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새벽에 우울감 가장 심해… 자살 시도 위험도 높아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멜랑콜리아형 우울증

우울증 환자의 30~40% 해당
자살 충동 막으려면 금주해야

세월호 침몰, 지하철 충돌 등 잇달아 발생하는 대형 사고로 인해 사회 전체 분위기가 우울해지고 있다. 사고를 직접 겪지 않았어도 희생자나 가족들과 관련된 뉴스를 볼 때마다 분노와 우울감이 번갈아 나타난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죄책감 때문에 일상 생활에 영향을 받는 이도 있다. 이런 감정이 지속된다면 특히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을 조심해야 한다.

◇책임감 강한 사람에게 잘 생겨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은 전체 우울증 환자의 30~40% 정도를 차지한다. 밤에 잠을 잘 못 자거나 감정 기복이 심한 일반적인 우울증 증상과 조금 다르다.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이 있으면 ▷새벽에 잠에서 깨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고 ▷무기력감이 심해서 슬프거나 우울한 감정을 주위 사람들에게 잘 표현하지 않으며 ▷체중이 줄 정도로 식욕이 떨어지고 ▷행동이 느려지고 ▷즐거움을 잘 못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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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은 새벽에 우울감이 심해지고, 감정 표현을 잘 안하는 게 특징이다. 기능이 떨어진 뇌 부위를 전기로 자극하는 전기자극 치료를 받으면 낫는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대인관계나 직장 생활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사람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는 "평소에 책임감이 강해서 작은 잘못도 자신의 탓으로 돌리거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향의 사람에게 우울증이 생기면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울감 새벽에 극대화 돼"

홍진표 교수에 따르면, 멜랑콜리아형 우울증 환자의 뇌를 검사하면 대부분 감정을 조절하는 전두엽 기능이 떨어져 있다.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면 자신이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잘 알아채지 못하고, 모든 일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반면 흥분에 관여하는 호르몬은 증가해서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2009년부터 2년간 한국과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6개국의 우울증 환자 547명을 조사했더니, 다른 유형에 비해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의 자살률이 2배로 높았다는 국내의 연구 결과가 있다. 홍진표 교수는 "멜랑콜리아형 우울증 환자는 새벽에 우울감이 가장 심해지기 때문에, 혼자 잠에서 깬 뒤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시간대에 가족이 특히 신경을 써서 환자를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로 뇌 자극해 치료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이 있어도 주위 사람들이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아침까지 잠을 푹 못 자고 무기력한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게 좋다. 특히, 술을 마시면 충동적인 행동을 할 위험이 더 커지므로 반드시 금주(禁酒)를 해야 한다. 병원에서는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병행한다. 신경전달물질 분비에 작용하는 약을 복합적으로 쓰며, 기능이 떨어진 뇌 부위를 전기로 자극하는 전기자극 치료도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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