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병원 하지현 교수, 인터넷 중독 환자 대상 비교 임상 연구결과 발표
‘당신은 정말 인터넷에 중독된 것일까, 아닐까?’
지금까지 인터넷 게임 중독 여부를 진단하는 평가 도구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하지현 교수가 인터넷 중독 자가 진단법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IAT(Young’s Internet Addiction Test)’를 분석한 결과, 실제 인터넷 중독 여부와 정도를 진단하는데 부적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현 교수는 IAT 점수가 인터넷 중독자의 일평균 인터넷 접속시간이나 임상적 중증도와 상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중증의 인터넷 중독자들을 대상으로 IAT를 해본 결과 점수가 기준치보다 낮게 나왔다.
IAT는 미국 피츠버그 대학의 킴벌리 영(Kimberly S. Young) 박사가 고안한 인터넷 중독 자가 진단법이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부처와 연구기관 등에서 사용하고 있다.
하지현 교수는 “연구결과, IAT는 오히려 게임에 잠시 빠져있는 사람이 높은 점수가 나오고 중증 인터넷 중독환자는 자신의 중독성향을 부정하기 때문에 점수가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이나 게임에 잠시 몰입해 있는 사람은 스스로가 지나치게 인터넷에 빠져든다고 느끼면서 이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감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가 나온다는 것. 반면 중증 인터넷 중독 환자는 ‘조금만 신경쓰면 해결할 수 있다’, ‘이 정도는 누구나 한다. 나는 문제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점수가 낮게 나와 인터넷 중독으로 진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지현 교수는 2006년 9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건국대병원 ‘인터넷 중독 클리닉’을 방문했던 62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대상자는 임상의 중증도에 따라 경증(11명), 중등증(25명), 중증(16명)으로 나눴다. 중증은 인터넷 중독으로 학교 출석을 거부하거나 학업을 중단한 경우, 직장에서 감정이나 기능 장애로 입원이 필요한 경우, 6개월 이상 사회적 관계와 거의 단절된 경우, 게임 아이템 구매 또는 온라인 도박과 같은 행위로 심각한 재정과 생긴 경우 등으로 정의했다.
연구결과, 중증그룹(10.7±4.6시간/일)이 경증그룹(6.3±2.9시간/일)보다 인터넷 중독 증상의 지속 기간이 길고 인터넷도 더 오래 사용했다. 하지만 IAT 점수는 오히려 경증그룹(71.9±15.2점)이 중증그룹(66.2±18.6점)보다 조금 높게 나왔다.
또 세 그룹 모두 인터넷 중독으로 일상생활에서 학업성취도 저하, 가족 내 갈등, 조절능력 상실 등 분명한 문제를 겪고 있음에도 IAT 점수가 70점 이상 나온 사람은 22명(43%)에 불과했다. IAT 지침에 따르면 70점 이상이 인터넷 사용으로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사용자로 분류한다. 분포비율도 경증이 7명(63%), 중등증이 8명(32%), 중증이 7명(43%)로 임상적으로 경증이라 진단받은 환자의 중증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하지현 교수는 “연구 결과, 자가보고검사를 통한 진단인 IAT는 문제가 있다”며 “면밀한 전문적 평가를 통해 인터넷 중독 유병률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현 교수는 “그동안 IAT를 많이 쓰면서도 IAT가 정확한 진단에 도움이 되는지 연구한 논문은 거의 없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인터넷 중독 진단을 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논문은 최근 SCI급 정신의학저널인 ‘Nordic journal of psychiatry’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