 패턴이 있는 쪽에 붙인다. 3 원형펀치로 색지를 잘라 6개의 원을 만든다. 4 ③의 종이 중 한 장을 가운데 놓고 나머지 종이를 테두리를 따라 시계 반대 방향으로 조금씩 겹쳐 붙여 꽃 모양을 만든다. 5 나무막대를 마스킹테이프로 꼼꼼하게 감싼 다음 끝부분에 ④를 붙인다. 6 ⑤의 가운데에 동그랗게 자른 얼굴 사진을 붙인다. 7 종이컵에 쉬레드페이퍼를 넣고 ⑥을 꽂는다.
Tip 가운데 사용할 종이는 잎이 될 종이와 다른 색으로, 그리고 조금 더 크게 자르면 꽃 모양이 한층 예쁘다. 쉬레드페이퍼를 구하기 힘들면 신문지나 휴지를 잘게 찢어 넣어도 좋다.
준비물 색지, 자투리 종이, 나무막대, 눈 모형, 데코실, 크레파스, 물풀
만들기 1 가로 13cm, 세로 10cm의 색지에 물고기를 그린 다음 모양대로 자른다. 2 자투리 종이를 엄지손톱만 한 크기로 찢거나 세모꼴로 오려 ①의 몸통에 붙인다. 3 나무막대 끝에 데코실을 감아 낚싯줄을 만든다. 4 낚시바늘과 낚시고리 만들 종이를 가로 1cm, 세로 6cm로 각각 자른다. 5 낚시바늘로 만들 종이를 가로로 두고 가운데를 향해 위아래로 접는다. 6 ⑤의 가운데에 낚싯줄을 놓고 반으로 접어 붙인다. 7 낚시고리로 만들 종이는 세로로 네 번 접어 삼각 모양으로 만들고 아래 겹친 부분은 풀로 붙인다. 8 ⑦을 물고기 얼굴 부분에 눈 모형과 함께 붙인뒤, 낚시바늘의 앞부분을 휘어 ⑧의 고리에 걸어 완성한다.
Tip 낚시바늘이 휜 상태를 단단하게 하려면 종이를 휜 상태에서 여러 번 물풀을 바른 다음 말린다.
준비물 약간 도톰한 종이, 펜, 가위, 할핀, 송곳, 눈 모형, 솜방울
만들기 1 종이에 토끼의 귀, 머리, 몸통, 다리 등을 모양처럼 그려 자른다. 2 토끼의 머리와 몸통을 할핀으로 연결한다. 3 머리 위쪽에 귀를 할핀으로 연결한다. 4 몸통 아래쪽으로 앞다리와 뒷다리를 각각 할핀으로 연결한다. 5 머리에 눈 모형을 붙이거나 색연필로 그려 넣어도 좋다. 엉덩이 부분에 솜방울을 붙여 꼬리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