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판막협착증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80세에 못 미쳤을 때는 소수의 60~70대에게만 이 병이 발생했다. 하지만 한국인이 점점 오래 살게 되면서 80세 이상 중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이 병이 있으면 가슴을 열어 심장을 일시적으로 멎게 한 뒤, 대동맥판막을 인공판막으로 바꿔 끼우는 대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하지만 고령층의 경우 가슴을 여는 수술의 위험이 적지 않을 뿐 아니라, 환자들도 '그렇게까지 해서 더 살고 싶지 않다'는 거부감이 강해서 고령 환자는 대부분 수술받지 않고 힘들게 여생을 보내다가 세상을 떴다.
그런데, 2000년대 초 미국에서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이라는 획기적인 시술법이 개발됐다. 시술 성공률은 98%에 이른다. 치료받지 않은 중증 환자는 5년 후 거의 50%가 사망하는데, 이 시술을 받으면 사망률이 절반으로 감소한다. 2년 전 상태가 아주 심한 74세 환자가 있었다. 100m를 천천히 걸어도 흉통이 생길 정도여서 반드시 치료받아야 했으나, 폐기능이 좋지 않아 개흉 수술은 버티기 어려웠다. 필자는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을 권했지만, 그 분은 국내에 비교적 최근에 도입된 이 시술법을 불안하게 여기고 그냥 돌아갔다. 하지만 그 뒤 8개월 동안 두 번 실신한 끝에 다시 병원을 찾아와서 이 시술을 받았고, 현재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상당히 진행된 암보다 사망률이 더 높고, 생존하는 동안에도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고위험질환이다. '살 만큼 살았다'고 치료를 포기하기에는 여생이 길고 의술은 충분히 발전해 있다. 나이가 많은 분도 적극적인 치료를 권한다.
☞ 대동맥판막협착증
심장의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 있는 대동맥판막이 딱딱해지고 좁아지는 질환. 판막이 충분히 열리지 않으면 심장에서 대동맥으로 혈액이 제대로 흐르지 않으므로 인공판막으로 바꾸는 수술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