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백신 속 알루미늄, 신경계 질환 원인 아니다
강경훈 헬스조선 기자 | 이해나 헬스조선 인턴기자
입력 2014/03/05 09:13
[백신 안전성, 과학적 근거 따져보니]
백신보다 모유에 알루미늄 더 많아… 안 맞으면 질병 위험 오히려 커져
임신부 예방접종, 배 속 아이도 보호
최근 일본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자궁경부암 백신이 자가면역 질환이나 신경계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백신을 반대하는 미국·일본·캐나다·프랑스의 의사, 과학자들이 이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백신은 질병 예방효과는 없고 오히려 다른 질병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는 이들의 주장이 언론을 통해 국내에 알려진 뒤, 백신 접종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DTaP(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MMR(홍역·볼거리·풍진), 폴리오, 일본뇌염 백신 접종이 의무화된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들의 관심이 크다. 우리나라에도 백신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회피 방법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다. 백신이 불필요하고 위험한 것인지, 그들이 내세우는 주장이 근거가 있는 것인지 따져봤다.
주장1: 백신에는 중금속이 들어 있다
백신 제조 과정에서 들어가는 알루미늄이나 수은이 뇌로 전달돼 신경계 질환을 일으키고 백혈구에 영향을 줘 자가면역 질환을 일으킨다는 게 백신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 백신안전위원회는 "연구결과를 종합한 결과, 백신 속 알루미늄이나 수은이 신경계 질환의 원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국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주사제에 들어가는 알루미늄의 양은 1.25㎎을 넘으면 안 된다. 자궁경부암 백신에 든 알루미늄 양은 허용치의 18%인 0.225㎎에 불과하다. 생후 6개월까지 맞는 백신에 함유된 알루미늄 양이 같은 기간 먹는 모유나 분유 속 알루미늄 양보다 적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알루미늄은 대부분 24시간 이내에 소변으로 배출된다.
또 백신 속의 수은은 병을 일으키는 수은과 성질이 다르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병을 일으키는 수은은 몸에 쌓이고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기간(반감기)이 1.5개월인 반면 백신 속 수은은 반감기가 1주 이내며 몸에 쌓이지 않고 변으로 배출된다"고 말했다.
주장2: 백신이 질병의 원인이다
백신이 자폐증, 길랑바레증후군, 자가면역 질환 등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 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1998년 영국 의료진이 세계적인 의학학술지 란셋에 'MMR 백신이 자폐증의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를 실었는데, 연구 자료가 조작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란셋은 2010년 이 논문을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독감백신이 급성마비 증상인 길랑바레증후군을 일으킨다는 주장도 있다. 수백만명을 대상으로 10여 년간 조사한 결과, 독감백신이 이 병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오히려 독감백신을 맞지 않으면 길랑바레증후군의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도 있다. 일반적으로 길랑바레증후군은 10만명 당 1명꼴로 생기는데,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후 이 병이 생기는 경우는 860만명에 1명꼴이다.
주장3: 임산부나 신생아는 백신이 더 위험하다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임산부나 신생아가 백신을 맞으면 예방 효과보다 질병 위험이 커진다는 주장이 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환종 교수는 "하지만 임신 중에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오히려 신생아의 면역력을 키우는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더 많다"며 "독감백신은 생후 6개월은 돼야 맞을 수 있는데, 이보다 어린 신생아는 독감의 고위험군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백신효과를 내려면 임산부가 맞아서 항체를 태아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BCG(결핵)백신도 임신 중에 맞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백신
수두·홍역 등 감염질환 예방을 위해 주사나 먹는 약을 통해 우리 몸에 집어 넣는 바이러스를 말한다. 백신을 맞으면 우리 몸의 면역 담당 세포가 바이러스에 맞서는 무기(항체)를 미리 만들어 놓기 때문에 실제 바이러스가 침투해도 이를 물리칠 수 있다.